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머리 이마에 심으면 너무 뻣뻣해” 불평 많아
다리털은 부드럽고 풍성 거의 원래 머리숱처럼 보여
보통 1500~1800개 모낭 수작업으로 이식 8시간 걸려
무너지는 머리 선을 되살릴 수 있을까.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사라진 헤어라인을 볼 때마다 자신감은 저만큼 뒤로 물러선다. 머리 선을 다시 되살릴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심장까지 갈아 끼우는 최첨단 의학시대에 모발재생 기술의 전진속도는 왜 이리도 더딘지, 적어도 대머리 남성의 입장에서는 그렇듯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약간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새로운 위안거리가 생겼다. 바로 다리털 이식이다. 다리에서 모낭을 추출해 머리에 옮겨 심는 외과적 조치다. 이제까지 모발이식은‘주변머리’에서 모낭을 뽑아내 앞이마에 옮겨 붙이는 식이었다.
남성 탈모는 헤어라인에서부터 시작된다.
머리선이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양쪽 귀 주변에 말발굽 형상의 머리털만 오도카니 남게 된다. 이것이 모발상실의 가장 주된 원인인 남성형 대머리의 전형이다.
한쪽 귀에서 다른 쪽 귀까지 뒤통수를 둘러싼 주변머리가 살아남는 이유는 이쪽의 머리털이 모낭에 작용하는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뒤통수에 분포된 모낭은 탈모를 일으키는 호르몬에 무디다.
모낭의 호르몬 감수성은 유전적 요인이다. 대머리도 대물림한다는 얘기다.
어쨌건 머리 뒷부분의 모낭을 이마에 이식해 머리털을 자라게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대머리 호르몬’에 대한 이들의 반응이 둔하기 때문이다.
머리 앞쪽으로 옮겨진 모낭은 ‘위치 변화’에 관계없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남아 있는 주변머리 부위를 전문가들은 ‘안전 기증지역’이라고 부른다. 이식이 가능한 모낭의 원천이라는 의미에서다.
다리털을 앞이마의 헤어라인으로 이식하는 수술의 선구자는 UCLA 의과대학의 피부학 전문의인 사누시 우마르 박사다.
그는 1996년 내과의로 일하던 중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효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것이 그의 삶의 진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모발 이식수술을 연구하기 위해 그는 피부과로 방향을 전환했다.
우마르 박사가 다리털을 이용한 모발이식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피부과 학회지에서 한 편의 논문을 접한 다음부터였다. 당시 논문은 머리 뒤쪽에 다리털을 이식해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논문을 읽은 후 우마르 박사는 다리털을 이용하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헤어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뒤통수의 털은 다른 부위의 머리털에 비해 억세다. 헤어라인을 구성하는 이마 부위의 모발이 가늘고 부드러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뒤통수의 모낭을 앞이마에 이식하면 뻣뻣하고 거친 고슴도치 머리털이 나오게 된다.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털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마르 박사는 뒷머리털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다리털을 이용해 무너진 헤어라인을 복원시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레돈도비치에 개인 병원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의 고객 두 명을 설득해 다리털 이식수술 합의를 받아냈다.
두 명 모두 전통적인 모발 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채 교정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35세 남성은 거친 헤어라인을 감추기 위해 머리를 온통 앞쪽으로 빗어 내리고 다녔다. 올백 스타일을 원하지만 뻣뻣한 헤어라인으로 수술을 받은 티가 역력히 드러나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29세인 다른 한 명도 곧추선 헤어라인을 감추려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는 비싼 돈을 들여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개선효과를 전혀 얻지 못했고 오히려 수상스런 헤어라인으로 반갑지 않은 시선을 끌어 모으게 됐다고 툴툴댔다.
우마르 박사는 이들에게 국소마취를 실시한 후 초정밀 기구를 이용, 다리의 뒤쪽에서 모낭을 추출해 헤어라인에 이식했다.
이마에 이식할 모낭은 뒷다리의 넓은 부위에서 분산 추출했다. 모낭을 한 부위에서 집중적으로 떼어낼 경우 시술 후 다리털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마르 박사는 학회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수술로 인한 다리 상처는 극소하기 때문에 거의 흉터를 남기지 않고 아물게 된다고 밝혔다.
우마르 박사 수술팀은 두 환자의 다리에서 각각 1,000개의 모낭을 떼어내 한 번에 한 개씩 이들의 헤어라인에 옮겨 심었다.
모발 이식수술은 위험한 시술은 아니지만 대신 노동집약적이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들어간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식한 다리털의 75~80%가 제대로 자라났다. 두말할 나위 없이 두 환자 모두 결과에 대만족이었다.
수술 후 한결 자연스러워진 이들의 헤어라인은 풍성하게 제자리를 잡았다.
35세 남성은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후 뒷머리를 말꼬리처럼 묶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그가 꼭 시도해 보고 싶었던 헤어스타일이었다.
29세 남성도 머리를 길렀다. 그의 앞머리는 극히 자연스러웠다.
두 사람에게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낸 우마르 박사는 이후 여성 한 명을 포함, 모두 8명에게 추가로 시술을 했다.
우마르 박사의 보고에 따르면 이들 역시 결과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머리에 옮겨 심은 다리털은 곧바로 ‘성격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머리털에 비해 길이도 훨씬 짧고 자라는 속도 역시 더디다.
하지만 이마로 이식된 가는 머리털은 원래의 앞머리처럼 부드러운 헤어라인을 형성한다. 효과는 만점이다. 수술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제까지 나온 결과만으로 보면 그렇다.
평균적으로 이식수술은 1,500개에서 1,800개에 달하는 모낭을 제거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옮겨 심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수술은 대략 여덟 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몇 차례의 짧은 휴식시간이 포함된다.
우마르 박사는 “나를 찾아오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했으나 다른 옵션이나 대안이 없다는 ‘최후의 통고’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리털을 헤어라인에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들에겐 삶을 바꾸는 희소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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