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반 미국에 이민한 한인들 중 상당수가 소규모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인기업종은 가발, 야채, 생선, 의류, 주얼리, 잡화, 리커스토어, 드라이클리닝 등으로 뉴욕일원 주요 거리마다 한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대부분 근면하고 성실한 상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중에는 주7일, 24시간 문을 여는 억척상혼도 보였고 위험하다는 흑인지역을 파고 들어간 이들도 많았다.
흑인들의 대표적인 상가인 할렘, 자마이카, 브루클린, 브롱스, 뉴어크 등에 주로 많이 진출했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객들과 마찰이 생기는 지역마다 상인번영회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당시 흑인지역에서 한인들이 공통적으로 배척받은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한인은 흑인들을 도둑처럼 취급한다, 현지 주민을 잘 채용하지 않는다, 흑인지역에서 돈을 벌어 다른 곳에서 주로 쓴다. 통일교 문선명 교주의 자금으로 장사를 한다는 등 터무니없는 낭설에 휩싸인 경우도 있었다. 일부 지각없는 상인들이 고급세단을 타고 다니며 흑인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 사례들도 더러 있었다. 어쩌다가 고객들과 마찰이 생겨 수습이 잘 안될 경우 집단 불매시위로 번지는 사태도 뒤따랐다. 옆에서 지켜보던 상인들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예방차원에서 공동대처를 위한 방편으로 협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생긴 상인번영회가 점차로 발전해서 지역한인회로 변신한 지역도 있었고 위험이 제거된 후에 자연스레
소멸된 지역도 있었다.
1. 할렘 상인번영회
1980년 초 흑인들의 대표적인 밀집지역으로 맨하탄 125가를 중심으로 한 할렘에서 한인상인들이 번영회를 창립했다. 이 지역에서 한국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침묵보다는 이해와 설득으로 해결을 모색하자는 명분 아래 단체를 발족시켰던 것.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회원이 150명으로 늘어났다. 비즈니스도 잘 되지만 역시 우범지역이어서 위험도가 높은 이 지역 상인들은 1985년 초에 또다시 터진 흑인 불매시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했다.
협회는 흑인 지도자들과의 면담, 지역 경찰연맹(NAACP), 업타운 상공회의소 등과 유대를 갖고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때 성금도 전달했다. 주민들과의 마찰 해소를 위해 번영회는 흑인 커뮤니티와 더욱 가깝게 지냈다. 번영회 간부들이 흑인 행사에 자주 참석도 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증진 외에 회원간 친목도 다졌다. 권익옹호 차원에서 단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김원덕, 김민광, 김채수, 한봉식, 서창선, 허의호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특히 김원덕은 80년대말 한흑친선협의회를 조직해 흑인 지도자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90년대 초 흑인 목사, 언론인 등 지도자 일행 90여명의 한국방문 초청을 통해 한국 알리기 행사를 가졌다.
▲1980년대초 할렘의 한인생선가게 앞에서 벌어진 흑인 불매시위
2. 플러싱 상인번영회(플러싱 한인번영회-플러싱 한인회)
1980년 5월27일 창립, 관내 범죄 예방을 위해 109경찰서 순찰차를 기증한 적이 있으며 82년에는 흑인에 의해 타살된 동포 황성범의 자연사 처리에 항의 결과 타살로 처리되어 보험금을 2배로 지불받도록 했다. 또한 고객과의 다툼 끝에 출동한 경찰관으로 부터 폭행을 당한 차의태 사건을 협회가 나서 항의, 무죄로 만들었고 이 사건 과정에서 퀸즈검찰청과의 접촉으로 동포 검사의 임명을 유도한 셈. 이 지역에서 범죄가 늘어나자 84년 아파트 방범망을 조직, 동포들 끼리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발생 후 이를 경찰에 신속히 알리는 제도를 만들었다. 84년 주민들을 포함하는 한인번영회로 개편했다. 주거지역의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하고 점차 커가는 중국인 커뮤니티와 유대도 가졌다. 협회 사업으로 무료 직업알선, 법률상담, 영사관 민원서류 양식 배부를 통해 현재 순회영
사업무의 효시가 되었다. 초창기 김형락, 이우성, 홍종학, 이종대, 이영일, 박세순, 변천수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89년 플러싱 한인회가 되었다가 2008년 중부퀸즈한인회와 통합, 퀸즈한인회가 되었다.
