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스 LA 비롯 지역별 인종 구성 크게 변화 흑인-히스패닉-아시안, 상권과 노동시장 등 갈등 표출 인종 간 교류 확대로 상호 이해폭 확대 긍정적
▶ 한 -흑^한-히스패닉 등 인종갈등의 현주소
4.29 LA폭동의 진원지였던 사 우스 LA지역 플 로렌스와 노르 만디 코너에 있 는 탐스 리커스 토어 한인 업주 제임스 오씨가 지난 20일 한 흑인 고객과 주 먹을 부딪히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로드니 킹 사건으로 상징되는 흑백 갈등이 도화선이 됐지만 4.29 LA폭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작 흑인도, 백인도 아닌 바로 한인이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4.29 LA폭동은 미 인종 갈등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최초의 다인종 폭동 사건으로 기록된다. 과거 흑백 갈등이 전부였던 미국 사회의 인종갈등 양상이 다인종간 갈등 양상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첫 사건이었던 셈이다. 폭동 발생 20년이 지난 지금 표면적으로는 폭동의 상흔은 가시고 인종적 평화 상태가 유지되는 듯하지만 미국 사회는 그간 다인종적 분화 양상이 심화됐고, 인종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특히 전통과 문화가 서로 다른 그룹이 각기 분리된 지역 사회를 이루며 분리와 고립 속의 평화가 유지됐던 과거와 달리 인종별 지역사회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는 현재는 과거와 다
른 양상으로 인종 갈등이 전개되는 새로운 위험을 내포하게 됐다. 4.29 LA폭동 20년이 지난 2012년 한인을 둘러 싼 인종적 환경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빠른 분화를 보이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인종 갈등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갈수록 분화하는 인종갈등
인종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종간 갈등구조도 변모했다. 흑백 대결이 전부였던 인종갈등은 한인과 흑인, 흑인-히스패닉, 한인-히스패닉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인종적 분리와 고립구조가 분명했던 과거와 달리 지역별 인종 구성 균형이 깨지면서 내재된 갈등의 씨앗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LA사회의 주류는 80%를 차지하는 백인이었지만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이민 인구가 쏟아져 급격한 인구 구성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제 LA 주류는 41%를 넘긴 히스패닉계가 되었고, 37%로 밀려난 백인은 이미 LA의 소수계가 됐다. 한인 등 아시안이 11%, 흑인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인종 구성비가 변하면서 인종간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다. 폭동의 진원지였던 사우스 LA의 경우, 대표적인 흑인거주지였지만 지금은 빈곤층 흑인 주민들과 히스패닉 초기 이민자들이 뒤섞여 사는 지역이 됐다. 몰려드는 히스패닉 인구와 숫적으로 열세가 된 흑인빈곤층 주민들이 일자리를 경쟁하면서 두 인종 간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4.29 이후 히스패닉계 시장을 배출한 LA는 공직에서도 흑인과 히스패닉의 대결 양상이 나타났고, 아시안계와 히스패닉은 지역 상권과 노동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같은 소수계 이면서도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진 흑인과 이민자들의 갈등도 잠복해있다.
■갈등 불씨:빈곤의 인종적 양극화
인종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라파엘 소넨세인 교수는 “LA 역사상 이런 인구 변화는 처음”이라며“ 이는 흑인공동체의 정체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종 구성의 급격한 변화 양상을 지적했다.
문제는 인종 분포는 변했으나 폭동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주민들의 사회, 경제적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뉴욕타임즈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빈곤층 흑인 주민들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많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기꺼이 일을 하는 등 경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높이 올라간 새로운 건물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정부나 교회 등 비영리 기관이 주도한 것. 범죄율은 줄었지만 고교 중퇴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빈곤층 흑인 주민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고 공사장 일자리에 뛰어드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향해 강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20년 전과 같은 사회 불안의 씨앗이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셈이다.
흑인 부동산 업자인 대니 베이크웰은 “우리는 히스패닉이 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 우리가 취직하지 못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어디서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양극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언제든 20년전과 같은 흑인폭동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어 주목된다.
■잠복한 한-히스패닉 갈등
4.29 LA 폭동 20년이 지난 현재 한인들이 경험하는 급격한 변화 중 하나가 히스패닉계와 관계이다. 한인 업소대부분이 히스패닉계 직원을 고용하게 되면서 과거 업주와 고객으로 접했던 한흑 관계가 이제는 고용주와 종업원의 관계의 한-히스패닉 관계로 인종적 환경이 달라졌다.
한흑 관계 못지않게 이젠 히스패닉 종업원들과의 원만한 노사 관계 설정 문제가 한인사회의 당면과제가 됐다. 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나 요식업계, 마켓 등 한인 업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노사 문제가 히스패닉 종업원들과 한인 업주 사이에 발생하고 있어 업주 입장인 한인들의 다각적인 관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오버타임 페이, 휴식시간 제공, 임금 체불, 인격적인 모욕 등 가장 기본적
인 노동 조건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한인 업주들의 자세 변화만으로도 관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 업주들은“ 한인사회가 먼저 히스패닉계 커뮤니티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빈곤층 히스패닉 주민들을 접하는 한인 업주들의 고압적인 자세도 달라져야 갈등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흑 갈등 요인도 여전
4.29 이후 지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오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온 한흑 관계는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지만, 흑인 밀집지역에서 사업체를 두고 있는 한인 업주와 흑인 고객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는 개스값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인종갈등으로 비화될 뻔 했던 댈러스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 발단은 지난 1월9일 달라스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가 흑인 목사 제프리 무하마드와 개스값을 놓고 벌인 말다툼이었다. 한인 업주는 무하마드에게 “아프리카로 가라”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면서 말다툼은 흑인 주민들의 항의시위로 확대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고, 흑인 민권단체
까지 개입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이 사건은 한인 업주들의 인종적 무
지와 편견이 한흑 갈등을 재연시킬 수도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종 갈등 인식은 점차 개선
지난 20년간 인종 갈등의 양상이 달라졌지만 4.29 LA 폭동의 교훈은 LA주민들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이 4.29 LA폭동 20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인종갈등 인식 조사에 다르면 LA 주민들의 대다수는 인종 갈등이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8%가 ‘LA에 다양한 인종들은 서로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고, 인종갈등이 있다고 응답한 주민은
27%에 그쳐 인종 갈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완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종별로는 백인의 경우 76%가 ‘인종 갈등이 없다’고 답한 반면, 흑인은 66%, 한인 등 아시안계와 히스패닉계는 64%가 타인종과 잘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백인 주민과 큰 인식차이를 보여준 것으로 인종 갈등 문제가 백인을 제외한 소수계 인종끼리의 갈등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폭동 이후 타인종 커뮤니티간 교류를 확대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인종간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있는 것도 앞으로 인종간관계 개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 김 상 목 기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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