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보 특별후원 ‘룩 이스트 한국영화제’ 감독 릴레이 인터뷰① 이창동
지난 23일 룩 이스트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프랑스 영화인 피에르 리시앙을 소개하는 시상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이 레드카펫에서 손을 흔들며 웃음 짓고 있다. ` <박상혁 기자>
상영작‘시’통해서
보이지 않은 아름다움 표현
할리웃과 거리 먼 철학
차기작도 재미없는 영화
피에르 리시앙 감독은
내 작품 믿어주는 친구
지난 23일과 24일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인 할리웃에서 본보 특별 후원으로 성황리에 열린‘제1회 룩 이스트 한국영화제’에는 현재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감독이 직접 참석해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본보는 이들 거장들을 직접 만나 영화제 참가 소감과 할리웃과의 교류 및 영화에 대한 비전 등을 들어봤다.
“할리웃에서 열리는 ‘룩 이스트’ 한국 영화제에 참가해 기분 좋습니다”
지난 24일 할리웃 차이니스 디어터에서 자신의 최근작 ‘시’(Poetry)가 상영된 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이창동 감독은 상당히 고무적인 표정이었다.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악명 높은’ 그이지만 자신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과의 만남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얼굴을 절반 정도 가리는 장발에 청바지와 재킷을 걸친 편한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대구 억양이 강한 말투로 “제 영화를 직접 보러 와 주신 관객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깍듯하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아시안 배우로는 최초로 차이니스 디어터 앞에 핸드프린팅을 남긴 배우 안성기씨와 이병헌씨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 감독은 그 전날 오전 10시 개막작으로 상영된 프랑스 영화인 피에르 리시앙 다큐멘터리 ‘맨 오브 시네마’ 상영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객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고 질의응답 시간에도 객석을 지켰다. 감독 데뷔작 ‘초록물고기’ 이후 자신의 예술성을 믿어주고 끊임없이 질책해 준 피에르 리시앙에 대한 경의였다. 피에르 리시앙 역시 지난해 본 최고의 영화를 묻는 질문에 이창동 감독의 ‘시’를 가장 먼저 꼽았을 만큼 두 사람은 깊은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다.
영화제 개막식에서 피에르 리시앙을 소개하는 시상자로 나서기 위해 깔끔한 블랙 정장차림으로 등장한 이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감독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원래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데…”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피에르 리시앙과의 예술적 교감을 묻자 “언제나 저와 제 작품을 믿어주신 좋은 친구이고 더 노력하고 더 일하도록 채찍질을 해준 바로 그런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또 “LA로 오는 비행기가 3시간 정도 연착을 했는데 피에르 리시앙은 비행기가 늦은 이유가 저 때문이라고 했다”며 “다음 작품 시나리오 작업에 게으름을 부려서 비행기가 벌을 준 것이라고 압박했다. 도무지 편하게 대해주지 않는 인정사정없는 사람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 상영된 영화 ‘시’를 두고 이 감독은 “‘시’라는 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도 있다. 추함과 더러움, 폭력 등을 넘어선,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영화에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러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질문하고 생각하려 한다는 그는 “상업적인 성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더 많은 관객들과 내가 생각한 것들을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이와 관련해 “소설가 시절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와 인생에 대해 질문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며 “영화 ‘밀양’이 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의 영화들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을 묻는 물음에 그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뜸을 들인 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재미없는 영화”라고 말해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이 감독은 끝으로 할리웃에서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할리웃에서 제안이 오더라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 때도 소통이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주문’받고, ‘추천’받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견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되며 작가로 등단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1992) 등을 발표하는 등 주목받는 소설가로 활약하다 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조연출로 영화에 데뷔했다.
1997년 ‘초록물고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6) 등을 통해 한국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장애와 종교 등의 주제로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2010년에는 ‘시’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해 ‘유럽이 좋아하는 감독’임을 확인시켰다. 영화 ‘밀양’은 주연 배우 전도연에게 2007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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