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본부, 시청, 법원 등 관공서 밀집지역인 LA 다운타운 1가와 로스앤젤레스 스트릿 코너에 있는 LAPD 메트로폴리탄 디스패치 센터(MDC). 웨스트힐스에 있는 밸리 디스패치 센터와 함께 LA 시내에서 걸려오는 모든 911 응급전화를 처리한다. 주민들로부터 걸려오는 총격, 강도,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 다양한 911 응급전화를 받아 경찰국 또는 소방국에 신속하게 연결해 주는 MDC 디스패처(PSR)들은 위기상황에 처한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LAPD가 자랑하는 최첨단 MDC를 방문, 급박하게 돌아가는 911 전화처리 현장을 취재했다
80여 디스패처 LA전역서 걸려오는 전화처리
신고자 진정시키고 경찰관 급파 정신 없어
한국어 통역이 필요할 땐 ‘코리안 플리즈’를
지난 11일 오전 11시20분께. 1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널찍한 홀에 배치된 80여 웍스테이션에서 일하는 디스패처들이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응급전화를 받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고요함 속에 긴장감마저 감돌아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2년 경력의 한인 디스패처 로자나 김씨의 웍스테이션에 사우스LA 지역의 가정집으로부터 다급한 콜이 들어왔다.
▲로자나 김: LAPD 입니다.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신고자: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내와 싸우고 있어요. 아내가 칼로 나를 위협하고 있어요. 애가 다칠까 봐 무서워요.
▲로자나 김: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곧바로 경찰을 출동시키겠습니다.
김씨가 능숙한 영어로 신고자를 진정시키며 상황보고를 받는 동안 순찰경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와 아이의 안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전화를 끊었다. 경찰 조사결과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신고자의 말과는 달리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약 2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다운타운 지역에서 한 여성이 911을 돌렸다.
▲로자나 김: 어떤 상황입니까?
▲신고자: 동네 시계판매점에서 명품시계를 비싸게 주고 샀는데 가짜인 것 같아요.
▲로자나 김: 이건 경찰이 출동할 문제는 아닙니다. 가까운 법원이나 로컬 거래개선협회(Better Business Bureau)에 불만신고를 접수하는 것이 어떨까요. 경찰 리포트를 하시겠다면 연락번호를 드리겠습니다.
김씨는 친절히 신고자에게 관할 경찰서 전화번호를 알려준 뒤 통화를 마무리했다.
김씨는 “언제, 어디서, 어떤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감을 떨쳐낼 수 없다”며 “근무 도중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50분 일하고 10분 휴식한다”고 말했다.
MDC에는 현재 240명의 풀타임 디스패처들이 근무하며 각 디스패처가 하루(8시간 기준) 처리하는 911 콜은 일인 당 100~120통. 많을 경우 한 사람이 200통 이상을 받는다.
모든 응급전화는 상황에 따라 ‘Code 3’(당장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 ‘Code 2’(범죄피해나 사고를 당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 ‘Code None’(단순 말다툼, 고성방가 등 시간을 두고 출동해도 되는 경우) 등 3등급으로 나뉜다. ‘Code 3‘ 콜이 들어올 경우 경찰 또는 소방국은 사이렌을 울리며 사건사고 현장에 긴급 출동한다고 밸리 디스패처 센터 마이클 양 LAPD 루테넌트는 전했다.
김씨를 비롯한 디스패처들이 일하는 각 웍스테이션은 6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첨단장비로 메인 컴퓨터와 키보드, 4개의 대형 모니터, 전화기와 마이크로폰, 에어컨·히터, 조명등이 설치돼 있다. 맨 왼쪽 화면과 맨 오른쪽 화면은 경찰과의 라디오 교신 및 콜 트랜스퍼를 위해 사용되며 가운데 2개 화면은 텍스트 메시징과 경찰관 위치 파악, 911 콜 정보 디스플레이가 주요 기능이다.
또 다른 한인 디스패처 스티븐 최(7년 경력)씨는 “대형사건·사고 예방에 일조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911의 경우 생명이나 커뮤니티 안전이 위협받는 응급상황 발생 때 사용하는 번호지만 응급상황이 아니더라도 전화를 건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고 밝혔다.
■ 셸폰 신고시
일반전화로 911을 돌릴 경우 콜러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디스패처의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지만 셀폰을 사용하면 셀 타워(cell-tower)가 근처에 있다고 하더라도 디스패처가 전화한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LAPD는 셀폰으로 911에 전화할 경우 자신이 있는 도시 이름과 응급상황 성격 정도는 디스패처에게 알려줘야 필요한 도움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한국어 통역 서비스
영어가 미숙한 한인들이 911에 전화를 걸어 한국어 통역을 요청할 경우 3자 통화 형식으로 통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전화를 받은 디스패처에게 ‘I need Korean’ ‘Korean please’ 라고 말하면 된다.
<구성훈 기자>
경력 2년차인 한인 디스패처 로자나 김씨가 다운타운 지역에서 들어온 가정폭력 신고 전화를 처리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다운타운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디스패치 센터 내부.
<박상혁 기자>
“가정폭력·교통사고가 최다”
■마이클 양 루테넌트 인터뷰
“911 전화 중 가정폭력과 폭행, 교통사고 관련 콜이 가장 많이 걸려옵니다”
밸리 디스패치 센터 총책임자인 한인 마이클 양 루테넌트(사진)는 “모든 디스패처들은 사회봉사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며 “도전적이면서 영어·한국어 이중언어에 능통한 한인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에 미숙한 한인들이 911에 전화해 한국어 통역을 요청하면 필요한 통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비상사태 발생 때 주저하지 말고 911에 전화할 것을 당부했다.
양 루테넌트는 “가게에서 물건을 샀는데 거스름돈을 제대로 안 받았다고 불평하는 전화, 초등학생이 거는 장난전화, 횡설수설하는 정신질환자의 전화 등 비상사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화도 상당수”라며 “앞으로 상습적으로 911에 장난전화를 걸 경우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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