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도 넘는 곳서 화끈하게 운동‘극한의 체험’ “땀과 함께 몸 속 독소 쏟아내면 심신이 개운” 전문가들“심리적 만족일뿐 특별한 효과 없어”
▶ 뉴욕·LA 중심으로 급속 확산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퓨어 요가에서 회원들이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내온도 화씨 105도. 이 정도면 딱 찜질방 수준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증탕이 아니라 뉴욕의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퓨어 요가’ 센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공간에서 수련생들은 발레에 기반 한 플리에이 스쿼트(plie squats) 연쇄동작을 펼친다. 모두가 땀범벅이다. 지난 3월의 마지막 토요일, 퓨어 요가센터의 강사인 케이트 알바렐리(31)는 땀으로 멱을 감은 원생들을 향해“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실내온도를 화씨 110도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16명의 여성 수련생들은 그녀가‘5분간 휴식’을 제안하기라도 한 듯 일제히 환호했다.
운동이라기보다 차라리 종교적 고행에 가까운 ‘찜질방 요가’가 뉴욕과 LA의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증요가의 수련생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는 운동 중독자들이다. 이들에게 땀은 운동효과를 재는 척도다.
화씨 100도가 넘는 실내에서 운동을 하면 심장은 굴착기처럼 요란스레 뛰고 근육은 유연하게 풀어진다.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거야 더 말할 나위 없다.
땀은 이들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처럼 물 흐르듯 하는 땀을 수련생들은 몸 안의 독소를 씻어내는 확실한 세정제로 여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다.
이 분야의 선발주자 가운데 한 명인 ‘더 뷰’(The View)의 수퍼바이징 프로듀서 알렉산드라 코헨(42)은 “심혈관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한증실에 죽치고 앉아 땀을 빼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이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원스탑 요가센터를 개원했다”고 밝혔다.
일단 물꼬가 터지자 유속이 빨라졌다.
‘불가마 솥’의 열기 속에 필라테즈(pilates), 캐틀벨, 단체 사이클링 등으로 땀을 빼는 체육관과 스튜디오가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수를 늘려가자 이들 사이의 ‘열기 경쟁’ 역시 도수를 높여갔다.
‘뜨거운 곳’을 좋아하는 불나방들은 실내온도가 최소 90도 이하인 체육관에는 아예 걸음을 하지 않는다.
체육관의 보편적 실내온도는 미국 스포츠의학 대학이 권장하는 68도에서 72도 사이. 참고로 맨해턴의 역대 야외 최고기온은 섭씨 106도이다.
알렉산드라는 106도의 찜통 속에서 바크람 요가의 26개 연속동작을 하는 정도로는 원생들이 만족해하지 않고 빠른 동작의 핫 파워 요가는 너무 쉬워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털어놓는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뜨거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그녀는 브라질의 전통 무예 카포에이라와 폭발적인 동작을 특징으로 하는 요가 스타일 빈야샤를 맨손체조, 웨이트 트레이닝 등과 결합시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카를로스 로드리게즈를 찾아갔다.
이 둘이 손을 잡고 만들어낸 1시간짜리 요가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끔직한 ‘지옥훈련’이었다.
코헨은 수련생 한 명당 4개의 매트를 제공한다. 체온보다 뜨거운 실내에서 펼치는 ‘지옥 요가’는 원생들의 땀샘을 수도꼭지처럼 틀어놓는다.
이들이 흘린 땀으로 매트가 온통 젖게 되면 나란히 배치해 둔 옆의 매트로 옮겨가 운동을 계속한다. 그렇게 한 시간을 뛰고 나면 4장의 매트는 온통 땀으로 번들거린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게 만드는 한증막 요가는 체지방을 녹이지도, 체중을 줄이지도 못한다. 그저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데 그칠 뿐이다.
맨해턴의 요가 강사 로렌 바셋(41)이 ‘데이빗 버튼 짐’을 운영하는 콜 맥다너와 합작해 지난해 출범시킨 ‘바셋스 부트캠프 포 퓨어’의 75분짜리 필라테즈 마루운동은 고강도 심폐운동과 요가의 크로우 동작, 코어운동(core work)을 번갈아 구사, ‘마리 클레어’ 잡지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힘든 체조로 소개됐다.
화씨 91도의 실내에서 이뤄지는 ‘신병 훈련소(부트캠프) 요가’가 소개되기 무섭게 회원들의 예약이 쇄도, 순식간에 수주일 분의 정원이 차버렸다.
3월의 어느 일요일, 부트캠프의 회원들은 점프와 스쿼트, 푸시-업을 거쳐 코어운동의 기본인 플랭크로 마무리했다.
이들은 팔굽혀 펴기 자세를 취하며 75분 간의 운동을 마쳤는데 음악이 중단되자 느닷없이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회원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매트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였다.
땀 빼기에 맛 들린 ‘극렬분자’들은 어느 클럽의 어느 장소가 제일 화끈한지 빠삭하게 꿰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카린 윌크(45)는 난방기 바로 아랫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한발 앞서 운동실에 나타난다.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운동을 통해 극한상황을 체험한다”며 “생지옥을 견뎌낸 사람을 흔들 만한 일은 달리 없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매사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증막 운동이 힘들긴 하지만 온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는 100도 근처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말했다.
코네티컷 대학 신체운동학 교수이자 코레이 스트링거 연구소의 운영담당 최고책임자(COO)인 더글러스 카사 박사는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안전을 해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코레이 스트링거는 2001년 열사병으로 숨진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오펜시브 라인맨이다.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우는 물론 ‘팝의 여제’ 마돈나의 개인강사로 활동했던 트레이시 앤더슨은 운동 때 안전과 근육변화를 촉진시키는 최적의 실내온도는 86도이고 습도는 65%라고 밝혔다.
카사 박사도 “최소한 발한효과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최상의 조건”이라고 동의했다. 그는 “증기실 운동의 경우 체내수분이 충분하고 신체가 잘 단련된 사람들만이 해야 하며 그들 역시 한도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뜨거운 실내에서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힘이 더 들고 열량소모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정온도에서처럼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기는 힘들다. 종합적으로 따지고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땀으로 몸 안의 독소를 씻어낸다는 이른바 세척론에 대해서도 카사 박사는 “말짱 헛소리”라며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열 벌레들의 ‘본산지’로 자리매김한 퓨어는 지난 2월 이 클럽의 간판운동을 ‘한증막 버전’으로 바꾸었다. 발레 연습실의 안전레일을 이용한 바(barre) 운동은 지난 4년간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나 몇 달 전부터 실내온도를 파격적으로 높여 달라는 회원들의 성화에 시달렸다.
바에 기초한 다양한 스타일의 체조는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점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 땀을 멀리하는 ‘말쑥한 운동’은 적어도 퓨어의 회원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뜨거워야 팔린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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