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엄 후보 ‘불출마’ 내세워 선관위원 전원 자기 사람 임명
재출마 선언하며 박 후보 자격 박탈·무투표 당선 강행 ‘짝짜꿍’
지난 2월 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출범한 뒤 2개월 넘게 진행돼 온 제30대 LA 한인회장 선거 과정을 취재하면서, 이번 선거가 결국 한 편의 ‘코미디’가 돼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직 한인회장인 스칼렛 엄씨가 불출마를 약속한 뒤 박요한 한미동포재단 이사 등 몇몇 인사가 출마를 저울질하다 엄 회장의 ‘말 뒤집기’로 결국 ‘엄 대 박’의 대결 구도가 되는가 싶더니, 결국 선관위의 박 후보 자격 박탈에 이은 엄 후보 당선 공고 강행으로 투표 절차도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LA지역 50만여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한인회 선거가 투표가 이뤄지기도 전에 파행으로 치달은 과정에서 기자가 보기에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양측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조차 사태가 이렇게 된 게 ‘어이없다’는 반응이 많다.
사실 선거 파국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한인회는 회장 선거에서 소위 ‘과열’을 막는다며 모든 선거 활동을 선관위가 관리하고 후보나 운동원이 10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갈 때는 선관위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으로 한인회장 선거관리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그런데 이같은 규정이 후보들의 독자적인 선거 운동이나 활동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규정이 스칼렛 엄 회장이 재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선관위의 구성부터가 그랬다. 처음부터 선관위원 9명이 소위 스칼렛 엄의 사람들로만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정화 선관위원장은 현직 한인회 부회장이자 개인적으로 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고,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면서 추후 선관위에 합류해 박 후보의 자격 박탈을 주도한 인사들도 엄 후보 캠프 측근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스칼렛 엄 회장이 느닷없이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 관리가 누가 봐도 불공정하게 흐르게 됐다. 마치 운동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면서 자기 편 선수를 심판으로 임명한 꼴이 됐다. 이렇다보니 선거 규정 개정과 선관위 임명 등 일련의 일들이 엄 회장이 한인회장을 다시 하기 위해 미리 다 계산된 수순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사태는 누가 봐도 그러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게 사실이다. “스칼렛 엄 회장이나 선관위나 한인사회 대표 단체인 한인회를 무슨 친목 모임인 줄 아는 모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관위와 스칼렛 엄 회장의 ‘공인 의식 결여’에는 취재 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관위의 모든 결정은 비밀리에 이뤄졌고,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회의록도 “정리가 안 됐다”거나 “수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엄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현직 회장이 프리미엄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다른 사람 같았으면 더 유리하게 사람을 임명했을 것”이라며 공인 의식이 있는 단체장이라면 할 수 없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당선증을 받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좋아하는 엄 회장의 모습에서 “우롱당한 느낌”이라고 말한 한인도 있었다.
LA 한인회가 정말 50만 한인들을 위한 대표성 있는 단체로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가 누구의 편을 든다는 차원을 떠나, 한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중립 선관위를 다시 구성하고 선거를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다.
선관위와 스칼렛 엄 회장은 한국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인사가 “규정 자체도 허술한 게 많고 이런 엉터리 선거는 처음 본다. 선거라고 말하기조차도 부끄럽다. 2012년 재외국민 선거가 심히 걱정스럽다”고 혹평한 데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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