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는 미국 청년들의 학자금 융자 총액이 지난해 8,670억달러로 치솟아 학자금 융자액이 미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사진은 캠퍼스에서 바쁘게 오가고 있는 UCLA 학생들의 모습이다.
연체액 850억달러·체납률 10% 달해
일부는 수십만“어떻게 갚나”막막
상환 힘들 땐 융자기관에 유예요청
미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채가 경제 전반을 뒤흔들‘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1년 간 급증한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채 규모가 8,670억달러 규모로 조만간 1조달러에 육박하게 돼 미 경제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미 실업률은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8.3%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학자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청년 실업자들의 고충과 학자금 부채 실태를 알아봤다.
#1
UCLA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27)모씨는 졸업 후 1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실업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김씨는 부모의 사업체 운영을 돕고 있지만 재학 당시 융자받은 학자금 상환 압박에 고민이 적지 않다. 김씨가 매년 갚아야 하는 학자금 상환액은 수천달러에 달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
다.
#2
올 6월 로스쿨 졸업을 앞둔 최(35)모씨는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변호사 시험 걱정에 앞서 지난 3년간 융자받은 15만달러의 학자금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이지 고민이 태산이다. 졸업을 하게 되면 최씨는 6개월 이후부터 학자금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최씨는 “변호사 시험도 중요하지만 15만달러 빚이 더 큰 문제”라며 “졸업하고 일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면 학자금을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쉰다.
#3
하버드 경제학부와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한인 김(37)모씨는 졸업 후 곧바로 일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직장생활 5년간 학자금 상환에 허덕여야 했다. 재학시절 매년 8만달러에 달하는 학자금을 융자받아야 했던 김씨의 융자액은 수십만달러에 달해 지난 5년간 상환했지만 아직 10만달러가 빚으로 남아 있다. 김씨는 “워낙 학자금 빚이 크다보니 결혼생각은 아직 해보지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졸업과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를 안고 학교 문을 나서는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구직난으로 학자금 파산을 고민해야 하고,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꼬박꼬박 다가오는 융자금 상환일이 두렵기만 하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층은 지난 2000년 6만2,265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12만6,615명으로 2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진학 때 연방 정부와 민간기관에서 각종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은 졸업 후 평균 6~9개월 사이 첫 상환 고지서를 받는다. 때문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이나 단순 저임금 직종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 대학 졸업생 중 단순직종인 소매업소의
캐시어나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총 1만6,558명으로 지난 2000년의 7,883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1990년 3,435명과 비교했을 경우 3배 이상 증가한 것.
■학자금 대출금, 신용카드 빚 넘어서
학자금 빚은 평균 15년 이내에 상환하게 되어 있어 당장 미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와 속도로 학자금 빚이 급증하게 되면 미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미 전국 소비자파산변호사협회(NACBA)는 “당장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와 같은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학자금 융자 체납액이 현 추세대로 늘어날 경우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부채폭탄’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경고했다.
NACBA는 특히 과도한 학자금 부채가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 큰 위험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학자금 대출을 필요한 미래의 대학생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만달러에서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빚을 지고 졸업하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장기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면 이들은 ‘융자금 연체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연방준비은행(FRB)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학자금 융자에 나선 이들 4명 중 1명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학자금 융자를 받은 학생 중 50% 안팎이 학비 인상 또는 부채문제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RB에 따르면 현재 대학생들이 갚지 못하고 있는 학자금 연체액 규모는 850억달러. 이는 전체 학자금 융자 총액의 10%에 해당한다.
반면 현재 미 대학생들이 한해 학자금 때문에 지고 있는 빚은 평균 5,000달러 정도로 10년 전보다 2배나 많아졌고, 학자금 상환 불능상태가 되는 비율도 경기 침체 직전인 2007년 6.7%에서 2009년에는 8.8%로 급등했다.
저금리의 연방 정부 학자금 융자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이자율이 높은 민간 금융기관의 학자금 융자로 몰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간 학자금 융자는 다른 종류의 소비자 부채로 이체할 수 없고 상환관련 조정도 쉽지 않다.
지난해 ‘학생 부채 프로젝트’(Project on Student Debt) 분석에 따르면 대학 학자금이 연방 차원의 학자금 지원금을 넘어서자 민간 학자금 융자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민간 학자금 융자 규모는 2003~2004년 5%에서 2007~2008년 14%로 증가, 같은 기간 민간 융자금액은 65억달러에서 1억71억달러로 증가했다.
최근 민간 학자금 융자의 이자율이 연방 학자금 융자 이자율인 6.8%보다 낮은 3%대까지 떨어지자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간 학자금 융자에 변동이자율이 적용돼 장기적으로 연방 학자금의 이자율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상환유예 신청도 고려할 만
학자금 부채 규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학자금 대출부담 완화정책’을 발표했다. 행정명령으로 시행되는 이 정책은 ▲2012년부터 대학 졸업생들의 학자금 융자 상환금 상한선을 연 소득의 15%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고 ▲남은 학자금 부채를 탕감 받을 수 있는 융자 상환기간을 25년에서 20년으로 줄이며 ▲2012년부터 연방 정부 직접 융자 및 가족 교육융자(Family Education Loan) 프로그램으로부터 받은 론을 하나로 통합, 이자율을 0.5%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방 교육부는 학자금 빚을 지고 있는 740만명이 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민간 융자기관에서 학자금을 대출 받은 청년들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학자금 융자를 담당하는 컨설팅 전문가들은 졸업 후 학자금 상환이 어려울 때는 융자기관에 자신의 현 재정상태를 가감 없이 보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GM 칼리지 플래닝 리처드 명씨는 “현재 한인 학생들은 주립대학의 경우 학비의 82~89%, 사립대학에서는 85~100%까지 학자금 융자를 받고 있다”며 “만약 졸업 후 상환능력이 안 될 때는 상환유예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씨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학자금 상환을 자동 유예하는 경우도 있지만 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인터그랄 에듀케이션 사이먼 이 CPA는 “학자금 융자기관은 부모의 수입과 재산, 학생의 수입과 재산을 기준으로 학자금 융자액을 결정한다”며 “학비 융자방법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졸업 후 상환 어려움을 당할 경우 융자기관의 연방 학비보조(FAFSA) 상환 옵션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학자금 상환관련 웹사이트들(studentaid.ed.gov, www.nslds.ed.gov)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유용하다. 이들 웹사이트에는 학자금 상환유예 방법, 월 페이먼트 방법 및 이자율 조정, 디폴트(채무 불이행) 최신 정보를 비롯해 공공 사업장에 취직할 경우 학자금 상환을 유예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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