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모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한국인으로서 50대 이상의 세대는 아마 대부분이 기억할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인 그의 이름을.
라디오시대였다. 올림픽이 열렸다 하면 라디오 생중계에 귀를 기울였다. 흥분된 아나운서의 목소리. 그러나 대부분이 “아! 아쉽습니다.”로 끝나곤 했다. 대망의 금메달이 또 대망으로 끝난 것이었다. 양정모란 금메달리스트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올림픽 성적이었다.
언제부터였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조차 외우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특이한 현상까지 생겼다. 올림픽에 출전했다. 결승까지 갔다. 그런데 은메달이다. 그런 선수는 마치 역적이라도 된 것 같은 분위기다.
1등, 그것도 세계 1등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 그런 세태가 된 것이다.
한류가 일상의 용어가 됐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눌렀다. 아니, 그 뿐이 아니다. 일본 최대 가전회사 전체의 판매량을 웃돌았다. 현대 자동차의 약진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선박 건조율 세계 1위다. IT의 총아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률 세계 1위다. 제철 조강 생산량도 세계 1위다. 반도체 생산량도 1위다. 오토바이 헬멧 생산, 스키장갑 생산, 또 손톱 깎기 생산율에, 낚시 대 생산도 세계 1위다. 심지어 닷컴 도메인 점유율도 세계 톱 수준이다.
이와 정반대의 부문에서도 한국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낮은 출산율이 그렇다. 자살률, 남성 흡연율, 제왕절개 수술률, 이혼증가율. 이런 것들도 세계 1위다.
한동안 메달 권에서 멀어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다가 한국이 다시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영아 해외입양 율을 말하는 것이다.
미 국무부 연례 국제입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외국으로부터 미국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는 모두 2047명이고 이중 한국 어린이는 734명, 36%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216명의 필리핀, 3위는 196명의 우간다가 차지, 한국은 아프리카, 아시아지역의 빈곤 국가들마저 제치고 이 부문에서도 압도적 1위, ‘빛나는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임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매년 2000명 정도의 한국 어린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고아수출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1위는 이로 끝나지 않는다. 전기가 잘 들어오는데도 양초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한국이고 광우병 구경도 못했으면서도 제일 무서워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너무 자화자찬에 빠져 든 게 요즘 한국인의 모습이 아닐까.
부모가, 또 조국이 외면해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되는 한국의 어린이들.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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