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특별후원 ‘룩 이스트 한국영화제’ 감독 릴레이 인터뷰 2. 박찬욱
지난 23일과 24일 개최된 룩 이스트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은 할리웃 데뷔작‘스토커’에 관해 후반작업이 거의 끝나간다고 답했다. <박상혁 기자>
할리웃 데뷔작‘스토커’
마무리 작업 고독감이...
‘공동경비구역’등 인연
이병헌과는 오랜 친구
예술작품에서 영감
극한 상황으로 끌어가
“할리웃에서 1년 넘게 작업하며 외로운 기분이었는데 안성기씨와 이병헌씨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니 고독감이 사라집니다”
24일 룩 이스트 한국영화제에서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장식한 박찬욱(48) 감독에게서는 고독함이 묻어났다. 그의 할리웃 데뷔작 ‘스토커’(Stoker)에 관해서는 “후반작업이 거의 끝나 완성직전 상태이고 개봉 시기는 미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니콜 키드만,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슈 구드 주연의 영화 ‘스토커’(Stoker)의 할리웃 스튜디오 작업환경이 박 감독을 외롭게 만들어버렸나 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공동작가와 ‘하나의 머리, 두 개의 팔다리’가 있는 듯 함께 작업하고, 정정훈 촬영감독과도 아주 일찌감치 각색 단계에서부터 딱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보드를 함께 그리는 박 감독이다. 현장에서도 배우들과 조감독, 연출부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평소에도 옆집에 사는 친구 조영욱 음악감독과 일과 놀이 구분 없이 영화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에게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찍기만 해야 하는 할리웃 스튜디오 시스템은 군중 속의 고독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핸드프린팅이 끝나자마자 곧장 작업실로 향하는 박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 감독은 “이병헌씨의 오래된 친구로서 고민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고 과감한 선택을 하고, 한 번 선택을 하면 용감하게 나아가고 또 얼마나 철저하게 일을 하는지 처절하게 노력하는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병헌은 박 감독에게 흥행감독의 수식어를 붙여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했다. 또, 박 감독이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3인의 하나로 만들었던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에서 광기의 비릿함을 보여준 배우다. “감독은 그나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는 한국에서 일해도 고독한 존재인데 이병헌 같은 경우는 할리웃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 기분이 그랬다”며 핸드프린팅 행사가 끝나고 포옹을 하는데 콧날이 시큰해지더라고 했다.
박 감독의 영화는 관객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이번 영화제에 상영된 ‘박쥐’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있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감정과 육체적인 소모로 힘이 쭉 빠져버린다. 이제 끝났다는 일종의 해방감마저 들 정도다. 관객들의 이런 반응을 두고 박 감독은 “의도한 바이다. 관객이 감정적인 몰입에 그치지 않고 육체적 반응을 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르 감독으로 이름을 굳힌 박 감독은 “영화에서 개성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달라 제 각각이듯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당연히 다르게 나오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또 “촬영감독 정정훈씨와는 ‘올드보이’ 이후 모든 영화를 함께 해왔다. 지금쯤 됐으면 생각하는 게 비슷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서로 할 때가 많다. 상반된 카메라 샷과 움직임을 내세우며 서로 다른 구상을 한다. 아무리 오래된 사이라도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할리웃 진출을 도모했느냐고 묻자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 한 명의 감독으로서 단순할 수 있지만 좋은 스토리가 어디서 주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의 프로듀서가, 작가가 스토리를 주느냐, 아니면 미국에서 오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이번 작품은 미국에서 좋은 이야기가 전달되어 감독을 맡았을 뿐이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영화 ‘박쥐’는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켕’에서 스토리 아이디어를 얻었다. 굳이 작품이 아니어도 함께 지내는 가족,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영화적 영감을 주고 행동과 언어, 그들의 성격을 지켜보다가 혹은 신문의 사회면에서도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의 영화에 영향을 끼친 감독은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억지로 한 이름만 고르라고 한다면 “작고한 한국의 김기영 감독을 젊을 때부터 좋아했다. 한동안 잊혀진 이름이었고 혼자서 짝사랑한 감독이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박쥐’를 다시 보면서 새삼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2013년 박 감독의 할리웃 데뷔작 ‘스토커’(Stoker)가 개봉된다.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가 제작과 배급을 맡은 ‘스토커’는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인디아 스토커(India Stoker)라는 10대 소녀 앞에 삼촌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면서 그 소녀와 어머니, 삼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FOX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썼고 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Snowpiercer),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Last Stand)도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03년 김지운 감독이 ‘장화홍련’을, 내가 ‘올드보이’를,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내놓았고 10년이 지나서 우리 세 사람이 같은 시기에 영어로 된 작품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마치 운명의 움직임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죠. 흔히 말하는 세대별 구분이 이래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영화패의 창단멤버로 활동했고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센터 출신으로 감독 데뷔 전 영화평론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92년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 데뷔를 했고 흥행에 참패, 5년의 공백기를 거쳐 로드무비 ‘3인조’를 다시 발표했다. 그러나 재능만큼 빛을 보지 못했고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이 당시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자신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완성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성, 또한 자신의 성향을 고수하는 ‘장르’ 감독으로 자리를 굳혔다. 박 감독에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안긴 영화 ‘올드보이’는 현재 할리웃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다.
<하은선 기자>
■박찬욱 감독 프로필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철학과 졸업
-1988 ‘깜동’ 연출부로 영화계 입문
-1992 ‘달은… 해가 꾸는 꿈’ 감독 데뷔
-1997 ‘삼인조’ 각본·감독
-2000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감독
-2001 ‘복수는 나의 것’ 각본·감독
-2003 ‘올드 보이’ 각본·감독
-2003 ‘여섯 개의 시선-4’ 감독
-2004 ‘쓰리, 몬스터’ 각본·감독
-2005 ‘친절한 금자씨’ 각본·감독
-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감독
-2008 ‘미쓰 홍당무’ 제작
-2009 ‘박쥐’ 각본·감독
-2010 ‘파란만장’ 각본·감독
-2012 ‘스토커’(개봉 예정) 감독
-2012 ‘설국열차’(개봉 예정) 제작
-2004~현재 영화사 모호필름 대표
-2004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2006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2007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싸이보그)
-2009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박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