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적시 졸업률 31%..각 대학, 졸업률 제고 묘책 짜내기
미국 유수의 공립대학들이 졸업을 미룬 채 미적거리는 ‘슈퍼 시니어’(super senior)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은 4년 만에 졸업한다는 게 규칙이 아니라 오히려 ‘예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경기 침체에 따른 구직난 등 여러 이유로 대학에서 5~6년간 여러 전공을 섭렵하면서 ‘스펙 쌓기’에 나서는 풍토가 대학가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
미국 연방정부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4학년을 마치고 제 때 졸업하는 주립대생의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3명당 2명 이상이 4년 이상 대학을 다니는 셈이다.
수업료가 비싸 학생이나 부모 모두 재학 기간을 연장하기 부담스러운 사립대는 52%였다.
이렇게 졸업을 유예한 채 캠퍼스에 머물면서 특전을 누리는 슈퍼 시니어 또는 ‘직업 학생’(professional student)을 졸업식장에 세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자녀들 학비를 대느라 지갑이 쪼그라드는 학부모들의 지지만 받는 게 아니다.
대학 측도 세금 낭비에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는 지적 속에 학생들이 4년 만에 졸업하는 관행을 세우려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WP가 50개주의 대표적인 주립대를 조사했더니 4년 안에 학사모를 쓰는 학생이 절반도 안 되는 곳이 33곳에 달했다.
버지니아대는 적시 졸업률이 85%로 가장 높았고 메릴랜드대도 63%나 됐다.
위스콘신대 학생인 스물한 살 닉 코거는 4년 전 입학했을 때 도대체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엔 의예과를 고려했으나 생물학 학점을 보고는 생각을 접었고 지금은 역사와 영어를 공부하면서 학교 신문에 기사를 쓰고 여름엔 트럭을 운전한다.
코거는 올해 가을 5학년에 올라간다.
대학들이 슈퍼 시니어를 ‘퇴출’시키려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주립대 등록금은 1990년대 중반보다 두배나 올라 평균 8천244달러인데, 경제 불황기에 이들 ‘게으름뱅이’ 대학생의 표심을 얻으려는 주 의회 의원들이 세금으로 학비를 보조해준 탓에 대학으로서는 돈이 별로 안 된다.
텍사스주(州) 의회 플로런스 샤피로 상원의원은 "학생당 평균 7천563달러를 보조하는데, 이런 빈둥거리는 학생들이 신입생 진입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텍사스대는 올해 적시 졸업 비율을 현행 53%에서 2016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인디애나대는 슈퍼 시니어의 졸업을 유도하려 여름 학기에 ‘할인 강좌’를 열 예정이다.
뉴욕주 버팔로대는 제 때 졸업하는 비율을 45%에서 60%로 높이려 적시 졸업 서약제를 도입했는데 절반 정도가 사인했다.
미네소타대 신입생은 작년 입학 당시 2015개의 장식 술이 달린 봉투를 받았다.
2015년 졸업하라는 의미다.
이 대학 에릭 케일러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4년 만에 졸업하는 게 목표라는 점을 상기할 수 있게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놔라. 방에도 걸어놓고 랩톱 컴퓨터에도 달아놓고 룸메이트 코에도 붙여놓으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 마이클 애머리디스 학장은 "가장 쉬운 방법은 그저 4년 만에 졸업하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박수치는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적시 졸업률이 낮은 것은 우선 학교 안팎에서 일을 하느라 4년 만에 졸업할 수 있게 학점을 이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생은 학기당 평균 14학점을 듣는데 4년간 120학점을 채울 수 없다.
또 미국 대학이 4년제 모델이지만 공학, 교육학 등의 일부 전공 강좌는 5년 코스이다.
대학 재정난으로 예산이 깎이면서 일부 필수과목은 병목 현상이 생겨 수업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대학원이나 직장이 ‘화려한 스펙’을 선호한다는 판단에 따라 제2전공, 심지어 제3전공을 이수하는 학생이 많은 것도 슈퍼 시니어를 양산하는데 한몫 한다고 WP는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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