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소재의 실내바닥·자동조명·카메라 모니터링 등 최고급 양로시설 버금가…‘독립성-부모부양’ 동시 해결 6만~8만달러 달하는 고가의 설치비용은 다소 부담
▶ 양로원 싫어하는 노부모용 ‘메드 카티지’주목
메드카티지는 양로원 뺨치는 안전시설과 첨단 모니터링 장비를 갖춘 노인전용 독립 주거공간이다.
요즘은‘내 집에서 늙기’(aging in place)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어딘지‘고려장’ 냄새를 풍기는 양로원 대신 삶의 흔적과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인생의 남은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개념이다.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호락호락한 선택은 아니다. 병든 노부모를 어디로 모셔야 하나. 간단한 듯싶지만 복잡한 문제다. 현재의 건강상태와 경제 형편에서 주 간병인이 누구인지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본인의 의사도 무시할 수 없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소코리토 바에즈-페이지 박사도 지난해 성탄절 무렵 부친이 노환으로 몸져눕자 노부모의 거처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썩였다.
노친네들은 그들의 오랜 보금자리인 타운하우스를 떠나려들지 않았다. 하지만 노모 혼자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를 돌보기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일반 개업의로 활동 중인 바에즈-페이지 박사는 일단 양친을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양친 모두가 마땅찮아 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에즈-페이지 박사는 일층의 주방과 거실 일부를 침실로 개조해 두 분께 내드렸다. 그러나 3단 구조(split-level)로 지어진 집은 노인들이 기거하기엔 위험했다. 화장실에 가려면 네 계단을 밟고 내려가야 했다. 혼자 힘으로 걷지 못하는 부친은 말할 것도 없고 야맹증이 심한 데다 무릎관절조차 시원치 않은 모친에게도 심야의 화장실 출입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결국 둘 모두 침대 옆에 놓아둔 간이변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친은 이를 무척이나 수치스러워했다.
거실을 막아 침실을 만든 통에 바에즈-페이지 박사 부부뿐 아니라 그녀의 부모 역시 답답해 했다. 이쯤 되면 어쩔 수 없이 양로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때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메드카티지(MEDCottage)였다.
가로 12피트, 세로 24피트의 면적에 침실과 욕실, 소형 주방을 갖춘 이 이동식 조립 구조물을 뒤뜰에 설치하는 것으로 바에즈-페이지 박사는 노부모의 거처를 둘러싼 난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메드카티지는 그저 단순한 소형 주택이 아니다. 양로원 뺨치는 안전시설과 첨단 모니터링 장비를 갖춘 노인 전용 독립 주거공간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메드카티지는 노인들이 넘어져도 낙상을 입지 않도록 실내바닥을 특수 고무로 처리했다.
버지니아 공대와 공동 작업을 통해 메드카티지를 고안한 N2케어의 창업주 케네스 두핀은 “특수 고무가 깔린 바닥은 18인치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흡수 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노인용 조립식 주택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호주인들은 이 구조물을 ‘그래니 플랫’(granny flats)이라고 불렀다. ‘할머니 아파트’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붙인 이름은 ‘그래니 파드’(granny pods)다.
이번 달 바에즈-페이지 박사의 집으로 배달된 메드카티지는 첨단장비를 갖춘 N2케어 A모델이다. 이 모델은 단 한 번도 ‘실전 배치’된 적이 없었다. 바에즈-페이즈 박사의 집 뒷마당에 N2케어A 1호가 들어선 셈이다.
메드카티지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소형 냉장고와 워셔-드라이어가 갖춰진 주방과 침실, 휠체어를 움직이기에 충분한 공간을 지닌 화장실이 공간 개방형 아파트 구조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전선과 배선은 발에 걸리지 않게끔 벽 안에 내장되어 있으며 본채와 연결된다.
메드카티지에 설치된 첨단 안전장치는 고급 양로원의 시설에 비해서도 결코 손색이 없다. 밤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서면 길잡이 조명등이 자동적으로 켜진다. 침대 아래에서 화장실까지 깔린 ‘런웨이 매트’가 체중을 감지, 마치 야간 활주로처럼 안전조명을 10분간 켜준다.
천장엔 이동손잡이 궤도가 깔려 있다.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환자나 노인은 이동 손잡이에 의지해 실내 어디건 다닐 수가 있다.
또한 바닥 위 12인치 높이의 벽면에 설치된 카메라는 개방형 구조로 시야가 트여 있는 실내의 구석구석을 찍어 본채의 컴퓨터 화면으로 하루 24시간 실시간 전송한다. 혹시라도 메드카티지 거주자가 바닥에 쓰러질 때에 대비해 설치된 안전장치다. 카메라가 지상 12인치 높이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염려는 없다. 바닥에 쓰러지지 않는 한 카메라가 전달하는 영상은 발과 발목뿐이다.
여기까지가 메드카티지 N2케어A 모델의 기본 시설이다. 추가 의료 모니터링 시설을 요구하면 혈압과 당, 심장박동과 혈중개스를 재는 측정기 등 ‘선택사양이 곁들여진다.
복용 약을 정량에 맞춰 제시간에 공급해 주는 디스펜서도 따라온다. 사용자가 제시간에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디스펜서는 큰 소리로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사전 입력된 번호를 통해 보호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자동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메드카티지를 설치하면 노인들은 독립적인 생활방식과 공간을 유지할 수 있고, 보호자는 일일이 귀찮게 간섭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게 꿸 수 있다.
비상사태 발생 때 본채에서 불과 몇 피트 떨어진 카티지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메드카티지에도 제약이 따른다. 우선 기존 주택시설 내에 보조 거처를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주는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설치를 허용하는 지역에서도 일정한 규제를 가하기 때문에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기본시설을 갖춘 메드카티지의 가격은 8만5000달러. 구입자들은 24개월 사용 후 3만8000달러에 배급업체에 되파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N2케어의 창업주인 두핀은 “버지니아의 경우 양로원 입주비가 월 6,000달러에서 8,000달러 정도이고 뉴욕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비교는 기준설정에 문제가 있다. 양로원의 비용에는 입주자들을 위한 상시 전문 의료 서비스와 하루 세 끼의 식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시간당 19달러에 주중 평일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간병인을 따로 구하려면 연 3만9,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이보다 기본가격이 다소 저렴한 맞춤형 이동주택도 지난해 선을 보였다.
P.A.L.S.라는 이름의 업체가 생산하는 조립식 이동가옥은 가로 20피트, 세로 14피트의 실내공간에 침실과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6만7,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전화와 TV 케이블선이 설치되어 있고 옷장에는 옷걸이대를 휠체어 높이까지 내릴 수 있는 레버가 달려 있다. 밤에 동작을 감지해 무릎 높이의 야광등을 켜주는 장치와 샤워실 손잡이가 기본사양으로 설치된다. 메드카티지 수준으로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1만6,000달러 정도가 더 들어간다.
월 1,700달러에 리스도 가능하다. 리스기간이 5년을 넘기면 차입자가 소유권을 갖게 된다. P.A.L.S.는 지난해 이후 총 10채를 판매했지만 의료시설 업그레이드 요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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