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루게릭병 연관된 신경독소 연골서 다량 검출 수은 등 중금속 농도도 높아 과학자들“아직 입증단계지만 소비자들 경계심 가져야 해”
▶ 샥스핀 효능‘약 아닌 독’ 일 수도
‘바다의 무뢰배’로 통하는 상어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한 해 최소한 2,900만마리의 상어가 인간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전 세계의 대양을 누비는 상어의 숫자는 이미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상어의 수난은 인간이 좋아하는 지느러미를 지닌 데서 비롯된다. 널리 알려졌듯 상어 지느러미인 샤크 핀(shark fin)은 인기 만점의 영양제와 값비싼 수프의 ‘원자재’다.
샤크 핀 등 상어 연골(shark cartilage)로 만든 영양제는 암을 예방하고 관절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나 최근 마이애미 대학의 과학자들은 상어 연골이 알츠하이머와 루게릭병과 연관된 신경독소를 대량 함유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플로리다주 연안에 서식하는 7종의 상어에서 채취한 연골 샘플을 분석한 결과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이 있는 베타-메틸아미노-L-알라닌, 즉 BMAA라는 신경독소가 다량으로 검출된 것.
지난달 28일 마린 드럭스(Marine Drugs) 저널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이 해머헤드, 블랙노즈, 너스, 불 샤크 등 7종의 상어들로부터 추출해 측정한 연골 샘플의 BMAA 농도는 무려 144~1,836나노그램/밀리그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MAA는 퇴행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일종의 아미노산이다. 2009년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BMAA 농도는 평균 256나노그램/밀리그램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영양제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상어 지느러미의 BMAA 농도가 루게릭병과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 속 BMAA 농도와 비슷하거나 몇 배나 높다는 결론이다. 상어 지느러미 탕의 맛이 싹 가실만한 오싹한 연구결과다.
퇴행성 신경질환과 무관한 질병으로 숨진 사람들의 뇌 조직에서는 BMAA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극소량만이 발견됐다.
상어는 해양생물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적어도 바다에서는 상어가 왕이다. 거의 모든 해양생물이 그의 식사감이다.
상어가 BMAA를 축적하는 경로 역시 먹이사슬을 통해서다. BMAA를 함유한 해초류를 먹이로 삼는 어류와 바다생물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다 보니 상당한 수준의 신경독소를 축적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상어 지느러미 연골로 만든 영양보충제가 만만치 않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비자들은 상어 지느러미의 연골로 만든 영양제가 항암효과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관절과 뼈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이 같은 믿음은 20년 전인 1992년에 대박을 터뜨린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Sharks Don’t Get Cancer)라는 베스트셀러의 영향이 컸다.
이 책에 따르면 상어는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유일하게 암에 걸리지 않는다. 비결은 몸무게의 6~8%를 차지하는 연골이다.
상어의 골격은 뼈와 혈관이 아닌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연골이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암세포 성장을 막는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이후 상어 연골의 암 억제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숱한 연구결과가 발표됐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굳건히 박힌 믿음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더구나 영양제 제조사들이 상어 연골의 효과를 터무니없이 과장해 떠벌리면서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처럼 부풀려진 광고에 업혀 1990년대 말 상어 연골 영양제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연방당국이 단속의 칼을 뽑아들었다.
감독당국의 단속에 걸려든 두 곳의 대형 업체들은 2000년 연방정부와 환불과 배상금 지급에 합의했고, 이를 기점으로 영양제 판매는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2011년 미국인들이 상어 연골 영양보조제 구입에 지불한 액수는 300만달러로 2010년에 비해 15%가 줄어들었다.
마이애미 대학의 과학자들은 영양보조제를 직접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나 그 원료인 상어 지느러미에서 고농도의 신경독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BMAA는 주로 해양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아미노산으로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사이에서 근육 위축증과 신경퇴화를 초래한다.
BMAA가 신경독소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괌의 원주민인 차모로족이 유달리 높은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률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그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이들이 BMAA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대량으로 섭취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론 BMAA가 퇴행성 질환의 확실한 원인으로 꼽히지는 않는다.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고농도의 BMAA가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BMAA 자체가 퇴행성 질환을 초래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다. 아직까지는 “심증은 가지만 확증은 없는”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이애미 대학 신경학 및 약학 교수인 데보라 매시 박사는 “BMAA가 상어, 혹은 상어 연골로 만든 영양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소비자들은 경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시 박사는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되기 전에 공연히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상어의 경우 BMAA뿐 아니라 화학 오염물질은 물론 수은과 카드뮴을 비롯한 중금속의 농도 역시 높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좋은 먹거리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하긴 상어 고기는 상업적인 수요가 없다.
하지만 철갑상어의 경우 캐비어로 알려진 알이 최고급 별미로 인정을 받고 있고, 상어 지느러미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수프로 명성이 드높다.
상어 연골이 돈이 되기 이전에도 샥스핀 수프(shark’s fin soup)에 필요한 지느러미 수요 때문에 상어들은 말 못할 수난을 겪었다.
상어를 잡은 어부들이 지느러미만 떼어낸 채 ‘방생’을 하는 바람에 이들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했다. 지느러미 없이 바다 속으로 던져진 상어들은 대부분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온 동료들의 먹이가 됐다. 지구상에 인간만큼 먹성 좋고, 인간만큼 잔인한 동물도 없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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