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 삶이 주는 스트레스 극복 못해 대부분 이혼이 결혼생활 5년 내 일어나 힘들 때 서로의 지지자가 돼주는 커플은 신혼시절보다 부부 간 만족감 더 높아져
▶ 환상이 환멸로, 결국 파경까지…
지난해 7월 결혼한 카를로가르비엘 레이스(33)와 그의 아내 야니라 레이스(29)는 요즘 이사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신혼생활의 첫 1년은 꿀처럼 달콤하다.‘밀월’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신혼’이‘구혼’이 되는 것은 잠깐이다. 신혼 무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지는 밀월의 방파제로 밀려드는 실생활의 파도 높이와 사방에 복병처럼 매복한 스트레스에 신참 부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르면 스트레스는 주변인들을 적 아니면 동지로 양분할 것을 강요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시험으로 정의한다.
배우자가 ‘원수’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결혼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식되는 순간, 신혼의 꿈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전쟁 같은 기혼생활의 막이 오른다.
솔직히 요즘 새로 탄생하는 커플의 3분의 2가량은 무늬만 신혼부부다. 동거를 거쳐 결혼에 이른 커플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에게 신혼이라는 수식어가 합당한지 조금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거와 결혼은 확실히 다르다. ‘중고 신혼부부’들도 결혼이 둘 사이의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도 ‘신혼’의 개념은 유효하다.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결혼생활의 초기단계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다. 이 기간은 부부 사이의 감정이 가장 큰 진폭을 보이는 시기다. 관계의 측면에서 보자면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예측불가’의 시간대다.
대부분의 이혼은 결혼 후 5년 이내에 이뤄진다. 이 시기는 학업을 마친다거나 이주를 한다든지 아이가 생기는 인생의 전환기에 해당한다. 변화는 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삶의 방향이 휘어지는 변곡점에서 스트레스는 만수위까지 올라간다.
변호사 부부인 카를로가르비엘 레이스(33)와 그의 아내 야니라 레이스(29)는 2006년 법대 1년생이었을 때 처음 만났다.
변호사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지만 레이스 부부는 이를 집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둘러싸고 잔뜩 열을 받은 상태다. 내 집 장만에 대한 감정적 반응 차로 실랑이를 벌이는 횟수가 잦아졌다. 바쁜 일과 탓에 집을 보러 다니기가 쉽지 않은 남편은 “지금 당장 거처를 옮겨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느긋한 입장인 반면 야니라는 한시바삐 ‘동거시대’의 잔재를 털어내고 새로운 출발의 증표를 갖고 싶어 한다. 둘은 지난해 7월 결혼하기에 앞서 현재의 거처인 야니라의 아파트에서 1년간 동거했다.
카를로가르비엘은 “어느 한쪽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한쪽이 이를 덜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부부”라며 “어떤 상황에서건 둘이 합심해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차근차근 헤쳐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LA의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데이팅 웹사이트 운영업체 e하머니(eHarmony)가 남가주의 신혼부부 602명을 상대로 지난 2008년에 시작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부부관계를 손상한다는 통설은 ‘부분적 진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14년까지 계속되는 e하머니 연구의 중간 결과는 또 배우자의 지지가 만성적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e하머니의 선임 연구개발국장 지안 곤자가는 배우자의 도움 제공방식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데 적절한 것인지 여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위로해줄 상대를 필요로 하는 배우자에게 이성적인 판단과 냉정한 충고는 잘 하지만 감정적 지지를 제공하는데 미숙한 남편이나 아내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움은커녕 가뜩이나 열을 받은 배우자에게 또박또박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으며 시비를 가리려 드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의 역효과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e하머니의 곤자가는 실직이나 초상, 업무조정, 전학 등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올바르게 다룰 경우 부부관계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인간발달과 가족학을 가르치는 리사 네프 조교수도 “특정 조건 하에서 스트레스는 결혼의 내구력을 향상시킨다”는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e하머니의 조사에서 참가자들의 39%는 결혼 후 첫 1년간 높은 수준의 만성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지목한 만성적 스트레스 유발원으로는 배우자 친척들과의 알력, 직장일이나 돈 문제가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만성적 스트레스의 수준이 높은 반면 배우자 지지 수준이 낮은 커플의 경우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그 반대 경우에 처한 신혼부부에 비해 61%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혼의 환상이 환멸로 바뀌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수위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커플이라 해도 배우자의 지원이 탄탄하다면 부정적 효과를 밀어낼 수 있다. 곤자가는 ‘내’가 필요로 할 때 배우자가 늘 거기에 있어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만성 스트레스의 충격을 완화하고 축소한다고 밝혔다.
e하머니의 연구진은 높은 만성 스트레스 속에 결혼생활을 시작한 커플은 낮은 수준의 만성 스트레스를 지닌 신혼부부에 비해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36%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147쌍의 신혼부부를 상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체내 농도를 측정한 결과 남편으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은 날 아내의 생리적 스트레스 수준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에게는 남편의 지지가 최고의 약인 셈이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달랐다. 아내의 지지를 받은 날, 남편의 생리적 스트레스 수준은 쭉 올라갔다.
리사 네프는 남성의 사회화 훈련은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이 때문에 여성의 훈수나 도움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 수위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아내가 남편에 대한 도움 제공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혼생활의 행복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감소한다는 통설 역시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키라 버티트 미시간대 교수가 디트로이트 지역에 거주하는 373쌍의 신혼커플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다.
그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행복감이 퇴색한다는 주장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높은 행복감을 보인 커플들 가운데 25% 이상이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결혼생활의 행복감 정도가 파경의 유일한 예측변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버디트 교수는 평소 금슬이 좋던 신혼부부가 집안의 불상사라든지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 부족, 부정적인 의사소통 등으로 일찌감치 이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사실 인생살이에서 결혼 방정식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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