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해도에 살던 어떤 아주머니.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살기가 힘들어서 집 한 모퉁이를 고쳐서 조그만 식품 가게를 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어찌나 정직하고 친절하게 물건을 팔던지 입소문에 또 소문이 퍼져서 손님은 계속 늘고 장사는 점점 번창했다. 좋은 물건을 싼 값에 파니까 장사가 안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물건을 해오고, 그 다음에는 손수레로 물건을 해 왔는데 장사가 너무 잘되니까 이젠 트럭으로 물건을 해 와야 할 만큼 가게가 번창했다.
하루는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서 부인이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여보, 우리 동네 다른 가게들은 이제 손님이 거의 없대. 저 건너 가게는 아예 문을 닫아햐 할 것 같다더군.” 부인은 생각했다. “건너 가게는 아이들도 많아 쓸 돈도 많을 것이 아닌가?” 부인은 다음날부터 물건을 많이 주문하지도 않았고, 종류도 줄였다. 그리고 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으면 “그 물건은 건너 가게로 가시면 살 수 있습니다” 소개까지 해 주었다. 그러니까 손님이 점점 줄면서 가게도 한가해 졌는데 덕분에 자기 시간을 많이 갖게된 부인은 평소 좋아하던 책도 읽고 틈틈이 글도 쓰기 시작했다. 1964년 아사히(朝日) 신문이 천만 엔 현상 소설을 공모했는데 부인은 여기에 응모해서 일등으로 당선되었다. 부인 이름은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 당선 소설은 그 유명한 빙점(氷點)이다.
미우라 아야꼬의 <길은 여기에>는 아야꼬 자신의 자서전이다. 아야꼬는 1922년 생으로 아사히카와 시립 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군국주의의 광기가 지배하던 시절, 소학교 교사로 7년간 근무했다. 패전(敗戰) 후 아야꼬는 기존의 모든 가치와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무엇인가를 신뢰한다는 것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느꼈다. 깊은 허무에 빠져든 그녀는 정신이 황폐해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흐트러져서 두 남자와 2중 약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파혼과 자살 기도. 그러던 중 발병한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 때문에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요양 생활을 13년 간이나 계속했다. 아야꼬는 삶을 거의 포기하고 다가올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마에까와 다다시라는 소꼽친구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아야꼬처럼 폐결핵을 앓고 있어서 의과대학을 휴학중인 그는 아야꼬의 마음 속에 깊은 허무를 읽고 그를 믿음으로 인도하고자 노력한다.
처음 야야꼬의 반응은 극히 냉소적이였지만 날이 갈 수록 다다시의 신실함과 말씀을 통해 불신앙이 깨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내 다다시와 사랑하게된 아야꼬는 세례를 받고 예수를 영접했는데 그동안 다다시는 2번의 수술 끝에 죽게된다. 다시 절망 가운데 빠져든 아야꼬는 죽은 다다시에게 편지를 쓰듯, 자기처럼 시한부 인생을 사는 많은 환자들에게 위로의 엽서를 써서 보냈다고 한다. 수많은 환자들이 미야꼬의 엽서에 큰 위로를 받고 용기는 얻었는데, 이렇게 남을 위로하는 가운데 그 녀의 병은 점점 나아져서 완쾌되었고 얼마후에는 다다시와 매우 닮은 미우라 미쯔요리라는 청년을 만나 결혼하였다.
아야꼬의 빙점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면서 빙점 붐까지 이르켰을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이르켰던 작품이다. 아야꼬는 빙점의 당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로 접어 들었는데 대표작으로는 <길은 여기에>, <양치는 언덕>, <해령(海靈)> 등이 있다. 아야꼬의 모든 작품에는 “사랑과 용서”가 주된 테마이다. 그녀의 간증대로 자신이 바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고 그의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아야꼬가 다른 환자들을 신실하게 위로함으로 불치의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 이웃을 위해 자기 장사를 양보했는데 이것이 더 큰 선물 더 큰 축복으로 돌아온것, 이런 것들이 다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아야꼬의 글을 읽으며 감사하는 삶, 베푸는 삶, 그리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생각하게 한다.
아야꼬는 많은 독자들의 애도속에 1999년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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