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슐츠회장 복귀 후 뼈 깎는 자구노력… 매출·주가 상승
일단의 젊은이들이 치즈와 동네 빵가게에서 만든 바게트를 뜯어 먹으며 맥주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다. 그러면서 기타리스트의 연주와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광경은 전국의 개별 커피 가게들에서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지금 이 광경은 스타벅스가 소유하고 있는 ‘15th Avenue Coffee and Tea’의 업소 안 모습이다. 시애틀의 첨단 거리인 ‘캐피틀 힐’에 새로 문을 연 2개 업소 중 하나이다. 이 업소는 스타벅스 경영자인 하워드 슐츠가 종업원들에게 “기존의 룰을 깨고 자신을 위한 일을 하라”고 주문한 후 실시된 종업원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이 같은 주문은 고전하고 있는 이 다국적 커피 체인을 되살리기 위해 2년 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슐츠가 쏟고 있는 노력의 일부이다.
“창업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고객 기호 맞춘 커피 제공에
지역 특성 살린 업소 디자인
슐츠는 종업원들에게 창업 회사와 같은 긴박감과 민첩함, 그리고 위험감수 정신을 불어 넣고 있다. 슐츠는 “우리는 길을 잃었다. 창업 때의 초심과 매일 매일의 전투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이기고자 하는 욕망을 다시 되찾고 토론하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회생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조짐들이 보인다. 지난 주 스타벅스는 지난 분기 순수익이 2억4,15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6,4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총 수입은 27억 달러로 4% 늘었으며 동일 매장 매출도 역시 4% 늘었다. 이는 그동안의 하락세를 반전시킨 것이다. 지난 해 스타벅스의 주가는 23달러29센트로 거의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최고치였던 지난 2006년의 40달러보다는 한참 낮지만 말이다.
1987년 6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구입함으로써 스타벅스 신화를 시작한 슐츠 회장이 자신의 회사를 기업인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스타벅스는 더 이상 신생 기업도, 지역 커피 가게도 아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스타벅스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1월 슐츠가 경영에 복귀했을 때 스타벅스는 미국 내 매장들에서 사상 첫 매출 하락을 기록하고 있었다. 2007년 기록적인 2,571개의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면서 한때 성장주였던 스타벅스 주가는 42%나 하락했다. 그리고는 소비자 지출이 줄면서 스타벅스는 한대 더 맞았다. 소비자 지출 감소이 감소하면서 생필품 이라기보다는 호사에 가까운 스타벅스 커피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맥도널드가 에스프레소를 팔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슐츠회장은 새로 문을 연 시애틀 업소의 바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시음하면서 “진정한 커피 체험” “로맨스를 삶에 가져다주는 장소” 같은 표현을 사용해 가면서 스타벅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은 아침마다 서둘러 일터로 향하는 수많은 스타벅스 고객들의 현실에는 와 닿지 않는다. 또 스타벅스의 판에 박힌 분위기가 싫어 좀 더 정성껏 뽑은 커피를 제공하는 지역 커피샵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슐츠가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끝없이 이어져 온 새 업소 오픈을 중단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종업원 1,500명과 해외 업소 종업원 1,700명을 감원하고 나머지 15만명의 종업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커피를 제공할 것인지, 작은 업체 직원들처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고객들은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 충분히 공급할 만큼 대량으로 생산된 종류의 커피만을 맛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들이 특화해 제공하는 커피들은 적은 양만 생산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슐츠는 이것을 바꿔 놓았다. “우리는 한 사이즈만을 제공하는 업소가 아니다.”
슐츠는 마치 신생 업체인 것처럼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전에는 거부하던 전통적 대기업의 방식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해 스타벅스는 고객 리서치를 실시하는 한편 대규모 광고 캠페인도 벌였다. “기업가들은 항상 판을 흔들고 텐트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 한다. 이들은 여기서 생기는 진흙탕과 혼란을 좋아한다. 하워드가 바로 그렇다”고 1990년대 중반부터 슐츠 회장을 알아 온 USC의 ‘리더십 연구소’ 설립자 워런 베니스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슐츠 회장은 좀 더 깊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니스는 “나는 그가 만들어 내지만 경영은 하지 못하는 전통적 기업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슐츠 회장은 해외 매장을 맡고 있던 클리프 버로우스를 시애틀로 불러 들여 미국 경영을 맡겼다. 그가 고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발견한 것들은 기본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새로운 매장 개설이 정신을 쏟고 있던 스타벅스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다.
선벨트 지역 커피 애호가들은 찬 음료를 좋아 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북동부 지역 커피 애호가들은 보통 드립 커피를, 그리고 태평양 북부지역은 에스프레소를 선호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각 지역을 책임진 간부들은 시간대에 따라 나뉜 채 고객들의 기호와 동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별 재편 작업에 나선 버로우스는 “고객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기호가 영향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슐츠 회장은 또 지난 2002년 회사를 떠났던 아서 루빈펠드를 다시 불러들여 업소 장소 선정과 디자인을 책임지는 글로벌 개발 부문 사장으로 앉혔다. 천편일률적인 것을 떨쳐 버리기 위해 루빈펠드는 각 매장에 ‘지역성’의 느낌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지역 특성과 건물의 과거 등을 고려하는 작업이다.
시애틀에 있는 유니버시티 빌리지 업소의 경우 시애틀 윌링포드 지역에서 넘어진 물푸레나무를 베어 만든 긴 공동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 테이블은 밤에 공부하러 몰려드는 학생들을 위해 콘센트들이 설치돼 있다.
또 캐피틀 힐 지역 스타벅스 안에는 골동품 가게에서 찾은 테이블 위에 야생화들이 어울리지 않는 주전자에 꽂혀 있다. 커피 원두는 주문이 들어오면 갈기 시작해 커피를 만든다. 바깥 패티오에는 커피 찌꺼기가 버킷 안에 쌓여 있다. 버킷에는 정원용 퇴비로 필요한 사람들은 가져가라는 손으로 쓴 글귀가 붙어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스타벅스가 새로 오픈한 시애틀의 ‘15th Avenue Coffee and Tea’ 내부 모습.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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