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피곤해도 춤출 수 있다면 “I am so happy”
▶ 뉴욕의 유명 무용 페스티벌 3개나 감독 ‘뉴욕현대무용계 거물’
6월 한국초청공연을 앞둔 김영순의 무대 모습
‘다운타운 현대무용계가 김영순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하나도 하기 힘든 페스티벌을 셋이나 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2008년) 기사가 그녀가 뉴욕에서 이룬 모든 것을 말해준다. 강바람이 세게 부는 5월, 브루클린 덤보로 김영순을 찾았다.
김영순(59)이 맨하탄 다리 밑 덤보지역에 정착한 것은 2000년, 오는 9월이면 12회 덤보 댄스페스티벌이 화이트 웨이브 존 라이언 극장을 비롯 브루클린 곳곳에서 열린다. 미국, 아시아, 유럽에서 100여개팀 1,000명의 댄서가 최신 현대무용을 보여주는 이 페스티벌 총감독이 한인 김영순이다.
겨울무용축제인 쿨 뉴욕댄스페스티벌, 웨이브 라이징 시리즈(Wave Rising Series) 무용축제까지 매년 뉴욕의 유명 무용 페스티벌 3개를 열고 있는 김영순은 현대무용계의 중심인물이다.
“6월 한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얼마 전부터 시티센터에서 발레 클래스를 시작했다. 근 2년간 안무와 행사 감독을 하다가 직접 춤을 추니 너무 좋은 거야, 나라는 게 없어지면서 황홀해지는 것이, 오 마이 갓, 나는 진정한 춤꾼이구나 하고 느꼈다.”춤 사랑으로 말문을 여는 김영순, 음악이 몸으로 흡수되어 그 음악과 함께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는 것에 새삼 전율한다는 것.
오는 6월 15일부터 29일까지 한국 순회공연을 떠나는 11명의 무용수, 스태프들과 그 준비 작업에 정신이 없다.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성남 아트홀,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 공연에 역동적인 군무가 등장하는 ‘Here Now So Long’과 공중무가 압권인 ‘숯(Ssoot)’을 공연한다.
“두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올리는데 숯의 마지막 솔로 부문에서 직접 무대에 선다. 2003년 한국 예술의 전당에서 듀엣 공연을 하고 근 10년만에 다시 가는 것이다. 기대가 크다”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현대무용가로 한국 초청공연을 하는 김영순이 미국에 온 것은 1977년이다.
▲한국 무용의 힘, 세계에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후 마사그레이엄 스쿨의 루돌프 누레예보 장학금을 받고 무용을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뉴욕 무용인생을 시작한 지 35년이다.
마사그레이엄 스쿨을 마친 후 뉴욕 10대 무용사 중 하나인 제니퍼 뮬러의 정식단원으로 전격 발탁, 프로페셔널 댄서로서 뉴욕, 유럽, 중남미, 캐나다 등지로 세계 순회공연을 하면서 ‘검정머리 휘날리며 춤추는 동양의 신비한 무녀’라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스론댄스 씨어터를 거쳐 1988년 마침내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김영순 무용단을 창단했다. 화이트 웨이브는 하얀 파도가 세계로 용솟음친다는 의미, 하얀 파도는 한국인의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김영순은 그해 88서울올림픽 현대무용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무녀도, 달과의 이중주, 단 하나의 아들 등 60여개 이상의 레퍼토리를 만들어 한국무용의 힘을 세계무대에 보여주었는데 그의 춤은 ‘강렬, 극적, 열정, 댄스의 영역을 뛰어넘은 새로운 예술 세계창조’라는 평을 받는다. 뉴욕시 예술지원기금 무용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되기도 한 그는 춤만 보여주지 않고 기타 및 전자음악, 비디오 이미지까지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그는 뉴욕 초창기 시절 맨하탄 할렘의 좁은 스튜디오 임대료 내기도 힘들어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깨나 쏟았다.
어느 날, 덤보아트 축제 댄스부문 기획 담당 친구가 일을 맡긴 게 인연이 되어 2001년 제1회 덤보 댄스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았고 그때부터 탁월한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제1회 댄스 축제는 동네 댄스팀 18개 참여를 시작으로 매년 수준이 높아지자, 뉴욕시 후원금도 쌓이고 필라, 뉴올리언스, 로스앤젤리스, 워싱턴 DC에서도 찾아왔다. 이제는 전세계 무용수들이 뉴욕 데뷔를 위해 찾아온다.
