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LA 다운타운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여성이 극빈층에게 분배되는 푸드스탬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속칭 ‘푸드스탬프 깡’을 해 오다 당국에 체포됐다. 연방 농무부 수사반에 따르면 이 한인 업주는 식료품 구입용으로 극빈층에게 지급하는 푸드스탬프를 액면 가격 절반 액수의 현금과 바꿔주는 방법으로 수년 동안 불법 행위를 해 왔다. 이 업주는 푸드스탬프가 자신의 업소에서 사용된 것처럼 위장해 왔으며 이런 방법으로 100만달러가 넘는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푸드스탬프는 생존의 경계선에 서 있는 극빈층에게 최소한의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연방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식품구입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현금화는 물론 불법이다.
1930년대 공황기에 만성적인 농산물 과잉을 해소하고 농가의 파산을 막으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로 도입한 ‘푸드스탬프 플랜’이 효시다.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농산물 과잉 현상도 사라지자 1943년 일단 중단 됐다가 케네디 행정부 때 농촌경제 활성화를 취지로 다시 부활한다.
푸드스탬프는 빈민 구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것을 받는 것을 대다수 미국인들은 수치스럽게 여긴다. 업소에서 푸드스탬프를 내미는 것은 “지금 내 처지가 말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푸드스탬프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방 정부가 전표처럼 생긴 푸드스탬프를 카드형으로 바꾼 것은 수혜자들의 이런 수치심을 헤아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실직자와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푸드스탬프에 의존해 생활하는 미국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체면 따위를 따지기에는 당장의 생활고가 너무 극심하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푸드스탬프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은 총 3,600만명으로 미국인 8명에 1명꼴이다. 특히 푸드스탬프 외에는 다른 수입이 한 푼도 없는 ‘무일푼 실업자’만도 6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 달에 200달러 정도 되는 푸드스탬프로 목숨을 연명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통적으로 푸드스탬프 수혜자를 게으름뱅이와 동일시해 온 백인 보수지역에서 조차 최근 수혜자가 50% 이상 늘어났으며 백인 부유층 지역에서도 수혜자 수가 뛰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그동안 잘 나가던 사람들까지 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드스탬프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주류사회와 달리 한인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여전히 꺼려 한다는 것이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의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푸드스탬프 문의와 신청은 제자리걸음이다.
한 관계자는 “한인들은 다른 웰페어 프로그램은 남용에 가까울 정도로 마구 사용하면서도 푸드스탬프에 대해서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인지 내켜 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이 아직은 견딜만하기 때문이라면 다행이지만 ‘쪽 팔림’ 때문이라면 그리 현명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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