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무슨…” 인식 탓 초기증상 대수롭지 않게 넘겨 병원 찾을 땐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가 다반사 젖꼭지 부근에 혹 등 이상증세 나타나면 일단 의심을
▶ 1000명에 한 명꼴 발생… 남자에겐 희귀병
탐 모어(67)는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고 가슴 인근의 림프절 25개도 함께 잘라냈다.
남자는 유방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여덟 명 가운데 한 명이 유방암에 걸리는데 비해 남성 발병률은 1,000명당 한 명에 불과하다. 남성에게 워낙 희귀한 병이다 보니 여성이라면 당장 알아챌 유방암 증상을 그대로 놓치곤 한다. 이처럼 초기 경고 신호를 흘려보내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고 이 때문에 여성보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상대적인 생존율도 떨어진다.
유방암 판정을 받을 당시 평균 연령은 남성 63세, 여성은 59세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유방암 발병시기가 일반적으로 늦어서가 아니다. 증상을 놓치고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의사를 만날 때쯤이면 이미 몸의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된 경우가 다반사다.
이제까지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판정시점을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2년을 더 오래 산다.
대부분이 남성들은 유방암이 ‘여성 전용’ 질환이라고 철석 같이 믿는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남성은 사실 거의 없다.
남성 환자만이 아니다. 의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카고 소재 노스쇼어 유니버시티 헬스시스템의 유방암 외과전문의 데이빗 윈체스터 박사는 “사실 남성의 유방암은 관심의 레이더에 잡힐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며 “내 경우에도 매년 약 100명의 여성 환자를 치료하지만 남성 환자는 많아야 한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암협회 연구진이 1998년에서 2007년에 이르는 10년간 전국 유방암 발병사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여성 환자는 140만명인 반면 남성 환자는 달랑 1만3,457명으로 집계됐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미국 전체 암 발병 케이스의 75%가 담겨 있다.
미국 암협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남성이 평균 8년을 사는데 비해 여성은 10년간 생존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숨진 환자의 사인이 유방암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아캄마 라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소규모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유방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잘 걸리지 않는 병이다 보니 연구도 변변치 않다. 의사들조차 여성의 유방암을 다룰 때와 동일한 치료방식을 고집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 결과는 남성의 유방 종양이 여성의 종양과는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초기 단계의 남성 유방암 환자는 여성 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낮다.
남성의 유방암 원인은 제대로 연구된 바가 없다. 하지만 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남성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를테면 나이, 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집안 내력, 폭음 등이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남성의 유방암을 잡아내는 공식적인 지침은 없다. 그렇다고 남성 모두에게 정기적 검진을 받도록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성 여섯 명당 한 명 꼴로 걸리는 전립선암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족내력이나 유전자변이 등으로 발병위험이 높은 남성은 매모그램과 정기적인 유방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먼저 의사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
남자의 유방암은 보통 젖꼭지 아래, 혹은 그 근처에 혹처럼 나타난다.
유즙이 분비되거나 유방의 생김새가 기형이라든지 짝짝이라면 눈여겨보아야 할 ‘경고신호’이니 의사부터 찾아보는 게 신호다.
워싱턴의 커스터에 거주하는 탐 모어(67)는 지난해 샤워 도중 오른쪽 젖꼭지 근처에 콩알만한 크기의 혹이 만져지자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단짝 골프친구 가운데 한 명이 유방암이었기 때문에 깜짝 짚이는 게 있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그를 검진한 의사는 “당신이 내 생애 1호 남성 유방암 환자”라며 신기해했다.
모어는 친구를 통해 남자도 유방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고 증상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운 좋게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로버트 카이츠는 이 병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기회를 놓쳤다.
메릴랜드 세버나 팍의 컴퓨터 사업 소유주인 로버트 카이츠는 일찌감치 그의 왼쪽 젖꼭지 아래 조그만 혹을 발견했으나 그저 종기 정도로 생각했다. 앞서 등에 생긴 양성 낭종을 제거했기 때문에 아마 그와 비슷한 것이려니 여겼다.
그가 검사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거의 2년 뒤의 일이었다. 응어리가 통증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무언가 이상하다 싶으면서 덜컥 겁이 났다.
검사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카이츠는 “난 남자가 유방암에 걸린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고 가슴 인근의 림프절 25개도 함께 잘라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케이츠(52)의 병을 유발한 것은 유방암과 난소암과 밀접하게 연결된 BRCA 돌연변이 유전자였다.
아마도 그는 어머니로부터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 역시 유방암 생존자였다. 케이츠는 2009년 전립선암을 치료했다. 이것도 BRCA 돌연변이 유전자와 관계가 있었을 터이다.
파워보트 소유주이자 모터사이클광인 카이츠는 “나는 여성병을 지닌 남자”라는 농담을 즐겨한다. 누구보다 터프한 사내로 자부해온 그는 “쪽 팔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원하는 사람들에겐 스스럼없이 웃통을 젖혀 올려 유방제거 수술을 받은 자국을 보여준다.
그는 다른 것은 그럭저럭 견뎌낼 만하지만 타목시펜(tamoxifen)만은 참아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타목시펜은 여성의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호르몬 치료다. 이 호르몬 치료법은 폐경기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는 타목시펜 치료를 받으면서 야한증, 번열증, 심한 감정기복에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갱년기 여성 증상에 시달렸다고 푸념했다.
‘여성질환’을 앓던 이 ‘터프 가이’는 어느 날 밤 TV 앞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눈물을 쏟으며 드라마를 보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타목시펜 치료를 중단했다.
카이츠는 매년 정기적으로 매모그램을 받는다. 그는 “남성들도 유방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남자건 여자건 내부 배관시설은 다 똑같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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