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탈나서 ER 한 번 갔다가…
▶ 보험사 지불액 등 상세 설명도 없어“완전 바가지” “다른 병원은 더 비싸다”변명… 합리적 기준 없는 셈
응급실 사용료(visit fee)는 병원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LA 프로비던스 타자나 메디칼 센터 응급실 방문료는 1,288달러, 사이나이 시더스의 방문료는 4,413달러24센트다.
엘라 모서는 지난해 10월‘5,000달러짜리 배탈’을 일으켰다.
당시 열한 살이었던 엘라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자 그의 부모는 황급히 소아과 주치의에게 연락을 했다. 엘라의 주치의는“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응급실로 데려가라”고 권했다.
스튜디오시티에 거주하는 엘라의 아버지 존 모서는 응급실(ER) 비용이 호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인 그의 부친이 병원의 과잉검사와 과다 진료비 청구에 관해 신문지상에 여러 차례 글을 쓴 전문가였기 때문에 모서 역시 주워들은 바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치의의 말대로 맹장염처럼 비교적 돈이 많이 깨지는 심각한 복부질환은 아니라는 생각에 병원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TV 방송물 제작사에서 일하다 실직한 모서는 디덕터블이 5,000달러인 가족 의료보험을 갖고 있었다. 직장 건강보험을 잃은 후 개인적으로 가족보험을 구입하면서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디덕터블이 높은 플랜을 선택했다.
그날 저녁 모서는 딸을 집에서 가까운 프로비던스 타자나 메디칼 센터 응급실로 데려갔다. 접수창구 직원에게 보험 정보를 건네준 그는 응급실 스태프가 불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살피기 위해 ‘1급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스태프는 엘라에게 링거주사를 꽂으려 들었다. 링거액은 단순한 생리 식염수였다. 모서가 “복통 환자에게 식염수 주입이 꼭 필요한가” 묻자 스태프는 “그렇지 않다”고 솔직히 답변했다. 모서는 링거주사를 생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사가 복부 초음파 검사를 추천했을 때에도 모서는 유용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나 “필수불가결한 조치는 아니지만 초음파 검사를 통해 미심쩍은 다른 중병 가능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응급실에 들어가 검사를 받는 동안 엘라의 복통은 신속히 가라앉았다. 검사 결과 역시 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배탈’이라는 진단이 나온 후 부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했다.
그러나 며칠 뒤 집으로 날아든 의료비 청구서에 모서는 장이 비비 꼬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선 응급실 방문료(visit fee)가 1,288달러였다. ER 문을 들어서는 순간 1,300달러 가까운 사실상의 ‘입장료’가 부과되는 셈이다. 여기에 복부 초음파 검사료 1,135달러, 혈액 검사비 1,212달러가 덧붙여졌다. 원무과의 ‘행정착오’였겠지만 모서가 취소시킨 생리 식염수 비용 158달러까지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을 합산한 총액은 4,852달러55센트.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얼마 후 진료비 및 의사 진찰비 명목으로 각각 540달러와 309달러가 추가된 고지서가 당도했다.
모서는 고지서를 받아본 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4,852달러55센트짜리 고지서는 다른 의료비 청구서가 대부분 그렇듯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지서에는 “건강보험 플랜에서 지급된 액수를 제한 귀하의 부담액은 2,571달러85센트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보험사가 지불한 정확한 액수를 명시하지 않았고, 디덕터블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엘라의 할아버지인 예일 대학의 마빈 모서 교수는 병원 측의 청구액을 전해들은 후 펄쩍 뛰었다. 그는 “전국 어디서건 ER 경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일반 상식에 속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타자나의 청구액은 너무 심하다”고 주장했다. 마빈 모서 교수는 특히 혈액검사 비용으로 1,212달러가 나온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혈액검사는 테크니션이 담당한다. 환자의 피를 뽑아 혈중 화학물질을 검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실제로 인터넷을 뒤져보면 39달러에 혈액검사를 해준다는 랩(lab) 광고가 여러 개 떠다닌다.
모서 교수는 청구된 액수도 믿기 힘들지만 손녀에게 혈액검사가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USC에서 병원 경제학을 가르치는 글렌 멜닉은 타자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병원들이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청구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응급실 비용은 제멋대로 춤을 추는 ‘허구의 수’라고 지적했다. 병원 측이 산정한 ER 서비스 청구액과 실제 들어간 비용, 그리고 병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지불액은 서로 다른 궤도에 놓여 있다.
여기에 치료비의 지불 주체가 누구인지, 병원 측과의 가격 흥정을 했는지 등의 조정 요인에 따라 청구액수가 오르내린다. 환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시스템이다.
병원이 도대체 얼마를 청구할지 환자들로서는 사전에 알 도리가 없다. 생각보다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병원들도 할 말이 많다. 무보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손실을 입고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타격을 입는다며 앓는 소리를 낸다.
멜닉은 병원 측 주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차대조표를 맞추기 위해 의료가를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엘라의 ER 사용료로 타자나는 1,288달러를 청구했지만 노인층을 위한 공공보험인 메디케어가 지급하는 수가는 실제 비용에 근접한 300달러 정도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 //www.oshpd.ca.gov/chargemaster)에는 주내 병원들이 부과하는 항목별 서비스 수수료 일람표가 떠 있다. 여기에 보면 타자나가 1,212달러를 부과한 혈액검사를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칼 센터에서는 786달러45센트, 로널드 레이건 UCLA 메디칼 센터에서는 350달러에 받을 수 있다.
타자나의 대변인 패트리샤 아이뎀은 배탈환자인 엘라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했을 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뒤집어 씌웠다는 모서 교수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이뎀은 “한 어린이의 생명이 타자나 응급실 의료진의 손에 맡겨졌고, ER 스태프는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주정부의 웹사이트를 인용, “우리보다 훨씬 높은 치료비를 책정한 병원들도 많다”는 ‘물귀신 작전’까지 구사했다.
예컨대 타자나는 복부 초음파 검사료 1,135달러를 청구한데 비해 웨스트힐스 메디칼 센터가 웹사이트에 밝힌 검사비는 2,678달러로 두 배 이상 비쌌다. 게다가 시더스의 응급실 방문료는 무려 4,413달러24센트로 타자나의 청구액인 1,288달러의 세배를 웃돌았다.
타자나는 5,000달러의 배탈 치료비로 입방아에 오른데 대해 적극적인 자기 변호를 시도하려 들었으나 결과적으로 병원의 의료비가 얼마나 인위적으로 책정되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셈이 되고 말았다.
동일한 검사나 치료를 두고 병원별로 청구비가 극적인 진폭을 보인다는 것은 이를 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독단적인 가격 책정이다.
예일대의 모서 교수는 “연방 대법원이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법에 대한 위헌심사에 들어갔지만 의료 시스템 안에 끼어든 이 몹쓸 허구부터 바로잡지 않는다면 치솟는 의료비용과 보험료에 관한 정직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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