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 임신 초기부터 과감하게 올려 축하받고 태아 잘못됐을 때도 공지… 위로 받으며 아픔 극복 페이스북, 아기 개별 웹페이지 기능 추가 서비스도
▶ “나 아기 생겼어” “유산했는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웍이나 온라인 포럼을 통해 임신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여성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애슐리 웨버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서둘러 페이스북에 올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임신 4주째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그녀는“두 번째 아이를 갖게 됐다”고 페이스북에‘공고’했다. 남편이 뛸 뜻이 기뻐했고 첫 아들 루크(4)도 동생이 생긴다는 말에 우쭐댔다는 집안 분위기까지 자세히 전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애슐리의 웹페이지는 축하 메시지로 뒤덮였다. 2주 후 애슐리는 페이스북에 또다시 공지사항을 올렸다. 이번에는 태아를 유산했다는 가슴 아픈 내용이었다. 그녀의 웹페이지는 친구들의 격려와 기도, 사랑의 메시지로 홍수를 이루었다. 애슐리는“임신 사실을 일찍 알리길 잘 했다”고 말했다.
애슐리처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웍이나 온라인 포럼을 통해 임신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여성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산은 부부가 침묵 속에 간직해야 하는 비밀로 간주되었으나 이제 그 같은 금기는 허물어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감추어 두었을 법한 신상 뉴스를 공개하는 유명 인사들도 늘어났다.
올해 초 제이-Z는 세계적 스타인 아내 비욘세 놀즈의 유산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랩을 발표했다. 리얼리티 TV쇼 ‘뉴욕시의 진짜 주부들’(Real Housewives of New York City)로 유명세를 탄 후 사업가로 변신한 베서니 프랭클도 최근 ‘태중의 아기’를 잃은 아픔을 털어놓았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 클리닉의 산부인학과 과장인 로저 함스 박사는 “유산을 한 여성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당한 슬픔을 왜 알리려들지 않는지 늘 의아해 했었다”며 “소셜 네트웍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산(miscarriage)이라는 용어 자체가 마치 임신부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 태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듯한 어감을 풍기는 ‘죄책감이 내재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미 산부인과학협회(ACOG)에 따르면 유산은 임신 20주가 되기 이전에 자연적인 경로로 발생한다. 자연유산 발생률은 15~20%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드물지 않다. 더구나 임신 사실을 알기도 전에 유산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아 실제 발생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끔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태반 형성이 시작돼 엉뚱한 유산판정이 나오기도 한다.
유산의 최대 위험요소로는 나이가 꼽힌다. 35세를 넘긴 여성의 유산 확률은 그 이하의 연령층에 속한 임신부에 비해 20%가량 올라간다.
‘임신 공표’가 유행을 타자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프로필 페이지의 ‘프렌즈 앤 패밀리’(Friends and Family) 섹션에 전용 게시판인 ‘Expected: Child’를 추가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만 13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개별 웹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페이스북의 대변인 조앤나 피스는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화에서 이메일, 개인 블로그에서 소셜 미디어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테크놀러지를 이용한다”며 “페이스북은 이 과정을 더욱 손쉽게 만들기 위한 기능을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임신이 아니라 유산일 경우 온라인 공유가 꼭 바람직하지 만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물론 온라인을 통해 답지하는 친구와 가족의 위로와 격려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태아를 잃은 여성이 아직 이에 대해 말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오히려 상실감만 부추기게 된다.
임신 18주에 유산을 한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제나 리매스터는 “페이스북 때문에 상실감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녀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올렸던 임신관련 사진과 글을 모두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정하자 죄책감이 엄습해 왔다.
제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진과 글을 없애야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처’였다.
올해 서른 살인 제나는 “페이스북을 열어보면 임신한 친구들이 올린 불룩한 배 사진이라든지 갓 태어난 아기들에 대한 소식으로 빼곡하다”며 “그걸 볼 때마다 내 빈손이 더욱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산은 곧잘 우울증으로 연결된다. 한번 우울증의 덧에 치이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한다.
위스콘신대 산부인학과 임상심리 학자인 줄리안 즈웨이페이는 설사 온라인으로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해도 유산을 겪은 여성들은 종종 주변사람들로부터 관찰을 당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 유산 사실을 고시하게 되면 이런 느낌은 더욱 확대된다. 은연중에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한 감정관리와 표정관리를 하게 된다.
“여성들은 지나치게 슬픈 모습을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 신파조라는 뒷말이 나올까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행동하는 것도 금물이다. 냉정하고 무심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즈웨이페이는 유산을 한 여성들이 압도적인 죄의식에 사로잡히곤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한 일이나 했어야 했던 일 따위는 유산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도 여성들은 스스로 꼬투리를 만들어 심하게 자책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즈웨이페이는 이를 “동일한 불상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는 일종의 심리적 경계태세”라고 설명했다.
유산을 한지 몇 개월 뒤에 애슐리는 다시 임신을 했다. 임신 4주 판정을 받자마자 그녀는 페이스북에 이 복된 소식을 터뜨렸다.
주변인들은 호된 경험을 한 애슐리가 서둘러 임신 사실을 공표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애슐리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라 믿지만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주변의 도움 없이 나 혼자 버텨내기 벅차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신 8주째 초음파 검사를 통해 쌍둥이를 임신한 것으로 확인되자 애슐리는 지체 없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곱절로 값진 소식’을 전했다.
12주째로 접어든 후 이번에는 쌍둥이 가운데 한 명만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진단이 나왔다. 이 아픈 소식도 곧바로 페이스북에 올려졌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가 빗발쳤다.
애슐리는 “페이스북에 임신 관련 소식을 일찍 올린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함스 박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신참 임신부들이 “지금 친척들에게 알려도 되느냐”고 묻곤 한다며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그는 “별 탈이 없어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경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옆에서 붙들고 거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이 많다면 그것 또한 축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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