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에서 그리스·포르투갈 압도
스페인마저 무너지면 유럽 발 금융 위기
97년 아시안 금융 위기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IMF는 지난 주 원래 450억달러였던 그리스 원조 규모를 향후 3년에 걸쳐 1,200억달러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IMF는 그리스 정부가 도움을 받고 세계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보다 고통스런 개혁 조치를 취하는 것에 관한 협상 마무리를 서두르고 있다. 도미닉 칸-스트로스 IMF 총재는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1,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돈은 IMF와 유로를 쓰는 국가들로부터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유럽 금융 위기 때 흔히 나타났던 것처럼 도와주겠다는 약속보다 나쁜 뉴스가 일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마저 국채 등급이 하향조정된 것이다.
만약 훨씬 규모가 큰 스페인이 무너질 경우 유럽 경제의 5%에 불과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위기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안정을 되찾는 것 같던 증시는 스페인 국채가 스탠다드&푸어에 의해 다운그레이드 되면서 유로화가 폭락하는 등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작은 나라의 은행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여러모로 이번 위기는 금융 위기 방화벽이라는 IMF의 존재 이유를 시험하고 있다. IMF는 작년 G20 국가로부터 7,500억달러의 새 자금을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과거 97년 아시안 외환 위기와 최근 헝가리, 루마니아, 라트비아, 아이슬란드 위기 때와는 달리 유럽 문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유럽 연합(EU) 때문에 IMF의 구제 노력은 제약을 받고 있다.
전 IMF 유럽 담당 국장인 알레산드로 레이폴드는 “바로 그게 문제”라며 “헝가리와 라트비아 때는 어렵지 않게 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나라의 에고 때문에 일이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그리스의 재정 적자가 두 배로 늘어났을 때 도움을 청했더라면 이제는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은 1,200억유로보다 적은 돈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
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폴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IMF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유럽 위원회에 먼저 도움을 청하는 것이 시장도 안심시키고 수십억 유로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가장 두려워 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금 필요로 한 것은 뜻밖의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연방 의회에서는 이미 유럽 금융 위기가 펀드 자금을 고갈시켜 IMF 최대 주주인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리노이 출신 공화당원인 마크 커크 연방하원의원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스페인이 동시에 도움을 청할 경우 그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크 의원은 1982년 펀드 자금을 거의 고갈시켰던 멕시코 금융 위기 때 세계은행에서 일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이미 본 것”이라며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5배나 크며 이를 구제하는 데는 5,0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를 감독하는 하원 예산위원회 멤버인 커크 의원은 이미 IMF가 유럽 금융 시장의 붕괴에 대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청문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채무 비용이 급증하면서 IMF의 도움을 청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협상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IMF는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협상을 맡았던 풀 톰센을 급파, 그리스 담당자인 밥 트라가 해결책을 찾는 것을 돕도록 했다.
관계자들은 그의 임무는 이미 취해진 것보다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그리스 정부로부터 받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에는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공무원 월급을 깎는 것이 포함돼 있다.
논의 중인 긴축 안에는 7,000명이나 고용해 매일 수백만 유로의 적자를 내는 그리스 철도 중 별로 사용되지 않는 구간을 폐쇄하는 안, 공무원 월급 인상의 주원인인 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안, 일반 회사 근로자들이 월급 외에 받는 두 달 치 수당을 없애는 안, 은퇴 연령을 높이고 연금액을 줄이는 안, 경쟁력을 저해하는 지나치게 높은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트럭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안 등이 포함돼 있다.
그리스가 채권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해진 지금 그리스는 사실상 저항할 능력이 없다. 그리스는 이 달 19일에만 80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 주 중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투자가들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 빚을 갚을 것인지에 대해 안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 세계 최대 헤지 펀드의 하나인 브리지워터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투자가들에게 지금 세계의 관심이 스페인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의 경상 수지와 재정 적자가 극히 나쁜 상황”이라며 “스페인의 생활수준은 기존 부채 재융자는 물론 추가 융자가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스페인 국채를 매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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