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파티의 카운트다운은 거의 끝났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희랍식 기둥들과 하양과 핑크색 레이스 리본들로 장식된 홀엔,‘Once Upon a Dream’이란 로고가 새겨진 목이 기다란 플라스틱 잔들 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대망의 이브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리마 아메드(17)는 거울에 비친 보랏빛 드레스 차림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꽃으로 감싸고 있는 보랏빛 히잡(이슬람 여자들이 외출 때 머리에 쓰는 수건)은 유튜브에서 보고 만든 것이다. 오늘의 행사가 그저 단순한 프롬파티 이상이라는 것을 타리마는 알고 있었다.
남학생과의 데이트는 물론 머리수건 없이는 남자 앞에 나서는 것도 금지하는 엄격한 종교의 계율을 따르기 위해 타리마가 기획한 햄트램크 고교의 첫 여학생만의 프롬이 열리는 것이다. 타리마는 프롬 때마다 줄지어가는 리무진 행렬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자신을 포함한 틴에이저 무슬림 소녀들에게도 이 ‘중요한 의식’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타리마는 고교에 들어오면서부터 프롬을 꿈꾸었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준비해왔다.
“하이, 가이스(guys) - 아니, 걸스(girls)!” 뱅글라데쉬-아메리칸인 타리마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예메니-아메리칸, 폴리시-아메리칸, 팔레스타니안-아메리칸, 보스니안-아메리칸, 그리고 아프리칸-아메리칸…100명의 소녀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파티장은 활기차게 북적댔다.
햄트램크 스타일의 프롬이다 : 햄트램크는 주로 근로계층인 인구 2만2,500명의 디트로이트 인근 도시다. 이 지역 초기 이민들은 자동차 산업 호황기에 몰려든 근로자들이었으나 지금은 주민의 25%가 연방빈곤기준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한때는 독일계와 폴랜드계 이민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인종이 다양한 소도시 중 하나다. 음악도 레이디 가가에서 코브라 스타십, 베오그라드 출신의 아나 코킥, 캐나디언-사우스아시안 밴드인 ‘더 블리츠’까지 골고루 섞여 흐른다. 포프공원엔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동상이 서있고 멀지않은 거리 알바니안 유로 미니마트엔 ‘보스니안 아이돌’ TV프로 광고가 붙어있다.
햄트램크 고교 900명 학생 중엔 상당수가 비 무슬림이지만 서로 인종과 종교를 존중하려 애쓴다. 무슬림의 단식기간인 라마단 중엔 도시락과 물병을 보이지 않게 감추고 다니는 것도 그런 배려 중 하나다. “20년 전만해도 5학년 여학생을 결혼시키겠다며 데려가는 부모들이 있었지요. 이젠 그런 애들이 대학엘 갑니다”라고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 빈다스는 말한다.
햄트램크 고교의 여학생만의 프롬파티가 드디어 열린 것은 지난 주말.
위태위태한 하이힐과 깊이 파진 드레스가 곳곳에 등장하는 이맘때는 평소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던 틴에이저들이 친구들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우아한 성인으로 변신하는 달콤쌉싸름한 계절이다.
올-걸 프롬파티에도 흥분과 설렘이 가득 차있다. 평소에는 히잡과 무슬림 전통복장인 아바야로 싸매고 가려있던 타리마의 반 친구들이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풀어 내리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날이기도 하다.
예멘계인 이만 아샤비는 러플 달린 핑크 드레스에 검은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나타나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예멘계인 시몬 알하그리의 몸에 딱붙는 드레스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 마이 갓!” - 친구들의 낯선, 그러나 너무 멋진 모습에 놀란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날의 댄스는 조직위원회가 베이크 세일을 통해 2,500 달러를 모금하면서 지난 7개월에 걸쳐 준비해온 행사의 대단원이라 할 수 있다. 남학생이 없는 프롬에 누가 오겠느냐는 반대도 심했지만 타리마와 친구들은 여론조사까지 해가며 행사를 추진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종교 때문에 남녀 프롬파티에 못갈 것이라고 답했다. 학교당국도 이들의 ‘대안 프롬’을 허용하고 지원해주었다.
현재 재학 중인 무슬림 여학생들, 한번도 프롬에 가보지 못한 졸업생들에 더해 무슬림이 아닌 여학생들도 상당수 여학생만의 프롬에 참석했다.
이번 프롬에서 한 가지 독특했던 것은 5분의 기도시간. 8시 직전, 댄스플로어에 러그가 깔리고 허리와 어깨가 드러난 화사한 드레스는 잠시 히잡과 아바야로 가려졌다. 그러나 엄숙하고 짧은 기도의식이 끝난 후 다시 시작된 음악은 밤늦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날을 위해 헌신해온 타미라는 ‘시니어 퀸’으로 뽑혀 왕관을 쓰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모든 참석자들은 손을 맞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중동의 댄스 데브카를 추었다.
아름답고 활기찬 100명 젊은 여성들의 ‘축제의 에너지’가 넘쳐흐른 이날의 프롬파티는 정말 특별해 보였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