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벤자민 리베이로도 밸 리가 뉴욕 핍스 애비뉴의 조산원에서 산파 엘라지베스 보이스(가운데), 원장인 바바라 셀라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산은 병이 아닌데 왜 병원에서 애를 낳나”
유명 모델 등 부유층들 출산 때 앞다퉈 이용
일부는 프라이버시 위해 아예 자택에서 출산
크리스티 털링턴, 캐롤리나 쿠르코바와 지젤 번천은 돈 많은 유부녀 모델이다. 세계 정상급 모델로 자타가 공인하는 거부’인 이들은 출산 당시 내로라하는 유명 산부의과 전문의들을 마다하고 산파를 고용했다는 특이한 공통점을 지닌다. 털링턴의 두 자녀인 그레이스(9)와 핀(6)은 뉴욕의 세인트 루크스-루스벨트 병원에서 전문의가 아닌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났다. 산모건강 전문 비영리기구인‘에브리 마더 카운츠’(Every Mother Counts)의 창립자이기도 한 털링턴은“첫 아이를 가진 후 꼭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산부인과 전문의보다는 산파를 선택하는 편이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 이상주의자라든지 히피들이 주로 이용하던 조산원이 이제는 털링턴처럼 부유한 여류 명사들이 선호하는 출산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소한 뉴욕의 경우에는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세인트 루크스-루스벨트 병원의 부인과 과장으로 3개 조산원의 상담역을 맡고 있는 자크 모리츠 박사는 “근년 들어 산파와 조산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자녀를 제대로 된 프리스쿨에 넣기 위해 만만치 않은 물밑작업을 해야 하듯 이제 유명 조산원에서 몸을 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전했다.
웨스트 58가에 ‘미드위퍼리 오브 맨해턴’ 조산원을 설립한 실비에 블로스타인은 “예약이 넘쳐 찾아오는 많은 산부들을 되돌려보내야 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003년 개업한 이 조산원은 6명의 산파를 두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20명으로 ‘출산 쿼타’를 책정했다.
원장인 블로스타인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들 조산이 유행을 타고 있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산과 전문의와 마찬가지로 산파도 소정의 수련과정을 거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들 사이의 실질적 차이는 제왕절개를 비롯한 수술과 고위험 임신은 산과 전문의만이 다룰 수 있다는 정도다.
일반적인 산과 전문의들과 달리 산파는 임산모에게 단순한 물리적 차원의 도움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이른바 총체적 접근방법(holistic approach)을 취한다. 산통을 겪는 산부의 곁에서 열두 시간 이상 머물기도 하고 요청이 있을 경우 왕진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맨해턴 금융 중심지역에서 ‘CBS 미드위퍼리’를 운영하는 바바라 셀라스는 “우리가 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촛불을 켜놓고 혼을 불러들이는 영매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꽤 잘나가는 산파인 셀라스의 도움으로 몸을 푼 ‘고객’들 가운데는 털링턴과 같은 모델을 비롯, 오페라 가수, 배우 등 유명인들과 금융인 등 전문직 종사 여성들이 수두룩하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할리웃의 ‘엄친아’로 통하는 나탈리 포트만이라든지, 캠브리지를 졸업한 영국 태생 여배우 레이첼 와이즈 역시 조산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지난 2008년 아들 스텔란을 임신한 뉴욕의 스타일리스트 케이트 영이 CBS 미드위퍼리를 찾아가 일찌감치 예약을 마친 것도 그곳에서 최상의 출산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케이트 영은 “출산을 위해 의사를 찾아가면 홀로 방치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고, 눈을 들여다보며 위로를 해주거나 산고의 시간을 끝까지 함께 해주는 간호사도 없다”는 얘기다.
케이트는 “뱃속의 내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어떻게 그 아이를 세상에 내놓을까 궁리한 끝에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산파로 결론을 보았다”고 말했다.
조산원의 인기몰이는 오개닉 푸드와 생식에서 동종요법에 이르기까지 무엇이건 자연적인 것을 선호하는 문화적 추이를 반영한다.
세인트 루크스-루스벨트 병원의 부인과 과장 모리츠 박사는 “임신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condition)이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보다 산파가 더 많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아이들은 아버지가 산부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산파가 받았다.
일부 여성들은 병원이 아닌 조산원을 찾는 이유로 통제감(sense of control)을 꼽는다.
지난 2009년 조산원에서 아들 토빈을 출산한 유명 모델 쿠르코바(28)는 “제왕절개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는 위험을 피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조산은 대부분 병원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쿠르코바는 산파를 불러 자신의 집에서 토빈을 낳았다.
브룩클린에서 25년째 출장전문 산파로 일해 온 미리암 슈와르츠차일드는 “자택 출산은 병원보다 훨씬 느긋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손을 깨끗이 씻고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해 가며 가끔씩 혈압과 맥박 등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전부”이다. 집에서는 쓸데없는 검사 따위를 할 이유가 없다.
출산장소가 병원이건 자택이건 간에 신생아에게 문제가 없을 경우 엄마와 아기는 줄곧 함께 있게 된다. 이것이 일반적인 병원 분만과 다른 점이고, 산파를 이용한 출산의 주된 강점으로 꼽힌다.
자택에서 산파의 도움으로 몸을 푼 여류 명사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모델로 꼽히는 번천도 포함되어 있다.
번천의 산파였던 데보라 알렌은 “출산 때 임산부는 완전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집만큼 확실한 공간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파의 조력을 받는 임산부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택 분만에 회의적이다.
럭키 매거진의 에스더 헤인즈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헤인즈는 산파를 고용하기로 결정했으나 집에서 아기를 낳는 게 어떠냐는 조산원 측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헤인즈는 “나 같은 뉴욕 토박이라면 집에서 분만을 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이 곳의 교통체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너무도 잘 알 것”이라는 헤인즈는 “출산 중 비상사태가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면 왜 재택분만이 나쁜 아이디어인지 금방 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갑자기 병원으로 가야할 비상상황이 생겨 급하게 부른 911 구급차가 교통체증 때문에 45분 뒤에야 도착한다면 사단이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헤인즈는 “더구나 내 아파트는 정리정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좁고 지저분하다”며 “그런 곳에서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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