▶ 일본 식품회사 상대 한인 의학자.동포언론의 승리
일본계 식품회사 발암물질 입힌 쌀 뉴욕일원 공급
병리한 의사 김수재 제보받은 한국일보서 대대적 보도
한국일보에 소송 협박...NYT까지 가세하자 결국 항복
병리학 의사 김수재
지난 70년대 중반 뉴욕일원의 한인들은 일본계 식품회사가 공급하는 캘리포니아산 쌀을 즐겨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 쌀에 탈크라는 방부제가 첨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탈크에는 또한 암을 유발하는 아스베스토스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모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뉴욕의 한 병리학 의사가 지적함으로써 이슈화 되었고 당시 유일한 한글 매체였던 뉴욕 한국일보가 캠페인성 보도를 끈질기게 하여 결국은 일본계 식품회사가 손을 들고 만 사건이 있었다. 한 용감한 병리학 의사와 한인언론의 합작품이었다.
당시 브루클린 소재 킹스카운티 메디칼 센터에서 근무하던 병리학 의사 김수재는 친구인 엄호택(당시 한국일보 사장)과의 어느날 대화중 요즘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쌀에 이상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갖게 됐다. 쌀을 씻을 때 윤기가 흐르고 뜨물의 색갈이 이상해 우연한 기회에 그 뜨물을 현미경으로 보게 되었다. 결정체가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쌀 처리에 대한 문헌을 보니까 일본에서는 쌀을 오래 보관하고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로서 탈크와 포도당인 그루코스를 섞어 쌀에 코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에서 하던 방법을 캘리포니아에서도 똑같이 쌀을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학전문 저널에도 그런 기사가 실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신이 선 김수재는 이같은 사실을 한국일보에 제보했고 당시 편집국장으로 있던 조성각이 이 기사를 대서특필로 다뤘다.
폭로성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쌀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주 크게 나타났다. 주식인 쌀에 발암물질이 섞였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한인들의 반응이 아주 드라마틱했다고 당사자 김수재는 당시를 회고했다. 한인들이 애호하던 ‘국보’라는 상표의 쌀을 일본계 노무라식품이 독접 공급했던 시절인데 이 기사로 인해 쌀이 안 팔리자 노무라는 변호사를 통해 한국일보에 압력을 넣었다. 기사를 번복하던지 아니면 자기네가 사업상 손해를 보았으니까 1백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이어 쌀을 공급하는 한인 식품업자들의 항의가 신문사에 밀어닥쳤다. 식품업자들이 회동하여 한국일보의 보도가 근거없는 것이라며 노무라식품의 편을 드는 형국이었다. 당시 노무라는 쌀을 독점하면서 한인 도매상들에게 주는 공급량과 횟수를 컨트롤 하는 판매정책을 쓰고 있었다. 자주 공급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대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창고에 쌓아둔 쌀이 재고로 남게 되자 그 화풀이를 한국일보에 하게 되었던 것. 그러나 한국일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탈크의 유해성 보도를 계속 이어나갔다.
미 연방식품 및 약국관리청(FDA) 관계자와의 인터뷰, 미의학계 아스베스토스 전문가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쌀에 탈크를 입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허락될 수 없다는 견해들을 연일 집요하게 보도했다. 마운트 사이나이 케디칼 센터
에서 아스베스토스를 연구하는 닥터 세리코프에게 노무라 산 쌀 샘플을 보내 확인을 요구했다. 노무라의 압력이 갈수록 세어질 무렵 뉴욕타임즈에 이 사실이 전달됐고 4월 어느날 베이야드 웹스터라는 기자가 닥터 김을 찾아왔다. 한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 끝에 뉴욕타임즈가 1975년 4월20일자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Asbestos in rice is studied here(아스베스토스 입힌 쌀을 여
기서 조사하고 있다)’라는 제목 아래 ‘Talc presevative target of Mount Sinai researchers(마운트 사이나이 연구원들의 탈크 방부제가 목표)’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는 칼럼 한줄을 모두 할애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마운트 사이나이 메디칼 센터의 연구진이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스베스토스가 쌀에 상당량 코팅되어 있는지에 대해 검사에 들어갔다. 이 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대량으로 소모하고 있다. 탈크에는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아스베스토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겨 먹는 쇼트 그레인(길이가 짧은 쌀)은 도정과정에서 방부와 방수의 목적으로 탈크를 코팅하고 있다.
한편 쌀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은 생산과정에서 탈크를 입히지 않는 롱 그레인을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략-
탈크에 대한 조사는 킹스카운티 메디칼 센터에 근무하는 한인 병리학 의사 김수재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마운트 사이나이 메디칼 센터 환경과학 연구실과 한국어 신문의 에디터와 연결을 한 인물이다. 이 기사를 다룬 한국어 매체는 한국일보로 지난 4주동안 코리안 커뮤니티가 탈크 입힌 쌀의 소비를 막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에는 총 1만명으로 추산되는 뉴욕지역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45명의 회동이 있었다. 뉴욕한인회 알렉산더 김(김정원)회장은 이날의 미팅에서 아스베스토스의 위험성을 한인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8인 스터디 그룹을 구성했다. 이 소위원회는 탈크 입힌 쌀에 대한 규정이 없는 FDA와도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한 한인들과 일본인들이 소비하고 있는 쇼트 그레인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의 쌀 생산자와 도매업자들의 협조를 얻어 탈크가 입혀진 쌀 생산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중략-
한국일보의 조성각 편집자는 그와 같은 쌀을 먹음으로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해 신문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우선적으로 쌀 포대에 ‘글루코스와 탈크로 코팅되어 있으므로 사용하기 전에 쌀을 잘 씻으라’는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략 그런 내용이었다.뉴욕타임즈의 이 기사가 나가자 노무라는 즉시 탈크 입힌 쌀의 회수에 나섰다. 그리고 한인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 탈크’ 도장이 찍힌 새로운 쌀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인사회가 이로
인해 득을 본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탈크를 칠하지 않은 쌀을 공급하려면 창고에 저장하지 않은 햅쌀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창고료를 뺀 가격이 될수 밖에 없었다. 종전의 거의 반값에 해당되는 가격으로 국보쌀이 공급되었다. 결국 노무라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고 시중에 이 쌀은 탈크를 입히지 않았다는 새 포장이 나옴으로써 막을 내렸다.
뉴욕타임즈의 기사 내용
■ 당시 한국일보 편집국장 조상각
한인언론이 감당해야할 사명 다해
이 사건은 뉴욕 한인사회 처음으로 뉴욕 한국일보가 독자들과 밀접한 유대를 갖게 한 신문적인 사건이었다. 한인들이 주식으로 하는 쌀에 방부제로 탈크가 입혀졌다는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인언론이 감당해야할 사명을 다한 기록적인 사건이었고 결론이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더욱 값진 캠페인이었다. 이를 주도했던 조성각 당시 편집국장은 투철한 기자정신을 발휘한 언론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코리아 헤럴드를 거쳐 중앙일보 창립멤버로 국방부 출입을 하던 명
기자였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민와서는 당시 걸음마를 하던 뉴욕 한국일보를 오늘날의 거대 신문으로 자리잡게 만든 공로자였다. 이 시리즈에 앞서 그를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허사였고 한국일보에 남아있는 기록과 닥터 김을 통해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75년 뉴욕 한국일보 편집회의 … 가운데 와이셔츠 차림이 조성각, 오른쪽은 그와 콤비였던 고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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