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도 입양아 9명 등 14명 학교에 병원에 날마다‘전쟁’ “자기만족 아닌 희생정신 필요 이미 28세 된 첫번째 위탁아 최근 페이스북서 만나 감격”
▶ 28년 간 보호시설 운영하는 리드 부부
라일과 샌디 리드 부부는 현재 9명의 입양아와 다섯 명의 위탁아 등 14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난 28년간 라일과 샌디 리드 부부가 돌봐준 위탁아동의 수는 160명. 그동안 다섯 명의 애리조나 주지사가 바뀌었고 수십명의 아동보호서비스국의 국장이 교체됐으며 최소한 네 차례의 어린이 복지제도 개혁 시도가 있었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이들의 친자녀 네 명 가운데 두 명도 위탁보호 시설을 운영한다. 현재 리드 부부는 애리조나 퀸 크릭에 위치한 1에이커 규모의 집에서 14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들 가운데 아홉 명이 입양아이고 나머지 다섯 명이 위탁아동이다. 이제는 돌보아줄 아이들이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그동안 후회나 망설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첫 위탁아를 받아들이고 나서 리드 부부는 그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첫 위탁아의 이름은 캐리였다. 당시 두 아이의 부모로 캘리포니아에서 이제 막 ‘위탁부모’(foster parents) 면허를 딴 이들에게 ‘울보’ 캐리는 버거운 상대였다. 모태를 통해 헤로인을 ‘공급’받은 캐리는 쉬지 않고 온종일 울어댔다. 라일은 캐리의 울음소리가 마치 고양이의 비명처럼 들렸다고 회상했다. 캐리는 입양되기 전 18개월을 리드 부부와 함께 지냈다.
그때로부터 28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케이스워커(사회복지사)는 여전히 부족하고 이직률도 높다.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변변치 못한 것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위탁아의 친부모가 선호하는 마약의 종류가 헤로인에서 코케인을 거쳐 크랙과 히로뽕으로 ‘진화’한 것 정도다. 캐리처럼 체내에 헤로인 성분을 지닌 채 태어난 아이들이 늘어난 것도 변화라면 변화랄 수 있다.
위탁가정을 꾸리는 것은 샌디의 어릴 적 꿈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위탁부모로 활동하던 이모의 영향이 컸다.
샌디와 라일 모두 이 일이 적성에 맞는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약 요즘 포스터-케어 훈련과정을 다시 밟는다면 겁을 집어 먹고 꽁무니를 뺄지 모른다.
트레이너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해 가며 잔뜩 겁을 주기 때문이다.
전문 트레이너들은 위탁부모 희망자들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도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한편 도중하차 가능성이 높은 훈련생들을 가려내 일찌감치 솎아내는 작업을 동시에 실시한다. 그러다보니 베테런 위탁부모조차 두 손을 들기 십상인 최악의 사례와 상황을 골라 집중적으로 소개하게 된다.
물론 위탁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우선이다.
위탁모이자 트레이너인 크리스 제이코버는 “근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만족이 아니라 자신이 돌보는 아이의 이익을 앞세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드 부부는 1993년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이주했다. 그때 친 자녀는 네 명으로 늘어났고 그들의 손길을 거친 위탁아는 30명을 넘어섰다.
애리조나로 이주한 뒤 4개월이 채 안 돼 리드 부부는 위탁보호 면허를 취득했다.
위탁부모 지망생들 가운데 일부는 아이를 입양할 목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위탁아들이 그들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리드 부부는 아이들의 친부모를 밀어내려 들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을 돌려보내기 불가능한 경우가 없지 않다. 리드 부부의 첫 입양아인 브렌트가 그 같은 사례에 속한다.
현재 17세인 브렌트의 친모는 자신의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그녀는 브렌트를 임신중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리드의 가족도 늘어났다. 브렌트에 이어 이들에게 입양된 딸 미미는 운전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열여섯 살인 미미는 라일의 픽업트럭을 몰고 양부모인 리드 부부의 집과 수양 언니이자 위탁부모로 활동중인 제시카의 집, 그리고 이들의 오랜 친구인 슈베르트 부부의 집을 연결하는 비포장도로를 오간다.
리드와 제시카, 슈베르트의 가족은 총 33명의 위탁아와 입양아, 그리고 10명의 친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마음대로 이 집 저 집을 오가며 생활하지만 다음날 학교수업이 있는 평일에는 반드시 자신이 소속된 집에서 잠을 잔다.
마사 슈베르트는 위탁가정 지원그룹을 통해 샌디를 만났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샌디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낀 마사는 피닉스에서 퀸 크릭으로 아예 거처를 옮겼다. 남편도 아내의 뜻에 따라 장거리 통근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 주었다.
브렌트와 미미에 이어 마이클과 매튜가 리드 부부의 가족에 합류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국적인 화제를 뿌렸던 아이들이다. 네쌍둥이로 태어난 사실도 세상의 관심을 끌었지만 출생 직후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1998년생인 이들은 유아기에 부모의 학대로 입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정상적인 10대 소년으로 성장했다. 여자 친구와 사귀고 있는 마이클은 자신의 집안 분위기를 “단조롭다”는 한 마디로 표현한다.
열네살짜리에겐 단조로운 생활일지 몰라도 리드 부부에겐 숨 돌릴 짬도 내기 힘든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다. 아침마다 콩 볶듯 서둘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꼬마들의 건강검진과 정기 치료를 위해 매주 몇 차례씩 병원을 오간다. 위탁아의 친부모들과 교회 교우들의 방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세 가정의 아이들 43명이 수시로 드나드는 터라 경황이 없다.
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서 시에라아와 알리사 자매, 여덟 살 동갑내기인 루시, 마테아, 마카이라가 등 다섯 명의 계집애들이 연이어 양녀로 입적됐다.
이들 가운데 루시를 제외한 나머지 계집애들은 유아 때 맡겨진 아이들이다. 루시는 4년간 제시카 밑에서 생활하다 리드 부부의 딸이 됐다. 싱글맘인 제시카가 공격적인 성격의 루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쩔쩔매자 결국 베테런인 리드 부부가 나섰고 급기야 입양으로 연결된 것.
샌디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첫 위탁아였던 캐리와 접촉했다. 올해로 28세가 된 캐리는 입양부모와 함께 하와이에서 생활하고 있다.
위탁부모들은 그들을 거쳐 간 아이들과 대부분 연락이 두절된다. 따라서 한때 잠시나마 인연을 맺었던 위탁아의 근황을 알게 되면 눈물이 날만큼 반갑다. 캐리처럼 훌륭히 성장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라일은 캐리에게 그녀의 유아시절 사진을 보내주었다.
샌디와 라일은 얼마 전 생후 2개월 된 엠마를 입양했다. 엠마를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 입양은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그러나 장담은 못한다. 리드 부부에게 기저귀 갈아줄 일 없는 생활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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