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종료 판단 불구 체감경기는 아직…
고 실업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가장 큰 걸림돌
U자, L자형 회복 전망…상업부동산 시장은 올해 바닥
2010년 경인년 새해의 화두 역시‘경제’라 할 수 있다. 미국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거나, 회복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등 분석기관마다 다른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본보는 이처럼 불투명한 경제전망에 관해 이하룡 총영사ㆍ백순고 PI뱅크 행장ㆍ이창열 유니뱅크 행장ㆍ유근열 뉴스타부동산 시애틀지사장 등 시애틀지역 한인 경제전문가 4명에게 설문 및 인터뷰로 질의, 이들의 답변을 좌담형식으로 엮었다. <편집자 주>
2009년 3분기에 불황 끝난 듯
-공식적으로 2007년 12월 시작된 미국의 불황이 현재 끝났다고 판단하나?
이하룡 총영사: 공식 지표상으로 미국 불황은 끝났다고 본다. 2009년 6~7월 각종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고, 3분기에는 2.2%의 성장(GDP)도 기록해 3분기에 불황이 종료됐다고 본다
백순고 행장: 여러 가지 지표로 봤을 때 역시 3분기에 불황이 공식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창열 행장: 3분기의 2.2% 성장에 이어 4분기에 3.9%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불황이 종료됐다고 말하지만 공식적으로는 2분기 이상 연속 플러스 성장이 이뤄져야 불황이 끝난 것으로 본다. 4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2009년 말 불황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유근열 지사장: 현재까지 불황이 완전 끝났다고 보기에는 불안정한 요소가 남아 있다. 전국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 특히 시애틀지역은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해고사태 여파 등으로 심리적 위축이 극심한 상태여서 불황 종료를 말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올 하반기~2012년에나 화복 실감
-불황 종료 뒤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드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이행장: 올해 약 3%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그러나 실업률은 상반기에 10%를 넘을 테고, 하반기에나 9.6% 정도로 낮아져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하향세가 멈췄다는 정도이며 U자형 회복이 예상돼 본격적인 회복은 2012년에나 실감 날 것으로 보인다.
유 지사장: 올 3~4분기 정도부터는 회복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백 행장: 경기회복을 위한 선결 과제인 고용시장 개선과 기업투자 회복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기간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 총영사: 경기가 바닥은 통과했지만 치고 올라 올 모멘텀이 아직 없다. 고용도 늘지 않고 소비가 현저히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화폐의 회전율(Velocity)이 매우 낮은 상태여서 당분간 경기가 L자형의 매우 느리고 지루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들이 불황종료를 실감하는 시기는 올 2분기를 넘기고, 하반기에나 가서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유발, 융자조장 정책 필요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뭐라고 보는가?
유 지사장: 현재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은 엄청난 자금이 실수요자인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 부실을 우려한 금융기관들이 시중에 풀지 않아 ‘돈맥 현상’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결국 소비와 투자 진작 등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융자를 좀 더 많이 하도록 압박하는 정책도 시급하다.
백 행장: 무엇보다 실업률 하락 등 고용환경의 개선이 부동산 경기 및 소비 심리 회복의 중요한 열쇠이므로 이 분야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아울러 모기지 재조정 등 가계의 부채조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 서민의 숨통을 풀어줘야 한다.
이 총영사: 뭐니 뭐니 해도 고용유발효과가 큰 정책들을 펴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이 행장: 실업구제정책이 급선무다. 실업이 줄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자기가 아니라 친구가 실직하는 것만 봐도 소비심리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더블딥 현상 우려할 필요 없다
-경기가 일시 회복됐다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과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출구정책 및 금리정책에 대한 전망은?
4명 모두: 정부가 인플레 등을 염려해 통화관리를 잘하고 있고 민간부문의 자생력 또한 매우 커서 더블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도 1~2년간은 저금리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시중에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출구정책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한인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낮다. 원인은 무엇이며 언제쯤 좋아질 것으로 보나?
백 행장: 지표가 좋아져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차다. 이는 실업률 상승과 가계부채 조정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한인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되려면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총영사: 동포들이 종사하는 소규모 서비스 자영업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변화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2분기 고용시장이 안정되면 소규모 자영업의 실적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간의 괴리는 체감자의 환경 때문이다. 전문기관이 내는 경제지수는 통상적으로 대형제조업체와 백화점 등 통계가 잡히는 대형업체를 반영한다. 따라서 중소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다를 수 밖에 없다. 2012년은 돼야 한인들이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낄 것으로 본다.
유 지사장: 한인들은 주로 미국인들의 소비를 바탕으로 소득을 내는 구조다. 미국인들이 먼저 돈을 써야만 경기 회복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올 4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도 조금 더 경과해야만 한인들이 실제로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 집값 3~4분기엔 오를 듯
-워싱턴주 부동산시장 전망은?
이 총영사: 부동산 시장은 2009년 11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 같고 서서히 회복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주택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실업률 상승, 소비 위축 등으로 현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은 올해가 바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 지사장: 시애틀지역 주택가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고점 대비 평균 25~30% 정도 떨어졌다고 본다. 매매건수는 7년전인 2002년 수준이다. 20%를 다운하고 집을 산 사람도 다운한 금액을 모두 잃은 셈이다. 현재 집값은 당분간 L자형 상태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물이 많이 줄어들었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시애틀지역 주택가격은 올 3~4분기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백 행장: 부동산시장이 자신감을 완전 회복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모기지 은행협회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 압류절차를 진행중인 주택은 아직도 증가세여서 걱정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 올해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업종이나 상품 개발 힘싸야
-한인들의 주요 업종별 전망은?
이 행장: 업종별 전망엔 문제가 있다. 불황 속에서도 어떤 업종이든 잘되는 업소가 있기 마련이다. 상품의 질을 높이고 추종을 불허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가령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을 취급하는 업종, 인터넷으로 서비스가 대체되는 분야, 한인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치고 들어올 수 있는 분야는 피해야 한다. 한인들이 자녀를 고급 월급쟁이로 만들 생각만 하는데 그러지 말고 주류사회를 상대로 하는 소규모 영업전선에 내세워보는 정신도 필요한 것 같다.
유 지사장: 세탁소ㆍ테리야키ㆍ그로서리ㆍ모텔ㆍ호텔ㆍ주유소 등 한인들의 주업종은 최소 25%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본다. 그로서리ㆍ세탁소ㆍ테리야키는 회복에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호텔과 모텔은 올 여름 성수기까지 견뎌내느냐에 생사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호텔ㆍ모텔ㆍ상가건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들 소유주는 상대적으로 자금 운용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
백 행장: 어떤 업종이든 적극적인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유동자금을 확보하면 어느 시점에선 재도약의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올해 한인들의 업종에 ‘장밋빛 청사진’을 그릴 수 없지만 2009년보다 힘겹지 않을 것이다.
이 총영사: 업종별 분석이나 전망은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지나면서 힘든 면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단련되고 강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좀더 강인한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며 불황이 종료되는 이후를 생각해 새로운 업종이나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정리: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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