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동 선 (전 한인회 회장)
얼마 전 한국에서 선거가 있었다. 한 야권 출마자의 막말 논란이 선거의 판세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끼치더니, 한 유명 개그맨이 무명시절 내뱉은 말로 인해 은퇴를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말이 가지는 힘과 책임,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부활을 앞두고 사순절 피정이 있었다. 작은 형제회 젊은 수사님의 지도로 짧은 일정이었지만,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사순의 실천 덕목을 제시하셨는데 단식과 자선, 기도라는 늘 듣는 평범한 단어들이 절제되고 청빈한 삶을 사는 수도자를 통해 들으니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단식을 통해 청각 미각은 물론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 나고, 자연에서 마주한 빛과 소리까지 놓치지 않게 되더라는… 결국 결여됨은 끊임없이 갈망과 절실함으로, 부족함을 찾아가는 과정은 차라리 존엄한 생명체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하는, 그 수사님의 조금은 어눌한 한마디 한마디 말씀에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나는 그 순간 엉뚱하게도 진심을 담은 말의 위력을 새삼 느끼며, 꼭 웅변이나 달변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고 있었다. 약이 되는 말 한마디는 한사람을 감화시키고 인생을 변화시키지만, 독한 말은 어떤 한사람에게 평생 가지고 가야하는 상처로 남을 수 있음을 살면서 깨닫는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필립보 네리(1515~1595) 라는 성인이 있었다. 고해 사제로 명성을 얻은 필립보 성인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도 유명한데, 항상 남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이웃집 여인의 나쁜 버릇을 고쳐준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어느날 그 여인이 고해성사를 보러 왔는데 새의 깃털로 만든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필립보 성인은 깃털가방을 달라고 하더니 그것을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당황해하는 여인에게 땅에 흩어진 깃털들을 다시 주워 모으라고 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예요”. 그 여인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성인은 잠시 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이 남을 험담한 것도 다시 되돌려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필립보 성인의 이 일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함부로 내던진 말은 흩어진 깃털처럼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남의 말을 참 쉽게 한다. 보지도 듣지도 않은 일을 남에게 전달하는 충실한 매개체가 되는데 도무지 주저함이 없다. 이제는 가시 난 바늘 같은 말이 아니라 남들에게 선행은 베풀진 못해도 돈이 안 드는 말로 이웃에게 향기를 전하며 사는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남을 평가하는 무서운 말보다는 칭찬하고, 감사하는 말이 나를 부자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저축하시기 바란다.
흔히들 “나 믿지?” 하고 말한다. 믿음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심지어 우리가 종교를 갖고 믿는 일에도 실천하기보다는 말이 앞서는 사례를 참으로 많이 본다. 명심보감에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 같아서,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이롭게 함은 소중한 것이 천금으로 값나가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속상하게 함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다’.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利人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고 했다. 이제는 가시 난 바늘 같은 말이 아니라 남들에게 선행은 베풀진 못해도 돈이 안 드는 말로 이
웃에게 향기를 전하며 사는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남을 평가하는 무서운 말보다는 칭찬하고, 감사하는 말이 나를 부자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저축하시기 바란다.
말은 인격이다. 어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겠는가? 험담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험담의 화제가 되는 사람,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하지만 가장 많은 상처를 입는 사람은 바로 험담을 한 자신이죠. 남을 평가하는 무서운 말보다 칭찬하고, 감사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온기있는 말이 오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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