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다.
가이트너 장관은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를 과소평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가 미국 금융위기 때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선제적으로 이끈 점을 높이 평가해 자신의 임기말까지 그를 곁에 두려고 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의 50회 생일 축하연에서도 이런 모습은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는 영화배우 톰행크스나 가수 제이 지, 스티비 원더 등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친구와 기부자, 정부 각료 등이 대거 참석해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잠시 얘기 좀 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연회장 밖으로 불러낸 여성은 가이트너 장관의 부인인 캐롤 소넨필드였다.
가이트너 장관의 가족은 가이트너가 장관 직을 조속히 그만두길 원하며 집도 이전에 살던 뉴욕으로 옮겨버린 터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가이트너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며 그를 놔주지 않았고 가이트너 장관이 가족과 직무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되자 대통령이 직접 장관의 부인에게 가이트너가 워싱턴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공화당 내 보수세력인 티파티에서부터 민주당의 진보파에 이르기까지 외부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가이트너에 대한 이같은 집착에 의문을 표시한다.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의 경기침체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월가 금융기관들의 비난을 받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월가점령 시위대로부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며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실수보다는 공이 훨씬 많은 인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꼭 필요한 경제 참모로 여긴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이트너 장관은 동갑내기이기는 하지만 성품은 많이 다르다.
가이트너 장관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다른 주제에 대해 계속 한눈을 파는 스타일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차분히 앉아 일을 구상하기를 좋아한다.
전 백악관 선임고문 데이비드 액셀로드의 증언에 따르면 둘은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한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는 오바마가 왜 가이트너를 훌륭하게 평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이트너는 장관 취임 후 몇주동안 미국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확충시키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은행들의 자본이 취약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민간이나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끌어모아 자본을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이 일부 은행들에 이루어지면서 은행들은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로인해 정부 투자금은 상당한 이득을 내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정부 결정은 민간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며 지금도 의회에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 금융시장을 인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이트너 장관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과감한 정책을 펴도록 조언하지만 유럽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가이트너가 전화를 걸거나 다섯차례 출장을 통해 유럽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유럽 정부는 한 은행이 위험하면 급히 자급을 지원해주고 또다른 은행이 급박해지면 그때 가서야 살려주는 1회용 처방을 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은 유럽 정부들이 가이트너의 조언을 일찍 수용했다면 유럽 금융기관들은 지금처럼 취약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있다.
가이트너의 미국 내 정책 중에도 실패한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의회의 반대 등으로 정부의 선택이 제한되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나 가이트너 장관이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에 따라 경기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은 평가한다.
요즘도 백악관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두고 아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로는 곤경에 처한 주택 소유자들의 편지를 흔들어대며 정부 정책이 주택 경기를 살리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질책한다.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정부가 최대한의 노력을 했느냐는데 의문이 든다. 공공자금을 더 푸는 등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려운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이런 정책을 펴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택압류 사태가 번지는 것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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