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외출에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 옷장으로 가니 옷장 손잡이에 아주 예쁜 작은 하얀 드레스가 걸려 있었다.
내가 웬 드레스냐는 듯한 표정을 짓자 집사람이 웃으면서 “여보 손녀가 이제 열 살이 넘으니 제법 계집애 티가 나네요. 그래서 이번 부활절에 입히려고 타이슨스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하나 샀지요. 어미하고 같이 온다니 우리 빨리 저녁 먹고 기다립시다.”
그래서 부지런히 저녁을 먹고 기다리려니 며느리아이가 좀 계면적어 하면서 혼자 들어왔다. 어찌된 것이냐는 표정을 짓자 며느리애가 하는 소리가 이랬다.
“애가 학교 수영 클럽에 들었는데 오늘 모임이 있어 그리로 갔는데, 아 글쎄 애가 하는 말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할머니가 모처럼 사주셨으니 부활절날 한번 입기는 하겠지만 지금 누가 부활절이라고 드레스를 입냐고 하는군요.”
우리 부부는 드레스를 들고 나가는 며느리의 뒷모습을 씁쓰리 쳐다 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 딴에는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이상 피자집이다 중국집 자장면이다 하면서 어울려 시간을 보냈는데 손자, 손녀의 마음을 전혀 읽지도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면서 우리 소위 이민 1세대들이 얼핏하면 1.5세대, 2세대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돕고 어쩐다 하기도 하고, 역사, 민족애 교육 운운하고들 하는데 과연 우리 이민 1세들이 부활절에 하얀 드레스를 사주는 것처럼 그들 세대에 가치, 생활, 삶의 생각을 한 번이라도 생각지 않으면서 내뱉은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생각이 우리와 당연히 같으리라는 가정으로 우리 마음대로 떠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는 1.5세대, 2세대와 공유 할 수 있는 삶의 가치, 정서, 생활 철학을 제대로 깊이 생각하거나 공유할 광장을 소홀히 한 것 같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나는 민족이니, 조국애니, 더 나아가 조국 통일 운운하기에 앞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그들과의 생각을 공유 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 먼저이고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한 뜻에서 나는 감히 말씀 드린다. 그 방법은 오직이라고 까지 말하면서 그것이 문학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일이 생겼다. 이 곳 워싱턴 문인회원 중 33명의 시인들이 그들의 정서와 생활 속에 삶, 그들의 철학을 담은 그들의 시들을 영어권의 1.5세와 2세들과 나눌 영시 번역한 ‘서른세 줄기 바람의 시’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가 무엇을 마음 속에 담고 사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또한 주류 사회분들에게도 태권도, 사물놀이 같은 동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적인 우리 모습도 보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비록 시를 쓰지 못했으나 이 시인들의 첫 걸음을 따라 에세이, 소설로 쫓아갈 욕심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도에 모두 동참하자고 권하면서 33명의 시인들에게 축하와 함께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 나 또한 같이 자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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