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미국역사에서 1620년과 1619년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1620년 청교도들이 영국의 국교에 반기를 들고 종교의 자유를 갈망하여 자발적으로 미국에 상륙하였다. 1년 전인 1619년에는 미국 남부에 아프리카에서 강제적으로 잡혀 모든 자유를 잃고 노예로 팔려온 사람들이 도착하였다. 전자는 백인이요, 후자는 흑인이다. 백인은 북쪽에, 흑인은 남쪽에 정착하였다.
백인들은 새 나라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첫 겨울에 막심한 고초를 겪어 거의 반이 사망하였다. 생존자들은 먹거리가 부족하여 하루 한 사람당 옥수수 일곱 알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해에 첫 추수를 마치고 감사하는 예배를 드린 것이 “감사절”의 시작이다.
노예로 팔려온 사람들은 주로 솜을 따는 강제노동에 종사하였다. 필자가 대학원재학 당시 노예에 관한 연구논문을 쓴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이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 주었다. 북부의 학자들은 모두가 노예제도를 반대하였고 비인도적인 면을 지적했었다. 하지만 남부 학자들은 노예제도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내용이 많았다.
도미한 지 1년 후인 1958년, 테네시주 오크리지시의 친구를 방문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화장실을 찾아갔더니 ‘흑인 전용’과 ‘백인 전용’이 따로 있었다. 황인종인 필자에게는 곤욕스러운 선택이었다. 북쪽에서는 이러한 차별이 없었고 늦은 시간 객지에서 당황하기도 하고 겁도 났었다.
평생을 소수민족의 민권운동에 헌신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44년 15세 때 애틀랜타의 집을 떠나 커네티컷주의 심즈버리(Simsbury)근처의 담배 밭에서 여름동안 일을 했었다. 커네티컷주는 토질이 ‘달기 때문’에 담배의 배양이 알맞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같은 나이의 소년들과 함께 얇은 백색 천으로 덮인 담배밭에서 무더운 태양아래 담배 잎을 따는 작업을 하였다. 1947년에도 같은 곳에서 일했다.
이때로 부터 그는 피부색깔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어야 되는 현실을 없애는 운동에 헌신하기로 결심하였다. ‘여름 일’을 마치고 차별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괴로운 경험’이라고 그의 자서전에 기록했다. 이어서 “기차를 타고 뉴욕에서 워싱톤까지는 아무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수도를 지나면 내가 왜 Jim Crow(인종차별 객차)로 옮겨야 되는지 애틀랜타에 도착할 때까지 큰 고통이었다.” 라고 심정을 토로하였다. 민권운동의 으뜸이 되었었다.
필자가 1959년 서 아프리카의 가나 (Ghana)에서 개최된 세계대학봉사회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바다 쪽에 있는 Cape Coast Castle을 대표들이 방문한 적이 있다(2009년 오바마 대통령 내외도 방문). 노예로 잡혀서 배를 타기 전에 머무는 곳이었다. 흰 건물 내부를 지나가는 동안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곳을 거쳐 간 무고한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비애, 고통, 불안, 실망, 고민, 걱정, 고초, 억울함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득 찼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심정이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노예문제는 급기야 미국의 남북전쟁(1861-65)의 원인이 되었고, 북부의 승리로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을 선포하였다. 우리 한인들은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후 민권의 보장과 자유를 누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11월은 추수감사절이 있는 달이다. 우리도 만사에 감사하는 절기가 되기를 갈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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