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선<수필가>
밤사이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걷치고 커튼사이로 햇살가득한 눈부신 새 아침이다. 이미 묵은해를 뒤로 하고 새로운 달력위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마음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아쉬움의 덩어리들, 후회와 반성의 찌꺼기들, 훌훌 털어내 버리지 못한 미련들이 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누군가는 세월에 휘둘려 정신없이 살아왔고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설계대로 목적을 이루고 만족한 항해를 마무리 했겠지만 한해를 보내며 후회와 미련이 남아있지 않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보냈다. 특별히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었다. 너도나도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기쁜 일에는 박수를 보내고 어려운 일에는 서로가 역할을 분담하여 도우미가 되고 부족하지만 마음도 함께 나누었다.
‘잘 살고 있는 시기에는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우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 중 하나가 날마다 꿈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따뜻한 꿈을 꾸는 한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크거나 작거나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자가 되려는 꿈, 자식이 잘 되는 꿈, 예뻐지고 싶은 꿈,... 대개는 원대한 것을 계획하고 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것을 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펼쳐 나아가는 꿈이 있는가 하면 소중히 간직하고 가꾸어 나아가는 꿈도 있다.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작지만 고귀한 꿈, 초라하지만 생명을 품을 수 있고 부족한 듯해도 넉넉하게 채워지는 꿈도 있다. 시바다 도요라는 일본 할머니를 소개한다. 장례비용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100만 엔으로 100세에 발간한 시집이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약해 지지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할머니는 아직도 꿈이 많고 구름도 타고 싶다고 한다. 마음을 나누는 꿈은 아무리 많아도 욕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을 품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길잡이가 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에너지가 된다. 작은 촛불하나가 어둠속을 환하게 비추듯이 따뜻한 미소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수줍게 내미는 손잡고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이것 또한 꿈이라 말하고 싶다.
꿈은 희망이고 언제라도 바라볼 수 있고 대가없이 주고도 기쁨을 얻는다. 나만을 위한 꿈 말고, 너에게 주는 꿈, 우리에게 향한 꿈이면 더욱더 아름답지 않을까? 황량한 벌판 같은 모진세월을 이고 살아간다 하여도 비록 살아갈 이유가 희미한 안개 속 같더라도 내일을 꿈꿀 수 있기에 오늘이 행복한 이유가 아닐까?
기쁨이 상실된 시대라고 한다. 결과만 가지고 상벌을 정하고 큰 것만 잡기위해 몸부림친다면 우리에게서 기쁨은 더 멀리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다시금 녹녹치 않은 한해를 마주하며 긴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한숨짓지 말고
살아있어서 좋았어
약해지지 마‘
100세에도 도요할머니는 꿈을 꾸고 희망을 나눈다. 새롭게 따뜻한 꿈을 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날마다 행복한 1년 하루하루가 되길 바래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