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면 다 느끼는 일이겠지만 요즘 날씨가 바뀌기는 분명히 바뀌었다. 전에는 10월 이후부터 2월까지만 겨우 비가 왔지만 요즘은 3월이고 4월이고 없다. 심지어는 6~7월에도 간간이 비 뿌리는 날이 있다. 여름 날씨도 봄가을 같이 선선한 날이 많다.
이런 기후 변화는 한국이 더 뚜렷하다. 지구 온난화 현상 덕으로 전에는 전남 담양 등 한반도 남쪽에서만 자라던 대나무가 이제는 휴전선 근처까지 북상했다. 머지않아 서울에서 바나나를 길러 먹을 날이 올 것이라는 게 농담만이 아니다.
뚜렷한 기후 변화를 실감케 해주는 것이 엄청난 양의 비다. 한국엔 7월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쏟아졌다. 비도 그냥 비가 아니라 물 폭탄 수준이다. 지난달 2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502mm를 기록했는데 이는 과거 30년 같은 기간의 장마철 평균 강수량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서울은 이 기간 571mm로 30년 평균 강수량보다 4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리는 이유로 바다 물 온도의 상승을 꼽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대기의 수분도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면 폭우를 불러 온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나 집이 무너지고 농사를 망치는 부작용은 있지만 숲이 무성해지고 나라 전체가 깨끗해지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닥쳐올 것으로 예상되는 물 부족 현상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우량 급증과 함께 재평가 받는 역사적 작품도 있다. 북한강 상류에 세워진 ‘평화의 댐’이다. 전두환 말기인 1987년 ‘북한이 금강산댐을 방류하면 63빌딩도 물에 잠긴다’는 정부 주장과 함께 국민 성금으로 세워진 이 댐은 한동안 정권 안보용으로 만들어진 대국민 사기극이란 평가를 받았다. 1차 공사 때 600억의 국민 성금 포함 1,800억 원이 들었다.
그러나 그 후 노후한 북한의 금강산댐이 폭우로 무너질 경우 63빌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이 상당 부분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는 조용히 ‘평화의 댐’ 보강 공사를 실시했다. 2005년 완성된 2차 공사 때는 1차 때보다 많은 2,300억 원이 들었다. 그럼에도 완공식에는 말단 공무원인 원주 지방 국토 관리청장만 참석했다.
이제는 이 댐이 급격히 불어나는 한강물의 수위를 조절해 홍수 피해를 막아주는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떤 업적을 평가할 때 정부 발표만 믿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를 비판하는 사람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저러나 서울의 비는 당분간 그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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