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에로스 결합된 팬터지 1000만부 넘게 팔려 묶고 때리고 기구사용 등 포르노성 BDSM 행위 넘쳐 주로 여성들이 열광… 일부 공공 도서관에선‘퇴출’
▶ 3부작 ‘Fifty Shades’ 베스트셀러 상위권 점령
변태적 성애를 묘사한 3부작 소설이 미국 서점가를 강타하며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영국인 작가 E.L. 제임스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발표한 세 권의‘Fifty Shades’(50개의 그림자) 시리즈는 최근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1, 2, 3위를 독차지하며 이른바‘에로이카’ 문학에 대한 예상치 못했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3부작 가운데 1부인 ‘그레이의 50개 그림자’(Fisty Shades of Grey)는 2011년 발표되기 무섭게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인기 전자도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나온 2부(Fifty Shades Darker)와 3부(Fifty Shades Freed)도 폭발적인 반응 속에 순식간에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이들은 총 1,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가장 먼저 나온 ‘그레이의 50개 그림자’는 5월 들어 3주 연속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리스트 1위를 달렸다.
‘50개의 그림자’ 시리즈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아나스탸샤 스틸과 젊고 잘생긴 억만장자 사업가 크리스천 그레이가 벌이는 변태적 애정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들이 주로 즐기는 사랑놀이는 도색소설이나 포르노 영상물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BDSM이다. 하지만 성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인디애나 대학 킨세이 인스티튜트의 데비 허비닉의 지적대로 “BDSM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BDSM은 결박(bondage), 규율(discipline), 가학증(sadism)과 피학증(masochism)을 뜻하는 네 개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두문자(acronym)
로 포르노 업계의 ‘기본용어’다.
용어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가듯 상대를 묶어놓고 성행위를 하거나, 가혹하게 ‘군기’를 잡는다든지, 매질과 같은 고통을 가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다. 물론 본인이 직접 가학적 행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허비닉은 “BDSM에는 수갑과 볼기를 치는 소형 기구에서 엄청난 고통을 일으키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연장이 동원된다”며 “이 사랑놀이의 핵심은 참가자들 사이의 역할 연기(role-playing)와 주종관계(dominant/submissive)
의 뒤바꿈”이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플로리다와 조지아의 공공 도서관들은 이처럼 비전통적인 성행위를 화끈하게 묘사한 ‘50개의 그림자’ 시리즈를 서가에서 퇴출시켰다. 하지만 논란이 커질수록 일반의 관심은 뜨거워졌고 판매부수는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 파트너를 결박한다든지, 침실에서 말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토크쇼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비닉은 “사안의 성격상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BDSM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수가 최소한 수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공인된 성문제 치료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페기 클라인프라츠 교수는 “성인 남녀 열 명당 한 명 정도가 BDSM에 참여할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으나 정확한 수치인지는 물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말 궁금한 것은 이 소설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 그것도 주로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버팔로 스테이트 칼리지의 사회학 조교수 스타치 뉴마르는 “이런 종류의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도색소설 가운데 하필이면 이 책에 폭발적인 수요가 몰린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50개의 그림자’가 미국의 대표적 연애소설인 ‘할리퀸 로맨스’ 시리즈의 기본 정석에 바탕을 둔 스토리에 비전통적인 성애를 다룬 에로티시즘을 듬뿍 가미했다고 평가했다.
할리퀸 로맨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본으로 한다. 별 볼일 없는 조건을 지닌 여성이 돈 많고, 잘 생긴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에 이른다는 뻔한 얘기다. 그러나 ‘백마 탄 왕자’는 여성의 영원한 로망이다.
‘50개의 그림자’ 시리즈는 로맨스와 에로스를 결합시켜 자극성을 극대화한 팬터지물이다.
포르노물에서는 “‘전통적 성애’를 ‘바닐라 에로티시즘’이라 부른다. 워싱턴 DC의 섹스 테러피스트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배리 맥카디는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에 대한 에로틱한 감정과 성적 흥분을 자아내는 불가측성이나 활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바로 여기서 바닐라보다는 자극성이 강한 성적 팬터지에 대한 수요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리즈의 저자인 E.L. 제임스의 본명은 에리카 레오너드로 두 명의 10대 아들을 둔 중년의 가정주부다.
에리카는 ‘스노퀸스 아이스드래건’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트와이라이트’ 팬픽션을 연재해 매니아들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자 이를 ‘50개의 그림자’ 시리즈로 발전시켰다. 팬픽션(fanfiction)이란 널리 알려진 TV 드라마나 영화에 바탕해 팬들이 써내는 소설이다.
그녀는 자신의 3부작 소설을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나 자신의 환상을 다룬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시간주 앤아버의 섹스 테러피스트 샐리 폴리는 “무료함을 달래주는 팬터지를 따라 탐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며 단지 “BDSM은 안전하고, 분별력 있는 방식으로 서로의 합의에 따라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넘어서지 말아야 할 한계를 서로 의논해 결정하고 확정된 테두리 안에서 각자 맡은 역할 연기를 한다면 ‘묶고 때리고, 군기를 잡는’ 가혹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는 게 샐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BDSM 참여자들이 정한 한계, 즉 ‘리미트’(limit)는 ‘하드 리미트’와 ‘소프트 리미트’로 분류된다. 하드 리미트는 어떤 경우에건 절대 넘어서서는 안 될 금기선이다. 상대가 이 선을 침범한 경우 ‘놀이’는 그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양측이 한계를 준수해 신체적 위험을 피해간다 해도 감정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BDSM이 “감정적으로 안전한가”에 대해 오타와 대학의 클라인프라츠 교수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다거나 남자 친구에게 렌트비를 얻어내기 위해서 등의 잘못된 이유에서 억지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심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에로틱 환상은 환상으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환상을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하게 되고 겁을 집어먹게 돼 오히려 성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허비닉은 ‘50개의 그림자’가 거둔 놀라운 성공의 결과로 하드코어 BDSM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미국 침실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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