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유 수유’ 막았다가 곤욕 치르는 기업들
▶ 기내서 젖먹이다 쫒겨난 엄마 5년 소송끝 사과·보상 받아내 타겟도 엄마들 집단행동 혼쭐 45개주‘공공장소 수유’ 합법화 “최고의 아기 영양식 막지말라”
에밀리 질레트는 2006년 기내에서 딸에게 젖을 먹이다가 이유로 강제하선을 당했다.
수유 중이던 엄마가 종업원들로부터 면박을 당한 휴스턴의 한 타겟 매장에서 아기를 데리고 온 신세대 엄마들이 수유 시위를 벌이고 있다.
6년 전 기내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가‘퇴출’ 당한 여성이 지난 16일 델타를 비롯한 3개 항공사와‘합의’를 보았다. 항공사들로부터 사실상의‘항복 문서’를 받아낸 에밀리 질레트(32)는 공공장소에서의 수유권을 지키기 위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신식 엄마” 세대에 속한다. 질레트는 모유가 아기의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장기 수유를 할 경우 엄마의 유방암 발병 가능성까지 줄여준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유는 아기가 호흡기 감염, 천식, 비만에 걸릴 위험을 크게 낮춰 줄 뿐 아니라 흔히 성인 당뇨병으로 알려진 제2형 당뇨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인 건강 효과야 차치한다 해도 고된 항공 여행에 연발착까지 겹쳐 녹초가 된 유아를 추스를 최상의 ‘보약’은 역시 엄마의 젖이다. 밀폐된 기내에서 아이가 보채게 되면 다른 승객들에게도 본의 아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러나 이륙 전 기내에서 칭얼대는 딸에게 젖을 물린 죄로 질레트는 강제 ‘하선’을 당하고 말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슴을 가릴 것을 요구하며 승무원이 건네준 담요를 거절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합법적 ‘수유 행위’가 공공장소에서의 가슴노출이라는 불법 ‘외설행위’로 해석된 것이다.
지난 6년간 두 명의 자녀를 추가한 질레트는 16일 항공사들과 합의에 이른 후 “탑승 여객기에서 퇴출될 당시 엄마로서의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당했다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자신과 다른 엄마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메사 항공과 메사의 계열사인 프리덤 에어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뉴욕발 델타 항공편 접속을 위한 여객기를 운항 중이었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대형 항공사 델타까지 질레트가 던진 법망의 그물 속으로 들어갔다.
질레트는 이번 합의에 대해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장장 5년을 끌어온 소송은 피고인 메사가 질레트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고 액수미상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법정 밖에서 끝이 났다. 보상금 액수는 양 측이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메사와 지난 2010년 문을 닫은 프리덤 에어라인은 버몬트주 인권위원회에도 2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버몬트 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인 로버트 아펠은 “엄마가 자연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영양식인 모유를 아기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외설과는 거리가 멀다”며 “광고에 여성의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괜찮지만 유방의 ‘자연적 목적’인 수유는 금기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아직까지 공공장소 수유 행위는 연방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전국 50개 주 가운데 45개 주와 워싱턴 DC 및 버진아일랜드가 이를 허용하고 있고, 28개 주에서는 수유 엄마를 풍기단속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외에 미국의 의료개혁법인 ‘환자보호 및 적절한 치료법’에 따라 50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린 회사들은 유아를 둔 여성이 착유기(breast pump)로 젖을 짜낼 수 있도록 이들에게 정기적인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편안하게 착유할 수 있도록 사적 공간도 함께 마련해 주어야 한다. 물론 화장실을 착유실로 지정해선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수유 시비는 종종 전국적인 뉴스로 비화된다. 그리고 일단 공론화가 되면 젊은 엄마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곤 한다. 질레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가 딸에게 젖을 먹이다가 타고 있던 여객기에서 강제 하선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성난 엄마들은 전국 19개 공항의 델타항공 카운터 앞에서 일제히 ‘수유 농성’을 벌였다.
신세대 엄마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별로 꺼리지 않는다. 물론 제약도 거의 받지 않는다. 섹시한 여가수 비욘세는 지난달 뉴욕의 한 식당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후 “모범적인 엄마”라는 호들갑스런 ‘칭찬 릴레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종종 시비가 불거진다.
지난달 하와이 공항에서는 짐 검사를 하던 교통보안청(TSA) 직원이 사단을 일으켰다. 한 여성이 기내로 반입하려던 빈 젖병과 착유기가 문제가 됐다.
사명감에 불타는 TSA 직원은 착유기와 빈 병의 실제 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 여성에게 화장실로 가서 젖을 짜오라고 지시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수유파 엄마들은 공항으로 달려가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총궐기했고,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되어버린 TSA는 사태 수습을 위해 부랴부랴 사과성명을 내놓았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1월에는 할인 소매 체인점인 타겟의 종업원들이 매장 안에서 젖을 먹이던 엄마를 건드렸다가 혼쭐이 났다.
휴스턴에 거주하는 미셸 히크만(35)은 타겟의 여성복 코너에서 배가 고파 칭얼대는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가 종업원들로부터 심한 면박을 당했다.
병풍처럼 그녀를 둘러싼 여덟 명의 종업원들은 “젖을 먹이려거든 남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피팅룸으로 들어가라”고 윽박질렀다.
히크만은 텍사스 주법이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일부는 노출증 환자라도 대하는 양 그녀에게 노골적인 눈총을 쏘아댔다.
기분이 상한 히크만은 타겟 본사에 몇 차례 전화를 걸어 항의했으나 만족스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히크만은 페이스북의 모유권장 단체 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사정을 알렸고, 전국의 신세대 엄마 부대들은 즉각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이들은 12월의 ‘거사일’에 연말대목 준비에 들어간 전국 타겟 점포에 젖먹이들을 들쳐 엎고 나타나 기습적인 수유 농성을 펼쳤다.
사건의 진앙지인 휴스턴 지역의 타겟 매장에는 히크만을 비롯한 50여명의 젊은 엄마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이들이 단체행동을 위해 지정한 페이스북 사이트가 전국에서 올라온 수유 시위 사진들로 뒤덮이고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자 타겟은 부랴부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타겟은 “젖먹이 아기를 둔 고객들은 탈의실 뿐 아니라 매장 어디서건 수유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종업원들에게 우리의 정책에 대해 보다 철저한 교육을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종업원들이 회사의 정책을 숙지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 단순착오라는 해명이었다.
발뺌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항공사들을 상대로 질레트의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 엘리자베스 보에플은 “공공장소에서의 수유를 명시적으로 합법화하는 연방법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주 정부가 유사한 내용의 주법을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적 장치 확보보다는 이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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