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은 안되고 스펙이라도 넓혀라” 학비·주거 제공 베이비부머 세대일수록 성년자녀 지원 당연히 여겨 금전지원을 촉매로 가족관계 더 끈끈해지는 효과도
▶ 경기침체와 더불어 5년 새 급속 확산
메간 포터(24)와 코트니 포터(23) 자매는 아버지 프랭크 포터(52)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
메간 포터(24)와 코트니 포터(23) 자매는 열여섯 되던 해부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다. 아버지 프랭크 포터(52)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무임승차’와‘공짜점심’에 맛을 들인 싹수 노란‘날탱이’와는 거리가 멀다. 일찍 부모 곁을 떠나 자수성가한 포터가 스물이 넘은 두 딸에게 재정적 도움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들의 독립적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원조경과 건축 리모델링 전문 컨트랙터인 그는 두 딸 가운데 누구도 자신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거나 손을 벌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자진해서 손을 내밀었다는 얘기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큰 딸 메간은 지난해 초등학교 영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뉴저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었다.
현재 파트타임직 행정보조원으로 주 30시간 근무하는 메간은 올 가을 대학원으로 돌아간다. 목표는 대학교수. 물론 박사과정까지 밟을 작정이다.
자신의 재정능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지만 아버지가 학비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뉴저지의 팰리션 칼리지에서 간호학을 전공중인 둘째딸 코트니의 학비와 책값도 아버지가 대준다. 두 자매가 대학 진학 이후 단 한 푼의 임대료도 내지 않은 채 지금까지 눌러앉아 있는 집도 아버지 소유다.
차는 각자가 알아서 구입했지만 개스비와 보험료, 수리비 역시 아빠 몫이다. 간단히 말해 이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펼쳐준 안전 그물망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독립할 나이를 훨씬 넘겼음에도 여전히 부모의 둥지 안에 머무르는 셈이다.
포터는 “내 아이들이 가급적 유리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으로 일자리를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능력 이하의 일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장성한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부모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을 포기하고 ‘스펙’을 다듬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성인 자녀의 재정적 뒷바라지 역시 대부분 부모가 떠맡는다.
워싱턴 주립대학의 사회학자 모니카 존슨 교수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자녀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성인 1만1,000명으로부터 추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정적 도움이 오가면 부모 자식 사이의 감정적 거리가 좁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 교수는 요즘 같은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젊은 성인 자녀들로 하여금 “난 완전한 외톨이가 아니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족과의 강한 연결고리를 확인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하긴 ‘내 아빠’가 친구 아버지와 달리 아낌없이 금전적인 도움을 준다면 당연히 감사의 마음이 들 것이고, 이전보다 한결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이다.
하지만 메간과 코트니는 아버지의 재정적 도움이 부녀간 ‘감정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아빠와 가까웠기 때문에 돈 때문에 관계개선이 이루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독립적인 파트타임 미용 상담사로 일하는 코트니는 “아빠의 경제적 지원이 우리 자매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트니는 “많은 친구들이 학자금 대출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더미에 앉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고,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형편이라며 “우리는 아빠 덕에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털어놓았다.
미니애폴리스의 미네소타대 사회학자 테레사 스와츠는 성인 자녀에 대한 금전지원 문제에 관한 한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한 부모는 그 이전 세대와 현격한 사고의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즉 구세대 부모는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성인 자녀의 뒷바라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새끼들에게 날갯짓과 벌레 잡는 법을 가르친 후 성년이 되면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미국의 정상적인 문화코드다.
성년이 된 후에도 제 앞가림을 하지 못해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부모의 둥지 안에 머무는 것은 자녀에게도 수치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내 새끼가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필요 이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원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들은 “지금 갖고 있는 돈을 굳이 내가 죽은 뒤에 아이들에게 물려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한 책을 써내기 위해 22세에서 35세 사이의 자녀를 둔 150여명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샐리 코슬로우는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들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모가 성년 자녀를 챙기는 이런 새로운 현상은 실직과 주택압류 증가, 출산계획 연기, 다세대 동거가 늘어난 지난 5년 사이 빠르게 확산됐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57~85세 연령대에 속한 2,005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가구당 식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성년 자녀를 품고 있거나, 다시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카고 대학의 린다 웨이트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이번 불황은 가족구성에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주택차압으로 거처를 잃은 후 나이 든 부모에게 ‘빈대’ 붙는 성년 자녀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 40년간 발생한 가족구성 변화와 불황에 관해 연구해 온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사회학자 브렌트 베리는 1980~1982년의 경기침체와 2007~2009년의 공황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성년 자녀의 독립 지연을 꼽았다.
매서운 경제 한파로 문 밖으로 나서지 못한 채 엉거주춤 주저앉은 ‘다 큰 아이들’이 쌔고 쌨다는 얘기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임을 가진 미국 인구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한 1,900명의 인구학자와 사회학자, 경제학자, 공중보건 전문가 등은 경기침체가 어떻게 미국인 가정의 행동양식과 상호관계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했다.
이 모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사안 가운데 하나가 임신과 출산 연기다. 오하이오주 보울링 그린 주립대학의 사회학 교수 카렌 구조가 18~49세 성인 831명에게 물어본 결과 20%가 아이를 갖기로 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구조 교수는 불황으로 가정을 꾸리는데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임신과 출산 연기는 교육수준이 훨씬 높은 중산층에서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산층 사이에서는 불황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았다”며 “이들의 출산 연기는 커리어 탓이지 아이를 가질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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