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보수세력 반발에 오바마 정부‘진땀’ 의도 안한 임신으로 드는 비용이 피임의 4배 바이애그라는 되면서 피임은 보험제외 불합리
러시 림보(왼쪽)와 샌드라 플룩.
‘뜨거운 감자’피임약 보험적용
피임을 직장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둘러싸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유방암 검사나 임산부 산전 치료와 마찬가지로 피임을 직장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의무적으로 편입시킬 것을 규정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가톨릭교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치권이 두 달 가까이 이 문제로 술렁대고 있다. 가톨릭계인 아베마리아 대학은 지난달 21일 피임보험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캐슬린 시벨리우스 연방 보건부장관을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 대학의 짐 토웨이 총장은 “연방정부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건강보험에 낙태를 포함한 피임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종교기관들에게 법을 위반하든지, 우리의 종교적 신념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아베마리아 대학에 앞서 벨몬트 수녀대학과 콜로라도 기독교대 등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며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피임의 직장 의료보험 커버리지 포함에 대한 구교계의 저항이 정치쟁점으로 번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가톨릭계 대학과 병원 등의 경우 피임을 보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피임약을 구입한 가톨릭 기관의 여성 직원들은 건강보험사로부터 직접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피임과 낙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가톨릭교계의 저항은 그 정도로 가라앉지 않았다. 교계는 피임관련 조항을 전면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고, 11월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오바마 행정부는 종교계의 표심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반면 공화당은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보수진영 라디오 토크쇼의 선두주자인 러시 림보의 거친 입 때문에 다 된 밥에 콧물을 빠뜨리고 만 것.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추진과 1994년 공화당 총선 승리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 림보는 의회 청문회에서 피임비용에 관해 증언하며 오바마의 보험정책을 지지한 조지타운 대학 법학대 학생 샌드라 플룩을 “음란여성” “창녀” 등으로 비하하며 공개적으로 매도, 엄청난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예수교 재단인 조지타운 대학이 학생보험 적용대상에 피임을 포함시키지 않아 연간 1,000달러 이상의 개인 부담이 발생한다”는 플룩의 발언이 나오자 림보는 피임비용으로 연간 1,000달러를 사용하는 여성이라면 “음란하거나 창녀일 것”이라고 조롱했다.
림보의 원색적 반응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진보단체들을 규합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들의 집단적 압력으로 토크쇼 광고주들이 대거 떨어져 나가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수세에 몰린 림보는 결국 샌드라 플룩에게 공식 사과했다.
전국을 강타한 ‘림보 파문’은 다른 한편으로 피임 비용에 관한 일반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 즉 먹는 피임약의 가격은 월 9달러에서 90달러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물론 의사를 찾아가 처방전을 받아야 하니 여기에 진료비를 추가해야 한다.
가장 효과가 확실한 IUD 등 지속형 자궁 내 피임기구들은 의사가 직접 삽입을 해주며 600달러에서 1,0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액수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기준한 것이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피임을 하고 싶다면 공공 보건소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공공 보건소는 넘쳐나는 예약 대기자들로 인해 경우에 따라선 1년 이상 기다려야 겨우 의사를 볼 수 있다.
전국 카운티 및 시 건강공무원협회에 따르면 시 보건국들 가운데 55% 정도가 가족계획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제공받는 ‘타이틀 X’ 재정지원을 토대로 환자들의 소득에 따라 피임 비용을 차등적으로 부과한다. 빈민층 환자는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각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소요 경비의 전액, 혹은 일부를 부담한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지역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미 전역에서 매년 300만명 정도의 여성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임신 건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비율은 저소득 계층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의 제프리 페이퍼트 박사는 경제적 부담으로 저소득자들이 완벽한 피임에 제한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가장 부담이 없는 피임방식은 남성의 콘돔 사용이지만, 콘돔은 찢어지거나 새는 등 가끔씩 ‘오작동’을 일으키곤 한다. 여성의 피임약 복용도 어쩌다 깜빡 잊어먹고 단 하루라도 거르거나 돈이 없어 리필을 하지 못하게 되면 ‘말짱 황’이다. 아닌 말로 ‘싼 게 비지떡’인 셈이다.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기구인 IUD나 ‘임플래논’(Implan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냥개비 크기의 삽입물을 사용하는 여성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이들 제품은 한 차례 삽입으로 3년, 5년 혹은 10년 간의 장기적 피임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계속 피임약을 복용하는데 들어가는 돈과 비교하면 ‘거기서 거기’로 큰 차이가 없지만 보험 커버가 거의 안 되기 때문에 1,000달러에 육박하는 현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현재 거의 모든 보험사들이 바이애그라에 보험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IUD 등 피임기구들은 커버리지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페이퍼트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앞뒤가 맞지 않는 보험정책”이다.
피임약은 제네릭이냐 브랜드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차가 크지만 단지 가격만을 기준으로 어떤 약을 쓸 것인지 정하기 힘들다.
부작용에 대한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여성들은 일단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해 본 후 자신에게 가장 편한 브랜드를 선택한다.
웹사이트(http://www.bedsider.org)를 통해 피임약의 종류와 가격대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10대 임신방지 전국 캠페인’의 사라 브라운은 “모든 여성이 다 제네릭 피임약을 사용할 수는 없다”며 “심장병 환자에게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심장약을 복용하라고 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대학의 페이퍼트 박사는 출산 전 치료와 출산비용으로 보험사와 저소득층 공공 보험인 메디케이드가 지불하는 금액보다 피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가족계획에 지출하는 1달러가 4달러에 해당하는 의도하지 않는 임신관련 경비절감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피임을 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험사들과 납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낙태나 피임은 순수한 경제적 기준에 의존해 풀어내기 힘든 난제 가운데 하나다. 게다기 올해는 말 많고 탈 많은 ‘선거의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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