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약 중독 사망자, 교통사고 사망 앞질러
마약성분의 처방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9년을 기점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 환각 목적, 노년층은 실수로 과다복용 등
진통제 처방 자율화 10년만에‘현대판 돌림병’으로
“헤로인·코케인보다 위험하고 대책도 없어”더 문제
마약성분의 진통제 처방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약물 과용에 의한 사망자 수가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A타임스가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9년 약물 과용에 따른 전국의 사망자 수는 최소한 3만7,485명으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인 3만628명을 웃돌았다.
의학과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예방 가능한 주요 사망원인은 대부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약’만은 예외다. 지난 10년간 약물로 인한 사망 건수는 두 배 이상 뛰었다. CDC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매 14분마다 한 명이 약물 과용으로 숨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치명적인 교통사고는 뚝 떨어졌다. 자동차 안전에 대한 ‘투자’가 주효한 덕택이다.
공중건강 전문가들은 이들 사이의 비교를 통해 증가세를 보이는 처방약 문제에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방 진통제 과용을 현대의 돌림병이라고 부른다.
강력한 처방약과 항불안제는 중독성이 대단히 높고 서로 섞거나 다른 약, 혹은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남용되는 처방약으로는 옥시콘틴(OxyContin), 바이코딘(Vicodin), 자낙스(Xanax)와 소마(Soma)가 꼽힌다.
비교적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한 펜타닐(Fentanyl)은 패치나 롤리팝 형태로 제공되며 아편 성분인 모르핀보다 진통효과가 100배 이상 강력하다.
이들 강력 진통제에 의한 사망자 수는 헤로인과 코케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처방약 과용 피해자의 면면과 그들이 중독에 이른 경위는 가지각색이다. 환각상태를 맛보기 위해 상습적으로 처방약을 입안에 털어 넣은 10대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망가진 허리와 무릎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다 중독된 중년 남녀 근로자들도 있다.
수백 건에 달하는 남가주의 부검 보고서는 비극적인 사례로 넘쳐난다. 19세의 육군 신병은 신검을 무사히 통과한 후 자낙스와 다른 진통제들로 범벅이 된 요란스런 자축파티를 벌이다 사망했다.
결혼을 앞둔 소심한 예비신랑은 처방약 혼합물로 조바심을 달래려다 예식장 대신 황천길로 들어섰다.
한 꼬마는 처방약에 중독된 엄마, 아빠가 불과 몇 개월 차이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갈 곳 없는 고아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가 하면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이미 진통제를 복용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또 다시 하루 분을 추가한 뒤 허무하게 세상을 떴다.
희생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차례 재활에 실패했거나 약을 끊기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번’ 즐기려다 삶의 끈을 놓쳤다. 샌디에고에서 몸에 펜다닐 패치를 붙인 채 시신으로 발견된 한 여성이 여기에 속한다.
그녀는 사망 전 24시간 동안 무려 다섯 개의 패치를 사용했다. 그녀의 시신 곁에는 재활원 정보가 빼곡히 담긴 노트가 놓여 있었다.
처방약 문제의 씨앗은 10년 전에 뿌려졌다. 주역은 전문 의료인들과 제약회사들이었다.
당시 전문의들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진통제 처방의 자율화를 강력히 요구했고 의약업계의 지원을 받아 이를 관철시켰다.
UCLA 공중보건대학의 학장인 린다 로젠스톡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진통제 처방 자율화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돌림병의 단초였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의 처방약 관련 범죄 기동대를 이끄는 스티브 오퍼만 경사는 사용자들의 경계심을 해제한다는 점에서 처방약이 마약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마약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끼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처방약 문제는 종종 자동차 안전과 한 묶음으로 거론된다.
지난 십수년에 걸쳐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교통안전은 공중 건강정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반면 처방약 남용과 과용은 최악의 본보기로 회자된다.
운전자 인구와 운전 거리 모두 늘어났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70년대 초 이후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약물에 의한 사망건수는 꾸준히 증가, 지난 2009년에는 CDC가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LA타임스의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차원의 순위 역전은 2009년에 이루어졌으나 그 이전에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3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약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령별 약물관련 사망자 수는 40대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00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기간 약물로 인한 청소년 사망 건수가 두 배로 늘어나고 50세에서 69세 연령대의 사망자가 세 배나 증가한데서 짐작할 수 있듯 나이에 따른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력 진통제 처방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인명사고’를 가장 자주 일으키는 처방 진통제인 옥시콘틴과 비아코딘, 항불안제인 발륨(Valium)과 자낙스 처방은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세 배로 늘어났다.
이 같은 처방 증가는 암시장 활성화에 일조했다. 요즘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가면 바이크스(vikes), 퍽스(percs), 옥시스(oxys)를 한 알당 10달러에서 80달러 사이에 구할 수 있다.
강력 처방약 가운데서도 가장 남용이 심한 약품은 바이코딘이라는 상표명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이다.
연방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바이코딘은 가장 인기 있는 콜레스테롤 강하제나 항생제보다 더욱 자주 처방된다.
지난 4월 백악관 전국 약품통제정책국은 처방약 남용을 막기 위해 잔여 약품 반환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보유중인 무기를 갖고 오면 구입경위 등에 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관계 당국이 이를 구입하는 프로그램에서 따온 것이었다.
의료인들을 상대로 진통제를 안전하게 처방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은 진통제 처방 증가세에 제동을 걸거나 남용과 과용에 따른 사망 건수를 줄이는데 별 신통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시간대 의과대학의 에이미 본허트는 “정말 무서운 것은 처방약 관련 사망을 줄일 방도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라며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져오는 약품의 개발은 의학적 개가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아직 안전벨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