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김동진 목사(루터교 은퇴목사)
굴속에 사는 동물은 저놈이 나 보다 세다 싶으면 가까이 오기가 무섭게 굴 속으로 피해 버립니다. 그것은 그래야만 상대편의 밥이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굴은 저들에게는 유일한 피난처가 됩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조개 껍질을 매만지며 놀다 싫어지면 그것들을 팽개치고 다른 것을 가지고 놀고 또 그것이 역겨워지면 또 다른 껍질을 찾기도 하면서…. 이러는 동안 하루가 다 저물어 땅거미가 발 밑에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어두움에 밀려 결국 손에 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어두움을 원어로 ‘스코티아’라 하여 죽음을 뜻합니다. 이 죽음이 우리에게는 큰 적이라 하겠습니다. 이 적을 히브리어로 ‘짜르’라 합니다. 이 낱말의 뜻은 제한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골목길이라 해도 막다른 골목은 끝이 막혀 있기에 더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는 골목입니다. 영어로도 이런 막다른 골목을 ‘Dead End’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골목임을 모르고 훤히 트인 길인양 안심하고 가고 있어 이 길은 들어서면 안 되는 길임을 성경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편 기자는 “주는 나의 피난처이시오 원수를 피하는 견고한 망대심이니이라,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거하며 내가 주의 날개 밑에 피하리로다”고 외쳤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라고 외쳤습니다. 일생을 두고 우리를 대적해 오는 것들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하나는 도적이고, 둘째는 병마이고, 셋째는 죽음입니다.
도적은 단도리만 잘하면 방지가 가능합니다. 병마도 예방과 치료로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만은 고치는 약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이지요. 그러므로 오직 죽지 아니함이 되시는 전능자에게만 그 해결의 열쇠가 있습니다. 전능자란 원어, 헬라어로 ‘판토크라토르’라 하여 뽑아내는 자란 뜻입니다. 우리가 흑암에 묻혀 있기에 이 곳으로부터 뽑혀져 나오는 것이 시급한 일입니다. 스펀지에 박힌 못이라면 우리 손만으로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습니다. 딱딱한 나무 판에 박힌 못은 별도로 뽑아내는 도구가 필요하듯 이 일도 제3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능자의 힘을 뜻합니다. 옮겨지기 전에는 저희가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일생에 매여 종노릇을 했다고 성경이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히브리서 2:15). 이 굴레에서 벗어 나오는 것이 구원이요 참 자유인이 됨을 의미합니다. 철인 톨스토이도 종교와 신앙은 바로 이 죽음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두움에 묻힌 밤”이란 찬송이 요즈음 한참 불러지고 있음도 우리가 어떤 존재였음을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죽음)이였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고 했습니다(에베소서 5:8). 빛은 헬라어로 ‘포스’라 하여 생명을 뜻합니다. 만일 하나님이 사람의 모습으로 탄생된 성육신(Incarnation)의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전히 흑암(죽음)의 권세하에 짓눌려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 사랑의 나라로 옮기셨다고 했습니다(골로새서 1:13-14).
크리스마스를 ‘Merry Christtmas’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바라기는 이 기쁨 소식이 일평생을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온 인류에게 다시 없는 좋은 기별이 되어지기를 축원해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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