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시지·무중력 의자, 숙면 부적, 각종 베개, 소음 제거기에 수면 안내인까지 배치… 체험자들“집에서 자도 이 정도는…”
▶ 낮잠방·코골이 흡수방·숙면 도우미 호텔…
맨해턴의 벤자민 호텔은‘수면 안내인’을 고용, 불면증 고객들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잠 못 드는 밤은 괴롭다.‘새벽에 홀로 눈뜨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밤을 잊은 아침은 피곤하다.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맨해턴의 칵테일 파티장을 한 바퀴 돌다보면 어느 지점인가에서는 반드시 불면증이라는 단골‘화두’와 마주치게 된다. 멜라토닌의 효험에 대한 평가라든지, 코골이 흡수방 등이 누구나 부담 없이 끼어들 수 있는 공통의 화제로 떠다닌다. 물론 6만달러짜리 침대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조금 짜증스러울 수 있다. 두툼한 돈지갑과 얄팍한 수면량 가운데 어느 쪽에 방점이 찍힌 것인지 헷갈린다.
전국수면재단(NSF)이 최근 수면 인식주간을 지정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 밤이 무서운 사람들의 수는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다보니 불면증에 대한 다소 미심쩍은 대응법도 하나둘 씩 추가되고 있다.
첨단 유행의 도시인 파리에는 유럽 최초의 ‘낮잠 방’인 ‘냅 바’(nap bar)가 문을 열었다. 불면증으로 피로에 찌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낮잠 방에는 마사지 의자라든지, 무중력 의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스위스의 그랜드 리조트 배드 라가즈 호텔은 코골이 진료방을 운영한다. 호텔 측은 이 방에 투숙한 고객의 수면패턴을 촬영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불면증에 대한 ‘맞춤식 해법’을 찾아준다.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라만시온 델리오 호텔은 ‘수면 부적’을 제공한다. 이른바 ‘근심 인형’(worry dolls)이다.
호텔 측은 고객의 걱정거리 하나 당 한 개의 인형을 배정해 준 뒤 이들을 베개 밑에 넣고 잠을 청하라고 권한다.
머리를 짓누르던 걱정거리를 거꾸로 머리의 무게로 압박하게 되면 모든 부담에서 해방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고, 아침에는 산뜻한 기분으로 깨어나게 된다는 것. 심리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인도의 ‘수면주술’이란다.
미드타운 맨해턴에 자리 잡은 벤자민 호텔은 수면 안내인(sleep concierge)을 고용, 불면증 고객의 상담에 응한다.
이들은 12가지 종류의 수면 친화적 베개 가운데 고객에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준다. 물론 무료 서비스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마사지사를 불러주거나 핫초컬릿, 우유, 쿠키 등 간단한 야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1주일 간 불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해리 알포드도 입소문을 듣고 벤자민 호텔에 예약을 했다. 호텔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269달러에 방을 예약한 후 수면 도우미와의 상담을 요청하자 곧바로 친절한 목소리의 여성과 연결됐다.
이 여성 종업원은 자신이 전문적인 수면 안내인이 아니지만 베개 선택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호텔 웹사이트에 소개된 12가지 종류의 베개는 재질과 모양새, 감촉 등에 따라 ‘메밀’ ‘모성’ ‘자장가’ ‘스웨덴의 추억’ ‘공단 미인’ 등 독특한 명칭을 지니고 있었다.
도우미는 고객의 취침 자세에 따라 베개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반듯이 누워 자는지 측면으로 누워 자는지, 또 옆으로 누워 잔다면 오른쪽으로 눕는지 왼쪽으로 눕는 형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오른쪽 취침형이라고 답하자 도우미는 곧 ‘스웨덴의 추억’을 추천했다. 이 베개는 ‘믿거나 말거나’ 미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것으로 동작기억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란다. 시간이 지나도 높이가 꺼지는 등의 변형이 얼어나지 않아 편안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따로 손을 볼 필요가 없다는 것. 다른 베개들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해리는 ‘스웨덴의 추억’과 ‘5피트 바디쿠션’으로 결정을 보았다.
방을 예약한 날 고풍스런 벤자민 호텔의 209호실로 들어서자 침대 위에는 무려 6개의 베개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스웨덴의 추억’과 ‘5피트 바디쿠션’은 보이지 않았다. 아래층에 연락하자 호텔 유니폼을 착용한 건장한 대머리 사내가 두 개의 베개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침대에 놓여 있는 여섯 개의 베개는 모두 장식용 소품들이라고 알려주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가까워지자 두 개의 특수 베개만으로는 불면증을 물리치기 역부족이라는 두려움이 일었다. 결국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슬립메뉴’에서 소음 제거기인 화이트 노이즈 머신과 수면안대 등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러나 노이즈 머신이 이미 동이 난 상태여서 대신 물베개를 신청했다.
밤 10시. ‘스웨덴의 추억’은 처음엔 그만이었다. 마치 모래주머니나 약간 말랑말랑해진 거대한 투시롤(tootsie roll)을 베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해 금방 거북해졌다. 물베개로 바꾸자 훨씬 편해졌으나 잠이 찾아들지는 않았다.
20여 분을 뒤척이다 수면 안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내인은 잠이 들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프런트 데스크에 전화해 다른 수면 비책이 없느냐고 묻자 한 블락 떨어진 곳에 ‘두에인 리드’ 약국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긴 엠비엔 세 알이 특수 베개 3개보다 잠을 불러오는 데 훨씬 효과적일 듯싶었다.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해리는 어느 결엔가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잠이었다. 문제는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 3시30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는 것.
스티브라고 이름을 밝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새벽에 잠이 깨면 로비로 내려갈 터이니 포커 상대가 되어주겠느냐”는 질문에 흔쾌히 그러겠노라 대답했었다.
파자마 차림으로 카드를 들고 로비로 내려갔지만 스티브는 이미 퇴근한 후였다. 프런트 데스크의 당직 직원은 스티브의 퇴근시간이 밤 11시라고 했다. 수면 안내인도 자리에 없었다. 그 역시 근무시간이 끝난 모양이었다.
로비에 혼자 앉아 20분간 솔리테어(solitaire)를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새벽 4시15분쯤 잠이 들었다. 눈을 뜬 시간은 7시15분.
몸 상태는 좋았다. 뭐랄까, 최고 상태의 82% 정도였다. 벤자민 호텔은 “만약 집에서 자는 것만큼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하룻밤 무료 숙박권을 제공하겠다”고 광고했다.
해리는 무료 숙박권을 요구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으나 집에서 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전 10시18분. 체크아웃에 앞서 수면 안내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베개는 울퉁불퉁한 유방 위에 머리를 누인 듯한 느낌을 주었고 ‘스웨덴의 추억’은 딱딱하고 묵직한 게 마치 치한 퇴치용 무기 같았다는 평가에 수면 안내인은 다소 거북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해리는 특수 베개를 ‘헬로 키티’ 로고가 새겨진 일회용 반창고에 비유했다. 그는 “헬로 키티 반창고가 신기해 보이고 눈길을 끌기는 해도 지혈 효과는 일반 반창고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만하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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