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고 해도 버틸만한 날씨인데 얼른 선선한 가을이 되었음 하는 마음이다. 가을을 상상하니 천고마비와 독서가 생각난다. 내가 유치원생일 때 절대 책은 전집으로 사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교육관에 의해서 책을 보려면 한 권을 끝내야 다른 책을 사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삼일 마다 집 앞에 있던 서점을 들락거리면서 ‘위인전 세종대왕’, ‘혹부리영감’, ‘꺼벙이의 세계여행’ 같은 책들을 사서 읽었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사던 나를 서점아저씨는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가끔은 영어로 된 디즈니 만화 코믹스를 공짜로 주기도 했다. 초·중때는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문방구옆 서점을 들락거렸다. 친구와 경쟁하듯 사서 읽던 추리 소설부터 ‘테스’, ‘폭풍의 언덕’,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나의 인간성과 지적 능력의 바탕이 된 책들을 대부분 그 서점에서 사서 읽었다. 책을 안 들춰보고 문방구만 들리는 날에는 서점 아줌마가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하고 가끔은 단골인 나에게 좀 깎아주기도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아는 분이 준 대형서점의 VIP할인권을 들고 책방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VIP할인권으로 수많은, 결국 다 풀지 못했던 문제집들과 내용도 기억 안 나는 책들을 사느라 수시로 들렀는데 나중에는 VIP할인권을 보여주지 않아도 "나리 학생이시죠? 할인해 드릴게요." 라면서 할인을 해줬다.
미국에 와서 영어로 된 삶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거리면서 한국 책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논문과 영어 교과서를 붙잡고 살던 어느 날 육아책을 시작으로 다시 한글 책을 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에서 배편으로 부쳐주다가 뉴저지에 한국서점이 있다는 걸 알고 서점에 출입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비해서 싸지 않는 책 가격과, 뉴저지에 위치한 것 때문에 자주 갈 순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하츠데일에 한국수퍼가 생기면서 점점 더 발걸음이 멀어졌다.
그래도 직접 가서 여기저기 있는 책들을 손으로 집어서, 목차를 보면서, 예산을 생각하면서 진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재미는 인터넷에서 클릭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어서 여전히 일부러 그곳에 가서 책을 산다.
그리고 이곳 서점에서도 예전의 서점들처럼 "나리님이시죠. 회원할인 해 드릴게요." 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점에서 날 알아주는 건 마치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나에게 ‘참 잘하고 있어요’라는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이 여름날에 아이들 손잡고, 아니면 나를 위해서 서점에 가서 책을 사자. 얼른 읽고 또 사자. 그래서 본격적인 가을이 올 때쯤엔 서점에서 내가 느끼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 기분을 느껴보자.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의 책을 중심으로 나리의 추천 책: 행복의 힘(조엘 오스틴),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강영우), 스님의 주례사(법륜),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백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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