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의 낙태 권유 물리친 부모 덕분에‘삶의 빛’ 주변‘눈총’ 극복 나이보다 의젓함에 더 안쓰러워
▶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9세 클라라의 성장기
클라라 비티(왼쪽)와 언니, 오빠. 올해 아홉 살인 클라라는‘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안면기형을 지닌 채 태어났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가 심한 안면기형을 지닌 사실을 알았을 경우 어느 쪽이 최상의 선택일까. 낙태인가, 출산인가. 판단은 부모가 내리지만 그 결과는 몽땅 아이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더욱 무서운 저울질이다. 한쪽 저울추에는 뱃속의 생명이 태어날 경우 평생 지고가야 할 열등감과 세인들의 잔인한 시선과 조롱이, 다른 한쪽엔 누구도 예측 못할 삶의 가능성과 기회가 놓여진다. 이것이 클라라 비티의 부모가 10년 전 벨기에에서 맞닥뜨린 문제였다.
당시 자넷 비티의 자궁에 깃든 생명은 건강했다. 심장은 힘차게 뛰었고 장기들은 정상적인 발육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초음파 사진을 통해서도 뚜렷하게 드러날 정도로 태아의 얼굴은 비정상적이었다.
담당의사는 유전자 변이가 일으키는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이라고 했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청각상실을 동반하는 심한 안면기형으로 아래로 처진 눈과 생기다만 듯한 광대뼈, 유별나게 조그만 턱이 외견상의 특징이다.
담당의는 하악골형성부전증으로도 알려진 이 안면기형이 정상적인 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출생 직후 목에 튜브를 삽입해야 하고, 바깥쪽 귀인 외이(外耳)가 없을 뿐 아니라 귀도관마저 지극히 제한된 상태라 생후 6개월이 되면 보청기를 달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에서 트리처 콜린스 신드롬을 지닌 채 태어난 아이는 극히 드물다”며 “대부분의 부모들이 낙태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의 낙태 권유였다.
당시 벨기에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던 비티 부부는 그러나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덕적인 판단에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병원 관계자들은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자넷과 에릭 비티 부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클라라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클라라의 세상살이는 초반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결국 비티 부부는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귀국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가족과 ‘시카고 칠드런스 하스피틀’ 의료진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호흡과 식사문제로 클라라 인생의 첫 3년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호흡장애가 이어졌고 먹기만 하면 토했다.
그래도 클라라는 운이 좋았다. 전문 보모를 붙이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게 할 정도로 부모의 재정능력은 든든했다.
자넷의 초반 소망은 딸이 신체적으로 무탈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저 제대로 숨 쉬고 질식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반 고비를 그럭저럭 이겨내자 클라라가 사람들의 눈총에서 풀려나 그녀의 다른 두 아이들처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클라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도 싫었고, 다른 어린애들이 딸아이를 보고 기겁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힘들었다.
성형수술이라는 옵션이 있긴 하지만 의사들은 클라라가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지금 수술을 하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몇 차례 되풀이해야 한다며 10대가 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릴 것을 권했다.
의료진은 성형수술로 클라라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목의 튜브를 제거하고 지금보다 기형 정도를 약간 눌러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개선이나마 얼른 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클라라는 자넷과 에릭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게 세파를 헤쳐내고 있다.
자넷은 “어릴 적부터 클라라의 유난히 큰 두 눈은 세상만사를 모두 빨아들이는 듯했다”며 “주변사람들 모두가 클라라의 의젓함을 대견해 한다”고 말했다.
클라라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게 귀찮아 되도록 다른 아이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아홉 살인 클라라는 “그렇다고 사람들이 기분 나쁜 말을 하거나 질문을 던진다는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클라라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엄마와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클라라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저 상냥하고 재미있는 아홉 살짜리 계집애다. 자신의 숙제를 서둘러 마치고 늘 친구를 도와주려드는 클라라는 장애아들로 구성된 ‘스페셜 기프츠 디어터’ 연극단의 멘토로 활동중이다.
“누구에게 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재미있다”는 그녀의 장래 희망은 의사다.
클라라를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말을 못하거나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그들에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클라라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쏟는 유별난 관심을 의아스러워한다. 한 통신사에서 인터뷰를 왔을 때도 급우들은 “도대체 왜 클라라의 이야기가 기사거리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아이들이 취재기자에게 왜 클라라를 인터뷰 하느냐고 묻자 그 중 철이 든 한 여자아이가 재빨리 대꾸했다. “그야 클라라가 완전 짱이니까 그렇지.”
자넷은 클라라의 주변 사람들이 딸을 위해 표 나지 않게 깔아주는 이런 크고 작은 보호망이 너무 고맙다.
최소한 집과 학교, 그리고 교회에서 클라라는 ‘안전’하다. 그러나 방어벽은 영구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내년이면 클라라는 중학생이 된다. 새로운 학교로 진학해 낯선 사람들을 만날게 될 것이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 가며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 데이트를 시작할 때에도 새로운 도전이 이어질 것이다.
의젓하고 명랑한 성격에 큰 눈망울을 지닌 클라라도 어쩔 수 없는 아이다. 그 역시 어서 머리통이 완전히 자라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담당의사들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클라라가 외모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 주었다.
제조업체 부사장인 클라라의 아버지 에릭은 “외모를 사람에 대한 판단의 잣대로 삼는 세태에서 딸이 당하게 될 맘고생을 생각하면 솔직히 잠이 안 온다”며 한숨지었다.
엄마인 자넷은 불면 정도가 아니라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성형수술이 기대치를 절대 충족시켜 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딸이 치유 불가능한 내상을 입지 않기를 손 모아 빌 뿐이다.
자넷은 딸의 귀가 엷지 않고 생각이 깊다는 점이 고맙다. 어린 것의 속마음이 어떨까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자넷은 클라라가 주변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계속 모른 척 넘겼으면 한다. 걱정은 많지만, 그녀는 자신이 10년 전에 내린 결정이 정말 옳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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