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군 철수 6개월..홀로서기 쉽지 않아"
이라크 바그다드에 사는 시아파 무슬림 사히르 탈리브(23)는 현재 입원중이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가 자살폭탄 테러로 머리와 팔을 심하게 다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앞서 다른 폭탄테러로 부상했던 한 친구는 병상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내가 병문안을 갈 차례구나"라고 말했다.
전화기를 내려 놓는 탈리브의 입에서는 "우리 생활은 전혀 달라진게 없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철수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이라크가 홀로서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빈발하는 테러와 정치적 혼란, 열악한 기후조건 등으로 이라크인들의 일상이 과거와 동일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라크인의 절반 이상이 "국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 바로 지난달이다. 국민의 과반수가 이라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2년만에 처음이었다.
이런 낙관론에는 무엇보다 테러가 다소 잠잠해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앞으로도 비교적 평화로운 세월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사항이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한주동안 잇단 폭탄테러로 15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하면서 한달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비관론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바그다드 북동쪽 바쿠바 지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15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했다.
사흘 전인 16일에는 2건의 연쇄 폭탄테러로 50여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이날 테러는 수 만명의 시아파 순례자들이 시아파 7대 이맘(Imam)인 무사 알 카딤을 기리기 위해 바그다드 북부 카디미야 지역으로 몰려든 가운데 발생했다.
앞서 13일에도 이라크 전역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해 72명이 죽고 250명 이상이 부상했다.
한주 동안 이렇게 많은 테러와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정치 역시 시계제로의 상황이다. 수니파 무슬림과 쿠르드족이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퇴진투쟁에 올인한 가운데 이라크 정부는 사실상 식물 상태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렇다고 밀리키 측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타는 듯한 무더위는 이라크인의 일상을 더욱 절망적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이라크의 날씨는 연일 화씨 120도(섭씨 48도)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전기는 하루 몇시간씩만 공급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상 이런 날씨에는 많은 이라크인이 지붕 위에서 잠을 자면서 잠시나마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불가능하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엄청난 강도의 사막폭풍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은 특유의 자포자기적 태도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암울한 요소들은 미군이 떠난 이후 처음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현실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고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철군한 이래 이라크에 대한 개입의 정도를 갈수록 축소하고 있다. 이라크 대사관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는가 하면 이라크 대사는 장기 공석 상태다.
최근에는 이라크 전문가인 브렛 맥거크를 신임 대사로 지명했지만 그가 이른바 `여기자 스캔들’을 둘러싼 공화당의 공세로 지난 19일 낙마하면서 이제 후임이 언제 정해질지 조차 다시 오리무중이다.
이라크 현지 일간지 알 마다의 알리 후사인 편집국장은 "이라크인은 이 모든 것에 익숙하다"며 "아침식사 이후 차량폭탄 테러를 겪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이곳의 일상"이라며 씁쓸해 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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