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노숙자들 이대로 둘건가?
▶ 플러싱에만 100여명...셸터.구제기관 태부족
소자선교교회 이상문 목사가 한인 노숙자과 신도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다.<사진제공=소자선교교회>
24시간 패스트푸드점. 카지노 버스에서 새우잠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전문재활프로그램 시급
뉴욕시 노숙자가 5만 명을 돌파하며 대공황 이래 최대치를 기록<본보 3월6일자 A6면>하며 또다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인 노숙인도 퀸즈 플러싱 지역에서만 100여명으로 파악된다. 노숙자 5만 명 시대를 맞아 한인 노숙자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 등을 집중 취재했다.
사례1. 올해 57세인 김모씨. 김씨는 지난 2004년부터 플러싱 지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치과의사인 남편과 남부럽지 않는 삶을 살았던 김씨는 2002년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으로 도박에 빠져 2년 만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거리로 내몰렸다. 이후 10년 가까이 플러싱 인근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생활해 오고 있다. 남편 명의로 매달 나오는 2,000달러의 연금은 도박 빚에 차압됐다. 타주에 살고 있는 자식들과도 5년 전부터 아예 연락이 끊겨버렸다.
사례2. 당뇨를 앓고 있는 50대 한인 심모씨는 노숙생활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현재 다리를 절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목공수였던 심씨는 뉴욕 한인 건설업계에서는 한때 뉴욕 한인 목공수의 권위자로 이름을 떨쳤지만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전 재산을 탕진해 노숙자가 됐다. 심씨는 추위를 피해 잠을 청하기 위해 하루 총 8시간을 두 다리도 뻗지 못하는 카지노버스에서 지내야 했다.
■현황-김씨와 심씨처럼 노숙신세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거리에서 살아가는 한인 노숙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순수 노숙자는 플러싱 인근에만 10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 대부분은 거리를 방황하다 저녁이 되면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잠을 청하거나 심씨처럼 매일 카지노버스에 몸을 싣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카지노 버스 자리도 이제는 노숙자들로 다 차서 경쟁이 치열한 상태. 최근에는 하루 10달러에 하룻밤을 재워주는 곳이 생겨 이를 이용하는 노숙인들도 많다. 불법인 것은 물론이고 한 방에 대여섯 명씩 모여 잠을 청해야하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인 노숙자들 중에는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다 파산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도박이나 마약,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중독으로 이미 가정은 붕괴되고 더 이상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죽을 심정으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노숙자 중 ‘생계형 중독자’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일을 하고 있지만 번 돈을 전부 도박과 마약, 술에 탕진하고 다시 노숙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 되고 있다.
■셸터부족-한인 노숙자들이 이렇게 많지만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셸터나 구제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인 노숙자 구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자선교교회의 한영호 목사는 “한인들은 특성상 흑인 노숙자가 많은 셸터에는 가지 않는다. 그 곳에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폭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플러싱 일대에서 노숙자 사역을 하는 곳은 소자선교교회를 비롯 사랑 커뮤니티 센터(류지홍 전도사), 주님의 식탁 선교회(이종선 목사), 사랑의 집(전모세 대표) 등 4~5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재정적인 문제와 시정부의 허가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셸터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매주 이틀정도 식사를 대접하며 한인 노숙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만국교회(김희복 목사)가 지난 2011년 갈 곳 없는 노숙자 50여명에게 임시 셸터를 제공하며 취업알선 등 노력해왔지만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결국 2년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다.
■대책은-한인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전문 재활 프로그램의 활성화다. 대부분 노숙자들이 중독에 빠져 노숙자가 됐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한영호 목사는 “세탁업을 하는 한인 분께서 ‘노숙자분을 돕고 싶다’고 해서 두 명의 노숙자를 보냈는데 모두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고 돌아오더라”며 “대부분 노숙자들이 취업의지가 있지만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약한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한 목사는 “지금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내질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소자선교교회는 재활차원에서 매주 20여명의 한인 노숙인들에게 성경공부 등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일을 실시하고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 제2의 인생을 사는 한인 노숙자도 있다. 도박 중독에 빠져 10여 년 간 노숙자 생활을 했던 한인 이모씨는 7개월간 도박을 끊고 현재 중부의 작은 한식당에 취직해 주방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타고 다니던 카지노버스 옆자리에서 노숙인이 그대로 사망한 모습을 보고서야 중독을 끊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인 노숙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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