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친 불경기로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 인력의 취업길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학을 나왔네, 일류대학을 나왔네 등등 대학과 우수대학 경력이 새내기 졸업생들에게는 어깨에 단 근사한 계급장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어쩌랴. 흰 와이셔츠에 멋진 넥타이가 그리 쉽게 내손 안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졸업장이 무겁게 눌러대는 거추장스러운 멍에로 여겨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닐 텐데 말이다. 미국 대학 졸업자의 절반 가까이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대학 졸업장을 가졌다고 해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절반은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학사’소지 미국인 10년새 25% 증가
학위 필요한 직장은 줄거나 제자리
경기 풀려도 같은 현상 계속될 듯
쏟아지는 대졸자
비영리 단체인 ‘대학 감당성 및 생산성 연구센터’(Center for College Affordability and Productivity)는 최근 대학 졸업자들이 갈만한 직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상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하이오 대학 경제학 교수 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이 연구센터의 리처드 버더 소장은 “많은 학사학위 소지자들이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좋은 직장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주 전 발표된 미국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학사학위를 소지한 미국인 수는 2002년보다 25% 늘어난 410만명이다.
또 준학사학위인 2년제 주니어 칼리지 졸업자들도 31% 증가했고 대학원 졸업인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자도 10년 전에 비해 각각 45%와 43% 늘어났다.
2011년 25세 이상 석사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5만9,4215 달러에 반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교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3만2,493달러로 2만달러 이상 차이가 났다.
자리만 있다면
그러나 문제는 대졸자들이 갈만한 직장은 줄어들거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버더 교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직장 내 대졸자의 수는 4,170만명에 달하지만 실제 대학 학위가 필요한 직장은 2,860만개로 대졸자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버더 교수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장 소지 직장인의 37%는 고교 졸업으로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 이는 택시 운전기사에서 소매점 세일즈맨, 소방관, 텔레마케팅 종사자 등 다양하다.
실례를 들어보면 2010년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택시 운전기사의 15%가 학사학위 소지자로 나타났다. 이는 택시 기사 7명당 1명은 대학 졸업자라는 것이다. 1970년 불과 1%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또 같은 해 소매업소 직원들의 25%가 학사학위 소지자이며 1970년의 5%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청소부 인구의 5%에 해당하는 11만5,520명이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현상 계속될 듯
버드 교수는 “많은 대졸 학위 소지자들이 청소부와 같은 저임금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위의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학 졸업자들이 학위를 필요로 하는 직업 증가율을 훨씬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 래삼의 ‘청소관리소’의 맷 모버그 훈련담당자는 불경기 이전에는 청소직에 대졸 학위 소지자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불경기로 인한 구직난을 주요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가 이웃처럼 가깝게 연결되는 시대로 미국 내에서 전문기술과 생산성이 높은 고학력 직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국에서 고학력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버더 교수는 미국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2010~2020년 대졸자는 1,900만명으로 늘어나겠지만 고학력 학위를 요구하는 직업은 700만개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센서스에 따르면 2011 대학 재학생의 20%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대학원생은 절반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원생 82%는 파트타임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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