3.저메이카 상인번영회
1981년 9월에 창립, 바로 전해 동포 운영 청과상에서 종업원과 흑인 임산부 사이에 생긴 시비가 발단이 되어 1주일간 흑인 불매시위가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번영회는 고객과 시비가 생길 경우 반드시 경찰에 신고토록 회람을 통해 알리고 동포 상인들간 단결을 호소했다. 번영회는 이 지역 아프리칸교회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불우아동 후원회와도 협조, 흑인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매년 한 두 차례 모임을 갖고 번영회의 밤 행사에 주민들을 초청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연말에는 여러 흑인단체에 선물을 보내는 한편 교회를 통해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번영회 간부들이 방문, 털모자, 장갑, 스카프 등을 나눠주었다. 또한 유공 경찰관들을 표창하는 등 지역경찰과의 유대도 다졌다. 회원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무료 인컴택스 보고, 법룰 상담 등 종합세미나를 개최하여 효과를 보았다. 정근택, 이헌진, 황순, 김창근, 최형렬, 김남은, 임동준, 김정일 등
이 주도했다.
4. 워싱턴하이츠 상인번영회(업타운 상인번영회)
1980년 맨하탄 업타운 175가부터 190가에 이르는 서부지역에서 비지니스를 하던 동포상인 65명이 순수 친목단체로 지역명칭을 따서 워싱턴하이츠 번영회로 출발했다. 김옥선, 박정준 등의 주도로 관할 34경찰서와 손을 잡고 방범활동을 벌이는 한편 모범경찰관 10여명을 매년 표창했고 지역사회에 대한 한인 상인들의 관심을 표했다. 1983년 임광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업타운 상인번영회로 개명하고 대상을 158가로 부터 200가에 이르는 지역으로 확대시켰다. 친목 외에 방범, 지역사회와 유대 등을 목표로 활동범위를 넓혀갔다. 한편 한인사회 활동에도 폭넓은 참여를 보였다.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고 집행부 임원만으로 협회를 운영했다. 고정일, 차순길 등이 활동적으로 참여했다.
5. 중부퀸즈 한인번영회(중부퀸즈한인회, 플러싱한인회)
1982년 2월 퀸즈중부 한인번영회로 출발했다. 상점을 운영하던 한 동포가 백인고객과의 사소한 시비가 벌어졌을 때 경찰이 차별적인 대우를 했던 사건(차의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고객인 주류사회, 경찰당국과 친밀한 관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한인들도 힘을 키워 항의하는 목소리도 높여야 되겠다는 목표 아래 1982년 2월 우드사이드의 한인 식당에서 뜻을 같이 한 80여명이 모여 퀸즈중부 한인번영회를 창립했다.
회장 전성진, 이사장 윤기윤, 부회장 조준구, 홍승하(엘름허스트), 조병하(우드사이드), 이광복(잭슨하이츠) 등이 초창기 멤버들이었다. 이후로 관할 경찰서, 소방서등과 유대를 갖고 지역 주민들과 연결 창구가 되는 커뮤니티 카운슬에도 적극 동참했다. 커뮤니티 보드 2,3,4와도 유대를 가지면서 지역사회에 동참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한인사회에 전달할 수 있었다. 85년 중부한인회로 개명, 지역한인회로 발전하면서 박윤용 회장 때는 정치력 신장을 위해 유권자 등록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무료건강 진료를 꾸준히 실시했으며 소방서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2008년 플러싱 한인회와 통합을 거쳐 퀸즈한인회의 전신이 되었다.
조종무<언론인,한국 국사편찬위원회 해외사료 조사위원>
할렘의 한흑친선 행사 … 1989년 아폴로 극장에서 열린 할렘 보이스 콰이어 공연의 스폰서 김원덕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할렘번영회 송영배 부회장, 조병창 전 뉴욕한인회장,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 김원덕 회장, 김재택 교수, 닥터 펌블 합창단장, 한복 입은 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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