▲엄마 뱃속부터 춤춰
77년 김포공항을 떠날 때 외할머니가 부적을 한 장 주며 김영순에게 한 말이 있다.“네 엄마의 꿈을 대신 해서 네가 세상에 나가 이루어라” 이 말은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김영순의 어머니 문복수(82)는 부잣집 딸로 유모를 두고 살면서 ‘흥이 넘쳐나는 춤꾼’ 기질로 인해 유랑극단만 보면 따라가려고 보따리를 2~3번이나 싸놓았지만 외할아버지 반대로 결국 꿈을 포기하고 결혼을 했다. 17세때 철도청 엔지니어인 김철주(현재 89)씨에게 시집가서 18세부터 딸 넷, 아들 다섯을 낳아 키우며 살았는데 김영순은 9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감자를 삶아놓으면 9남매가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싸우면서 자랐다. 6세때 장고소리를 따라 가보니 예쁜 선생이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3번째 가니 선생이 부르더니 춤 배우고 싶니 물어서 고개를 끄덕이니 내일 엄마하고 오라고 했다. 다음날 엄마가 어딜 가서 혼자 가서 춤을 배웠다. 영순이 어딨냐 하고 엄마가 찾자 언니들이 영순이 저기서 춤추고 있어요 했다 하더라.”
그렇게 배운 춤은 당시 가장 유명한 예술제 중 하나인 호남예술제에 나가 1등을 했다. 그것도 선생이 바람이 나서 사라져버리자 배우다만 춤을 ‘내가 한번 해볼까’하며 엄마와 둘이서 안무한 춤이었다.
▲앞이 안보여도 간다
그는 지난날들이 너무 버거워 생각조차 안날 정도라 한다.
“늘 힘들게 헤쳐 나왔다. 너무나 많은 순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스톱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승리자가 될 것이다는 모토로 결국 길을 찾았다”포기하기에는 너무 춤을 사랑한 것이다. 춤추고 안무할 때 김영순이 가장 빛난다는 것을 그는 안다. 2007년에는 무용인생 30년을 담은 ‘숯‘(SSoot)을 공연했다.
“작년 12월 페스티벌과 뮤지엄 공연이 겹쳤는데 밤에 잠을 자려고 하니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랐다. 왔다 갔다 하면서, 접시를 씻어도, 머리를 드라이어 할 때도 작품 아이디어가 따라다녔다. 신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몸이 바닥에 닿았는데도 그 순간 아임 소 해피, 그 상태가 너무 좋았다” 남자들이 춤만 생각하는 여자라 무섭다고 해 결혼기회도 놓쳤지만 좋은 일도 있었다. 존 라이언이라는 독지가가 25만 달러를 기부하여 80석 짜리 무용전용 화이트 웨이브 극장이 탄생한 것이다.
1년간의 공사 후 2011년 10월 17일 오픈한 극장은 조명시설 완벽한 높은 천정에 1층 3,000스퀘어 피트 면적 지하에는 1,500스퀘어 피트 면적의 드레싱룸이 있다. “이 장소는 마법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다. 세팅이 되고 조명이 들어와 댄서들이 춤추기 시작하면 관객들은 댄서의 숨소리까지 느끼며 빠져든다.”
극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김영순, 하지만 이 극장을 꾸려가려면 한시도 쉴 틈이 없다. 3개의 댄스 페스티벌 외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뉴욕의 그랜트, 파운데이션, 개인 기부금 모두 끌어 모아야 한다. 16명의 무용단, 디렉터, 어시스턴트, 코디 등 10여명의 스태프, 조명, 인건비, 렌트 등 살림 꾸려가기가 버겁다.
그래도 한국에서 한국의 무용을 알리느라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김영순을 알아주고 도와주고 있다. 김영순은 6월 24일~25일 고향인 광주 공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가장 좋은 객석에 부모님을 모신다음 그 앞에서 춤추려 한다. 커튼 콜 인사이후 어머니를 무대에 모셔 인사시키고 싶다. 이만하면 딸이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준 것 아닌가”
이번 투어 기금 조성을 위해 키스타터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뉴욕한인미술가들의 작품 옥션 행사도 치렀다. 한국공연비용이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떠나는 날까지 기금이 충당되리라 확신한다.
“한국을 다녀온 후인 8월 17일에는 뉴욕 서머 스테이지 무대에 선다. ”
그는 할 일이 넘쳐나 즐겁고 몸은 천근만근이라도 춤을 출 수 있어 늘 ‘I am so happy’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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