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전형적인 수색 및 구조 대상은 미아와 가출 청소년이었다. 농촌지역에서 숲속을 방황하든, 도시의 쇼핑몰 속에서 길을 잃었든 경찰이 찾아나서는 실종자들은 이들 연령층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버지니아 주에선 이 순위가 바뀌었다. 경찰이 가장 많이 찾아 나선 사람들은 더 이상 없어진 아이들이 아니었다. 프리다 매쳇처럼 치매로 기억력의 혼동을 일으켜 거리를 방황하는 노인들이다. 전국적으로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이 같은 노인 찾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관계당국자들은 말한다.
길 잃은 치매노인 계속 증가
미아나 가출 청소년보다 늘어
경찰의 수색·구조 대상 1위로
60세인 매쳇은 알츠하이머처럼 뇌 세포가 손상되는 일종의 치매(dementia)를 앓고 있다. 가장 대표적 증상은 끊임없이 문밖으로 나가려는 충동이다. 혼동의 안개와 기억의 파편들에 휩싸인 그들의 이 슬픈 여정은 때로 위험하며 치명적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건강 통계에 의하면 10명의 치매 환자 중 6명은 적어도 한 번은 이처럼 집을 나가 방황하게 된다는데 그 숫자는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85세 인구 절반이 걸리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5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이 한마디로 시작 되었지요. ‘나 집에 갈래(I want to go home)’…집에 있는데도 말입니다”라고 프리다의 남편 존 매쳇은 말한다. 은퇴한 엔지니어인 그는 이제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근처에서 풀타임으로 아내를 돌보며 산다. 아내는 4년전 치매 진단을 받은 후 10여 차례나 집을 빠져나가 방황했다. 그중 3번은 경찰이 수색작전을 벌인 끝에야 찾아낼 수 있었다. “참 잔인한 병이지요”라고 존은 쓸쓸하게 말한다.
치매노인 수색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이에 필요한 인력의 재훈련 또한 시급해졌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수색대원들은 종래 수칙들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찾아야할 사람들은 길만이 아니라 생각까지 잃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논리적 생각은 그만 하십시요. 여러분이 찾아야 할 대상은 이미 논리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니까요”라고 로버트 샤퍼는 강의실에 모인 경찰들에게 말했다. 은퇴한 FBI 수사관으로 15년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온 아내 새라를 돌본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달 버지니아 범죄사법서비스국 2일 훈련코스에 강사로 초빙되었다.
길 잃은 어린이나 하이커들과 달리 치매환자들은 남의 눈에 뜨이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데 공권력 등에 대해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는 치매라면 특히 더하다고 샤퍼는 설명한다.
“실종되었던 노인을 찾아내는 장소는 다양합니다. 다락방이나 천장 틈새, 잠긴 클로젯에서 찾기도 하지요”라고 은퇴경찰관 진 선더스는 말한다. 그는 11년전 치매노인등을 찾아주는 비영리 회사 ‘프로젝트 라이프세이버’를 시작했다. 이 회사가 고안한 라디오 장치 활용 위치추적 손목밴드는 45개 주에서 사용되는데 치매노인들의 팔에 평소 채워두면 실종시 수색에 도움이 된다.
치매노인들은 보통 담이나 혹은 전기줄을 따라 움직이며 물가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 상상할 수 있는(때로는 자신들조차 알지 못하는) 임무를 다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수색의 비결 중 하나는 우선 그들이 어느 문을 통해 나왔는지 알아내 그 문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노인의 이름을 부르며 찾을 필요는 없다. 자기 이름은 잊어버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치매노인 찾기는 그의 인생스토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서 학교를 다녔는지, 어느 전쟁에 참전했었는지 등등.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망가지면서 점차 후진하는 병이므로 치매노인들은 공간에서만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도 길을 잃은 채 방황하게 된다.
2차 대전 참전 노인들 중엔 군부대나 전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집에서 엄청나게 먼 곳까지 걸어가는 경우도 있다. 버지니아의 한 노인은 며칠 동안 실종상태였는데 그가 오래전 낙농 농장에서 일했었다는 말을 들은 수색대원들의 노력으로 집에서 멀지않은 젖소농장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문득 우유 짜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집을 나선 것이다.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리조나 수색팀의 제임스 랭스턴은 뜨거운 여름 사막을 헤매다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사막의 끝 한 길가에서 치매환자의 차가 발견되었다, 2만 스케어마일 지역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펼쳐졌지만 끝내 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치매노인들은 자신들이 탈수 증세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색하지 못하고 계속 걸어가기 때문에 실종 7시간 정도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라고 랭스턴은 설명한다.
아직은 모든 주가 치매환자들에 대한 수색구조 자료를 집계하지 않은 상태여서 치매실종 케이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오리건의 경우 2008년 14건이던 남자노인 알츠하이머 환자 수색케이스가 2009년엔 26건으로 늘어났다.
수색이나 수색대원 훈련 관계자들 중엔 가족의 치매로 감정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 로버트 샤퍼도 강의 중 때로 아내의 기억을 떠올리며 목이 메었다. 아내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은 겨우 50세 때였다. 그 후 하나 둘씩 기억을 잃어가던 아내는 씹는 법도 잊고, 나중엔 숨 쉬는 법도 잊어가더니 결국 발병 17년만에 사망했다.
아내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문에다 책 포스터들을 붙여 문이 아닌 책꽂이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했었다다는 그는 “내가 아내에게 내가 누군 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의 눈에 가득 찼던 공포와 불안의 빛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말한다. 10여년간 정성껏 돌봐주는 자신의 남편을 알아보았을까? 그때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몰라요, 그러나 당신은 날 잘 돌봐주는 사람이예요”
더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원봉사 구조대원 존 맥클렌드(57)다. 그 자신 치매가 막 시작된 알츠하이머 환자인 그는 “아직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입장에서 수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해서” 훈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위치추적을 도와주는 손목밴드.
은퇴한 전 FBI 수사관 로버트 샤퍼(오른쪽)가 경찰 대상 치매노인 수색 훈련 강의 중 역할 플레이에서 길 잃은 노인 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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