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서울에서 온 이재무 시인의 강연회는 여름밤의 후덥지근하던 내 마음을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그는 “좋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첫말을 이렇게 했다. 생물학자 만하임 쿤은 패러다임에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고 한다. “패러다임이란 당시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기초된 것이다.” 이 말은 절대적, 객관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란 뜻을 내포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즉 시대마다 사람들의 합의가 달라져 다르게 구성될 수 있는 것이 패러다임이란 것이다.
시는 발견의 미학으로 보이는 현상의 이면적 진실이다.
사람들은 앞모습만 주시한다. 우리가 잘 아는 축구 선수 중에 박지성은 평발인데도 노력을 통해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됐다. 우리는 앞면에 보이는 ‘와! 연봉이 얼마인가’에 관심은 있어도 그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 했는가는 생각 못한다는 것이다.
천양희씨의 시 ‘뒤편’이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꽃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이 시에서 현상 너머의 이면적 진실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이미지와 실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중에 파문을 내면서 꽃을 만나면 웃음을, 풀과 나무를 만나면 푸름을, 언덕을 만나면 굴렁쇠가 되는, 환하고 푸르고 둥근 종소리.
그러나 뒤편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구가 있다는 것을 이 시에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앞면과 뒷면은 다르다.
보이는 것에만 주력해 살아간다면 그 삶이 피곤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도 노력을 한다면 인생의 굴곡과 파도를 만나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도 이렇게 되어 있다. “넓은 문은 들어가기 쉬우나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이재무 시인은 시 쓰기에 대하여 잘 알려 주었지만, 한마디로“일상 어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 어법에서 벗어난 일탈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언어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이런 얘기가 있다. 옛날 아버지들의 보편적인 대화를 보면 음식이 맛있어도 절대로 맛있다는 말을 하지 않고 “개 주기는 아깝구먼” 하신단다. 만약 맛이 없다면 단번에 “돼지 주면 되겠다” 하신단다.
대화는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멋쩍어 하시는 아버지들의 말이 그리워진다.
그 강연을 듣고 난 후 나도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게 강연을 이끌어 가신 시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나오니 밖은 어둠이 칠흑같이 쌓여 내 마음은 한국의 옛날 어릴 적으로 돌아가 생각하면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오늘이 가면 영원히 오지 않는 내일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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