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기업에 뇌물받은 한국공직자, 미국법으로 처벌
▶ 미 법무부 공개 OECD 부패방지협약 이행현황 보고서
비자금 조성과 금품로비 등으로 화제가 된 한국IBM 도곡동 본사<사진=연합>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패방지협약에 가입한 이후 지난 14년간 총 107건의 외국 공직자 뇌물 사건을 미국 법으로 처벌했으며 그 중 5건이 한국 공직자가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들로 확인됐다.이는 미 법무부가 21일 공개한 ‘미국의 OECD 부패방지협약 이행 현황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는 미국이 최근 OECD에 제출한 것으로 미국의 ‘외국부패관행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에 따라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98년 1월1일~2012년 2월10일 취한 조치들과 관련사건 내역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당국 조사 결과 해당 기간 처벌된 한국 관련 사건들은 1995년~2007년 발생한 것들로 정부 공무원들뿐만이 아니라 군과 공기업 관계자들이 국내외 법과 국제관행을 무시하고 외국기업, 외국기업의 한국지사, 외국기업과의 한국합작회사 등으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제공 받았다.
특히 이들 사건은 한국 공직자들이 돈가방(money bag), 돈봉투(money envelope), ‘떡값’(rice cake payment), 리베이트(rebate), ‘킥백’(kick back) 등 뇌물을 현금으로 받아 챙긴 사례들과 ‘목적섭외비’를 통해 위장관광여행, 술, 접대부 등을 제공받은 향응 사례들이다. 그 중에는 아예 ‘술집 호스티스’의 은행 계좌로 돈이 송금돼 뇌물과 향응을 동시에 제공받은 경우도 포함돼 있어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 디아지오(Diageo Plc) 사건
SEC는 2011년 7월27일 영국에 기반을 둔 주류생산판매업체 디아지오를 ‘외국부패관행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조니워커와 윈저 위스키, 기네스 맥주, 스미르노프 보드카 등을 생산하는 디아지오는 인도(2003년~2009년), 태국(2004~2008년), 한국(2003년~2006년) 등에서 공직자들에게 최소한 270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제공했다.
한국의 경우 디아지오는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를 통해 2003년 4월 한국에 수입하는 윈저 위스키 수입가격의 적정성 심사를 한국 정부에 신청했다.
디아지오는 1년간의 적극적 협상과 로비를 통해 2004년 4월 한국정부로부터 5천만 달러의 관세 환급을 받았으며 그 후 3개월 뒤 디아지오코리아 간부를 통해 정부의 관세 환급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세청 세관직원에게 대가로 1억원(8만6,339달러)을 1,000만원 짜리 은행수표 10장으로 지불했다.
디아지오는 또 이러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인 2003년과 2004년 세관 직원과 그 이외 다른 정부 관리들의 여행 및 유흥비용으로 10만9,253달러를 제공했다.
그 예로 디아지오 코리아 간부가 세관 직원과 그 이외 다른 정부 관리들을 데리고 2003년 12월 윈저 스카치 생산 현장 조사를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디아지오 코리아 간부는 별도의 단순 여행으로 일행을 프라그와 부다페스트로 안내했으며 46건의 관련 여행·유흥비용을 장부에 ‘고객 접대비’로 위장 처리했다.
디아지오는 이외에도 최소한 2002년~2006년 디아지오 코리아를 통해 휴가철과 명절을 기해 양주구매를 담당하는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100달러~300달러 상당의 ‘떡값’을 약 400차례에 걸쳐 총 6만4,184 달러 제공했다.
또 그 이외로 ‘떡값’과는 별도로 ‘목적섭외비’를 통해 윈저 스카치 구매 로비 목적으로 군 관계자들에게 총 16만5,287 달러 상당의 선물과 향응을 제공했다.
이러한 행위들과 관련 디아지오는 SEC 고소혐의를 시인 또는 부인하지도 않았으나 행위의 즉각 중단과 부당이익 1,130만6,081달러를 게워내고, 그에 대한 이자 206만7,0739달러와 300만 달러 벌금을 미국 정부에 지급키로 합의했다.
■IBM 사건
SEC는 2011년 3월18일 미국 뉴욕의 국제사업기계 업체 IBM을 ‘외국부패관행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IBM은 한국(1998년~2003년)과 중국(2004년~2009년)에서 물품 공급을 위해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살포했다.고소장에 따르면 IBM은 한국법인 IBM 코리아와 한국 LG전자와 IBM 코리아와의 합작회사 LG IBM PC사를 통해 1998년~2003년 한국 공직자들에게 각각 13만5,558달러와 7만1,599달러 뇌물을 현금으로 제공했다.
고소장은 이외에도 IBM측은 한국 공관서 수주 계약을 따내기 위해 16개 한국 공관서 소속 관계자들에게 개인용 컴퓨터를 선물로 주고 상습적으로 유흥을 제공했다.
고소장은 특히 IBM이 한국법인과 합작회사를 통해 6개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공된 뇌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그 중 하나로 한국 정부의 메인프레임 컴퓨터 운영 책임자가 IBM 코리아를 메인컴퓨터 공급자로 선정한 뒤 높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해 주는 대가로 1998년 12월 2,000만원의 현금이 든 쇼핑백을 넘겨받은 것이외에도 2009년~2010년까지 정부 청사 주차장과 자신의 아파트에서 모두 8,000만원의 현금을 받아 챙긴 경우를 들었다.
고소장은 또 2002년 IBM 코리아에 137억원에 달하는 메인프레임컴퓨터 설치 용역을 주는 조건으로 일식집 주차장과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2차례에 걸쳐 각각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의 뇌물을 건네받은 또 다른 정부 기관 공무원, 2000년 9월 정부에 개인용 컴퓨터를 납품하기 위해 사전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LG IBM으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또 다른 정부 기관 공무원 등 사례도 담았다.
고소장은 이외에도 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개인용 컴퓨터 1550대 납품과 관련, LG IBM으로부터 2001년~2003년까지 상습적으로 향응과 선물, 여행 등을 제공 받았으며 뇌물이 아예 술집 호스티스의 은행 계좌로 입금된 경우들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IBM은 고소혐의를 시인 또는 부인하지도 않았으나 ‘외국부패관행법’의 장부 기록 및 내부 관리 규정을 영구적으로 위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정명령에 동의하는 한편 부당이익 530만 달러와 이자 270만 달러, 200만 달러 벌금을 미국 정부에 지급키로 SEC와 합의했다.
■ 그 외 사건들
법무부 보고서에는 지난해 처리된 디아지오와 IBM 사건 이외에도 한국의 월성과 영광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와 관련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에게 2004년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09년 법무부와 SEC의 처벌을 받은 미국 ‘컨트롤 컴포넨트사’(Control Component) 사건, 1995년~2004년 한국에 철강 원자재인 ‘철스크랩’(Scrap Metal)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한국 공기업 관계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2006년 법무부와 SEC 처벌을 받은 ‘슈니처 스틸 인더스트리스’(Schnitzer Steel Industries), 1996년~2000년 한국 원자력 발전소 수주 계약과 관련 한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해 2006년 SEC의 처벌을 받은 ‘타이코 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 사건 등 내역이 공개됐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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