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탈북 4차례 시도 끝 미국에 정착한 60대
(위)탈북난민 김성민씨가 4번이나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사연을 담담히 말하고 있다. (아래) 집결소에 두 차례 수감된 김성민씨가 당시 구타로 생긴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장지훈 기자>
남측 인사 접촉땐 교화소행
스튜디오 공간 40명 생활
고문 당해 이틀간 정신 잃어
구타 등 후유증 지금도 고생
“먹고 살기 위해, 생존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가디나에 정착한 탈북난민 김성민(가명·63)씨의 인생은 대하소설을 써도 부족한 만큼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북한 식량난이 최악으로 치닫던 1996년 처음으로 국경을 넘은 이래 4번이나 탈북을 시도한 끝에 이역만리 미국에서 비로소 정착할 삶의 터전을 찾게 됐다.
김씨는 함경북도 한 시골에서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었다. 1996년 첫 번째 탈북은 간경화를 앓고 있던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보건소에 가도 침만 놓아줄 뿐 약을 구할 수 없었다”는 김씨는 중국으로 월경했다 3개월만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으나 아내는 그해 12월 끝내 숨을 거뒀다.
2차 탈북은 1998년이었다.
“중국의 현실을 접하고나니 북한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는 그해 북한 국경 경비대에게 북한 돈 100원(한 달 노임 21원)을 뇌물로 주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당시엔 국경경비대와 북한 주민도 월경을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두 번째 월경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차 탈북 후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돼 강제로 북으로 송환됐다.
“북한도 법과 체계가 있는 나라지만 뒷돈으로 해결되는 일이 많다”고 설명한 김씨는 ”하지만 나는 돈과 인맥이 없어 강제 송환된 후 재판 전 수감시설인 ‘집결소’에서 6개월간 수감생활을 꼬박 다 채워야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탈북자가 북송될 경우 우선 집결소에서 월경 동기를 조사받는다. 배고픔 등 경제사정에 따른 월경이면 3~6개월 수감된 후 석방된다고 한다.
그는 “무조건 배고파서 월경했다고 진술한다. 중국 내 선교사나 남측 인사를 만났다고 하면 감옥인 교화소로 이송 후 재판을 받는다”며 “정치범 수용소는 교화소의 재판 결과가 나쁘면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6개월을 보낸 집결소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스튜디오만 한 공간에서 30~40명과 뒤엉켜 생활해야 했고, 한 끼 식사는 강냉이 40알이 들어간 죽이 전부였다. 하루 일과는 정신교육인 생활총화, 장군님 충성다짐과 하루 10시간 농장 및 도로공사 노동이었다.
김씨는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었다.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는데 집결소 수감자들이 먹을 게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1999년 김씨가 3차 탈북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중국 연길이 목표였다. 고위 공무원인 중국인 사장 밑에서 일했지만 2003년 2월 한 중국 동포의 신고로 또 체포됐다. 삼촌이 국군포로란 출신성분과 한 차례 북송 전력이 있던 김씨는 이번에는 탈북자 집결소에서 구타까지 당했다.
“고문을 당하고 모질게 맞아서 이틀 동안 정신을 잃은 적도 있다”며 “함경도 도당인 청진 교화소로 이송되면 재판을 받는다고 해 끝이구나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김성민씨는 이송 도중 트럭이 고장 난 틈을 타 목숨을 걸고 4번째 탈북을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연길 만두집에서 일하던 그는 2006년 지인의 권유로 미국행을 결심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김씨는 태국,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과테말라, 멕시코 등지를 떠돌다 2008년 2월 멕시코 국경을 넘어 텍사스로 들어왔고, 난민신청을 해 2010년 4월 꿈에 그리던 영주권을 손에 쥐게 됐다.
현재 김성민씨는 고문과 구타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아 장기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월 900달러 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
“몸이 건강해지면 세금을 내고 남도 돕는 떳떳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딸이 살아있다면 지금 스물 한 살일 것”이라며 “잘 먹고 자유를 얻길 바랄 뿐이다. 언젠가는 꼭 조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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