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에서 커피메이커, 스커트에 이르기까지 고장 나고 구멍 나 못 쓰는 오래된 물건을 가져오면 자원봉사자들이 말끔히 고쳐준다.‘버리는 문화’를 버려서 돈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리페어 카페’가 유럽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제일 먼저 생긴‘리페어 카페’ - 은퇴한 약사, 실직자, 소파 제조업자…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붉은 무명으로 덮인 테이블 뒤 각자의 작업대를 차지하고 있다. 스크루드라이버에서 재봉틀까지 도구들도 완비되었다. 커피와 티, 쿠키도 서브된다. 이웃에 사는 힐리즈 헬트가 끌고 온 줄무늬 트렁크에서 오랜 된 다리미를 꺼내 내민다.“고장 났나 봐요. 스팀이 안 나와요” 리페어 카페는 처음엔 극장 로비에 차렸다가 예전에 호텔이었던 건물의 방을 렌트했다가 지금은 한 달에 두서너 차례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다. 고장 난 헌 물건을 가져오면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고쳐주는 곳이 바로 수리소,‘리페어 카페’다.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잉태된 ‘리페어 카페’ 아이디어는 2년 반 전 처음 소개된 이후 큰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어가고 있다. ‘리페어 카페 재단’은 네덜란드 정부와 크고 작은 재단들과 성금을 통해 52만5,000 달러의 기금을 받았다. 기금은 보통 인건비와 마케팅, 버스 운영비등으로 사용된다.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는 30개의 그룹이 리페어 카페를 시작했다. 이웃주민들이 한 달에 서 너 시간씩 각자의 기술과 노동력을 도네이션하여 무료로 봉사한다. 구멍 난 옷 수선에서 고장 난 커피메이커와 부서진 램프, 진공청소기와 토스터, 믹서와 세탁기까지 리페어의 대상엔 제한이 없다.
“유럽에 사는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물건들을 버립니다. 고장 나지 않은 것까지 버리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지구상의 인구는 늘어 가는데 우리의 이런 낭비습관을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지요” 라고 리페어 카페 아이디어를 맨 처음 생각해낸 마르티네 포스트마는 말한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둘째 아이 출산 후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글로만 쓸게 아니라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영감을 얻은 것은 리페어링과 리사이클링의 창의적, 문화적, 경제적 혜택에 관한 디자인 전시회를 보면서였다. 사람들이 물건을 고쳐서 쓰도록 돕는 것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실용적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의 담당관도 그의 아이디어에 동조했다. “리페어 카페는 우리가 버리는 물건이 아직 쓸모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계몽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환경 및 기간산업 국장 주프 아트스마는 이메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아인트호벤 공대의 한 반 카스테렌 교수도 칭찬을 아까지 않는다. “사회적인 효과만으로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환경을 위해 무언가 일을 하면서 의식을 기르게 되지요. 고장 난 청소기가 말끔히 고쳐졌다는 것은 또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지난 주 리페어 카페에 40년 된 청소기를 들고 온 여성의 경우 확실히 그랬다. 신혼살림 장만하면서 산 청소기였다. 70세 자원봉사자 존 주이데마가 부러진 노즐을 잘라버리고 수선해주자 그녀의 얼굴은 새색시처럼 환해졌다. “아, 정말 기뻐요. 제 남편은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데 집안 곳곳엔 아직도 그가 고쳐주곤 하던 물건들이 많답니다”
생태계 환경보호 못지않게 리페어 카페의 사교적 혜택을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르는 타인처럼 살던 주민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면서 서로를 알고 서로를 돕게 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리페어 카페에 26만 달러 기금을 희사한 도엔재단의 디렉터 니나 텔레겐은 말한다.
특히 리페어 카페는 노인들에게 적절한 기회라고 그녀는 말한다. “아깝게 사장되어 소멸되던 그들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지요” 노인들의 기술 사장은 이전에 직접 손으로 제각기 처리하던 많은 일들이 요즘 돈을 주고 사는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게 된 사회로 바뀌면서 더욱 그렇다.
리페어 카페의 반소비주의, 반시장주의, 자급자족 개념은 네덜란드에선 풀뿌리 사회운동을 통해 일상의 조건을 개선해가는 국민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암스테르담대학 사회학 교수 에벨리언 톤켄스는 지적한다.
“사업 모델은 물론 아니지요”라고 포스트마는 인정한다. 또 리페어 카페는 수리비가 너무 비싸 물건 고치기를 포기했던 사람들을 위한 곳이니 기존 리페어 숍들과 경쟁하는 것도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페어 카페 재단은 카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각종 도구에서부터 모금방법과 마케팅 자료까지 오픈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요즘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사우스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서도 안내문의를 받고 있다.
62세의 화가 티즌 누르덴보스는 4개월 전에 리페어 카페를 시작했다. “내가 젊었던 시절엔 물건이 고장 나거나 부서지면 수선 집에 가지고 가서 고쳤는데 지금은 아주 복잡해졌어요. 일단 공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들은 무엇이 고장 났는가를 체크하는 데만 100유로를 내라고 하지요. 그래서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게 더 낫다는 겁니다”
자원봉사자 마르얀느 반 데르 리는 “고장 난 물건의 수리비가 없어서 오는 가난한 사람도 있고 환경보호를 위해 버리는 것을 멈추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다”고 들려준다.
힐리즈 헬트가 들고 온 고장 난 다리미를 손보는 자원봉사자는 낮엔 회계사로 일하며 밤에 와 돕는 테오 반 덴 아케르다. 수리남 머리수건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는 헬트가 다른 봉사자와 환담하는 동안 아케르는 망가진 부속품을 제거하여 고쳐놓은 다리미에 스위치를 켜본다. 파란불이 들어온다. 녹슨 물을 쏟아냈다. 마침내 망가졌던 다리미에선 다시 새것처럼 스팀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헬트는 앞으로 한 동안 이 다리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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